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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에 핀 꽃들 - 우리가 사랑한 문학 문학이 사랑한 꽃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3년 3월
평점 :
가장 먼저 꽃들을 보았다. 반가웠다. 오래전에 접어버린 등산의 아쉬움이 다시 한번 밀려왔다. 한때는 꽃을 바라보며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 열심히 야생화사전을 들고 다녔었는데.... 그 때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꽃이 개불알풀과 물봉선이다. 봄이면 누군가의 시선을 잡고 싶어 안달 난 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난다. 하지만 개불알풀은 다르다 (이건 순전히 내 감정인지도 모르겠지만^^) . 아무렇지도 않게 들판의 어느 곳에서나 작은 꽃을 피워내는 개불알풀의 이름을 몰라 얼마나 안타까웠었는지... 개불알풀은 꽃이라고 하면 틀린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 밭이며 들이며 아무데서나 보고자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음에도 우리의 꽃이 아니었다는 것과, 저렇게 이쁜 얼굴인데 어째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 속상해하기도 했었다. 물봉선도 개불알풀처럼 무리지어서 핀다. 그런 꽃들을 문학속에서 찾아낸 지은이의 많은 시간이 느껴져 내심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책속에는 많은 꽃과 나무가 등장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것까지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에...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꽃을 알고자 하고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을 테지만 그 덕에 나는 이렇게 편히 앉아 문학이라는 들판에 핀 꽃을 만날 수 있으니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그 다음으로 지은이가 꽃을 찾고자 했던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반가웠다. 작품속의 주인공들이 자기도 모르게 꽃에 비유되었다는 걸 알면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울러 그 작품에 대한 부연설명까지 해주니 금상첨화다. 김유정의 <동백꽃>이 생강나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렇구나, 그럴수도 있겠구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책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동화(생각하는 동화나 어른을 위한 동화까지) 를 사랑하다보니 <오세암>과 <마당을 나온 암탉>,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던 앞의 두 작품은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곤 한다.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의 넋이 꽃으로 피어난 동자꽃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반면에 암탉 잎싹이 바라보았던 그 아카시아의 향기로움은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떻게 저렇게 멋진 비유을 생각해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단 몇줄로만 표현되어지는 꽃의 이미지와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인공의 이미지를 함께 엮을 수 있었는지.... 한국 소설을 '야생화'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하니 더더욱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토지>의 주인공 서희와 아름답지만 가시를 달고 있는 해당화의 분위기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걸 보면서 감탄해마지 않았다.
지은이가 소개해준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책이 아닌가 싶다. 추천사에서 여기에 실린 작품들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고 하니 아이들이 본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숨은 책들을 이야기 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나름대로의 아쉬움이 생기지만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애쓰며 고민했을 시간들이 느껴져 내게는 위로가 되었다. 꽃이 문학을 더 풍성하게 했다는 지은이의 말처럼 작품속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의 역할은 상당히 커보인다. 상징성이 크다는 말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짚어주니 다시한번 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도 한다. 소문만 들었지 책도 영화도 아직 보지 못한 <은교>를 한번 읽어봐야지 한다.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통해 말하던 그 관능적인 때죽나무를 홍유릉으로 찾아가 나도 한번 보고싶다. 연리지나 연리목과는 왠지 다른 느낌을 전해줄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했던 꽃이 있었다. 강아지풀, 달맞이꽃, 기린초, 제비꽃, 찔레꽃... 이른 봄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방긋 웃어주는 제비꽃과 흔하게 볼 수 있는 강아지풀이 보이지 않아 내심 서운했다. 우리에게 왠지 모를 환상적인 이미지를 전해주는 달맞이꽃을 처음 보았을 때 그 평범함에 놀랐던 순간이 기억났다. 슬픈 전설을 안고 있는 찔레꽃도 나올 법 했는데... 남한산성길에서 유난히 많이 볼 수 있었던 기린초는 어느 작품속에 숨어 있을까? 나도 한번쯤은 작품속의 꽃들을 만나러 가봐야겠다. 지은이의 딸들, 이제는 꽃박사가 되었겠다 ^^. /아이비생각
백번을 강조해도 틀리지 않는 말 한마디가 있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제1철칙은 바로 '야생화를 있는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다.(-140쪽)


오래전에 만났던 개불알풀과 털제비꽃이다. 제비꽃은 보기와는 달리 종류가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야생화는 꺾거나 뽑히는 순간 아름다움을 잃게 된다.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