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력서 - 오만불손한 지배자들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이정모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문제다. 우리가 해법일 수도 있을까?  저자의 저 한마디가 결론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이 지구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존재는 바로 인간이라 생각하는 까닭이다. <인간이력서>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은 참으로 묘했다. 인간이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한번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저자는 '만약 거대한 공룡들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인간계보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오늘날 지구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선조는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우리는 지금까지 많이 들어왔고 배웠다. 인간계보를 보자. 영장류, 인간을 닮은 존재라는 뜻의 호미노이드 또는 안드로포이드, 과학에 의해 호모속으로 분류된 사람과 동물 호미니드, 기원전 580만~420만 년 전에 살았다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되어 '남방 원숭이'라는 뜻으로 불리는 원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손재주 있는 사람' 호모 하빌리스, '곧선사람' 호모 에렉투스, '슬기 사람' 호모 사피엔스, 호모 프레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결국 인간도 하나의 동물종이다. 야생의 존재들이 본능적으로 생태 균형을 이룬다는 생각은 허황된 이야기라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힘이 있는 존재는 본능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쪽으로 균형을 이동시키기며 그것을 즐기기보다 파괴하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결국 약한 존재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말과 같이 들려 왠지 서글픈 느낌을 준다.

 

인간은 정말 대단한 존재다. 농사를 짓기 위해 숲을 태우고, 자원을 채취하려고 지각을 긁어내는가 하면 도시와 도로, 공항과 공장으로 땅을 덮어 버리고 쓰레기는 도시 변두리 지역으로 내다 버린다. 잿빛 갈색 하늘이 머리 위를 둘러도 개의치 않는다. 비닐봉지들은 사람들이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인간의 부지런함을 말해 주는 기념비로 남을 것이다.(-296)

우리가 보호하겠다고 나선 자연이 제멋대로 자라나는 순간, 자연은 그 즉시 우리의 적이 되어 버린다.(-299)

 

우리 인간이 어떻게 시작했으며 어떤 경로를 거쳐왔는지의 단계는 굳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력을 통해 보자면, 말과 철도를 통해 육지(대륙)를 점령했고, 범선(배)을 사용하기 위해 운하를 팠고, 바닷길을 열었다. 하늘을 날고 싶어 비행기를 만든 인간은 드디어 위성과 우주선을 통해 우주를 향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인간의 목소리가 대륙과 바다를 지나고, 컨베이어 벨트는 자동차와 미국의 문화혁명을 가져왔다. 그럼으로써 사치를 누리기 시작했고, 그 사치의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관광이다. 겨우 20~3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관광이 지금은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이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편리를 위해 추구하는 문명은 반드시 희생양을 요구한다. 오래전 영국혁명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비참함과 같은 문명의 역습... 당시 1842년 리버풀에서 아동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만 5세 이전에 죽었다는 기록은 끔찍한 결과물이다. 물좋고 산좋은 관광지를 찾아 떠나는 많은 여행객들이 돈이 최고이며, 지구 상에 두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자연은 더 잘 보호되는 것이다. 즉 ,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 앞에 놓인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자연에게 베풀 수 있는 참된 애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어떤 種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니 넓은 의미의 자연 개념으로 돌아가 보자. 이에 따르면, 전 우주가 '자연'이며 지구와 그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자연에 포함된다. 그 지구에서 화산이 재앙을 뿌리듯 인간도 마찬가지로 재앙의 근원이 되고 있다.(-301)

 

우리 선조의 우월과 거만은 처음에는 동물을, 다음에는 식물을 놓고 좋고 나쁜 것으로 구분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은 너무나 안타깝다. 계획하지 않기에 쓸모없는 것도 많이 만들어낸다는 자연은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정확하게 선택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난관을 가장 잘 극복할 수 있는 개체를 골라낸다는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인간이다. 그 인간이 선택된 개체들 중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불은 최고의 개체가 되게 해 주었다. 불은 사람들을 함께 모이게 하고, 모여 앉음으로써 말을 할 수 있으니 문자와 언어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모순된 점은 인간을 그렇게 모이게 하고 문명을 꿈꿀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농사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 많은 숲이 파괴되었다. 지금도 농지와 초지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강 유역은 파괴되어진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일이 반복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농사를 지으면서 찾아온 불행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노예,가난, 전쟁 심지어 배고픔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노예를 위해 싸웠다고 알아왔던 링컨의 숨겨진 진실에 화가 났다. 링컨은 노예제에는 별 관심도 없었으며, 가장 강력한 힘으로 합중국의 단결을 구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는 기록으로 볼 때, 미합중국의 북부 주가 노예제를 폐지하기 위해 전쟁을 했다는 것은 일종의 신화에 불과한 포장된 역사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포장된 역사가 너무나 많은 듯 하다. 왜일까? 포장되어진 위선이나 가식쯤?  가장 최근에 보았던 다큐멘터리 두편이 생각났다. 바벨탑에 관한 것과 이스터섬의 모아이석상에 관한 주제였는데 이 두 편의 다큐만 보더라도 인간이 얼마나 교만하고 거만한지 충분히 알 수 있게 해 준다.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다시한번 깨닫게 해 주기도 한다. 인간의 생활이 풍족해질수록 지구의 오염은 더욱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 위에 군림하려고만 할 뿐이다. 마치 지금의 모든 것이 영원할 것처럼. 내가 보았던 이스터섬의 몰락이 바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간이 '대가도 치르지 않고 무모한 짓을 해도 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그들은 살아 있는 증인인 셈이다.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폭염이나 홍수와 같은 악천후를 기상 이변의 징후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말도 보인다. 자연재해가 언제나 존재했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허리케인이나 홍수가 50년 전이나 100년 전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인간이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 역시 큰 공감을 불러온다. 강을 운하로 만들고, 물길을 인공적으로 돌려놓기도 하면서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 위태로운 곳에 별장을 짓는가 하면 해변 가까이에까지 도로를 포장하는 것 (사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 것인지 이제사 깨닫기 시작한 우리를 보더라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모든 것들이 바로 지금 우리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니 대부분은 모두 인간의 책임이 큰 것이다. 동식물의 멸종 또한 인간의 책임이라는 말에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지금은 자연파괴에 대한 오류를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역시 우리가 문제였다. 그래서 문제의 해답도 우리가 쥐고 있다는 말은 유일한 정답이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 중 최소한 다음의 네 가지에 대해우리는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기 온도 상승보다 더 심각한 것이 대기 오염이다. 둘째, 수질 오염도 심각한 상황이며 식수 부족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셋째, 과거에도 큰 위험 요소였던 기아. 넷째,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보다 더 큰 걱정거리인 인종사냥, 갱단 간의 전쟁, 집단 살해다. (-287)

지구의 자원은 남김없이 고갈될 것이다. 전쟁이 임박했고, 우리는 후손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바보들의 배에 함께 타고 있다.(-317)

 

사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많은 사람이 한번쯤은 돌아보아야 할 시기가 지금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었다. 그 중에서도 자연을 인간위주로 해석하고 만들어내는 행태가 내게는 늘 불만이었다. 그랬기에 인간이 가진 이력이 궁금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는 정말 비참하다. 어쩌면 저리도 오만하고 이기적인지... 자연속에 들어서면 작은 점 하나로 그려질뿐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쪽이 시렸다. 인간의 속성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싶은 생각에 뻐근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풀 수 있는 해답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과 끝없는 욕심을 저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결과는 뻔하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길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깨닫는 것...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이력속에서 끝없이 파괴되어지던 자연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두껍고 무거운 주제였지만 속풀이와 속앓이를 동시에 내게 안겨준 책이다. /아이비생각

 

'지구는 사람 없이 살 수 있지만 사람은 지구없이 살 수 없다'(-402) 멸종은 정상적인 일이다. 단지 그게 언제 올지 모를 뿐이다. 어떤 생명도 영원한 것은 없다.... 최소한 거주 가능성을 이야기하자.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 하고 있는 미래에 대한 약탈 행위를 중단하자. 우리가 비록 지구의 기생충일지라도, 우리는 모든 기생충들의 생존 법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숙주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여태 제압하기만 했던 지구를 보호'함으로써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미래로 연장될 수 있다.(-419,4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 - 내맘대로 노래 듣기
류인숙 지음, 신대기 사진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로 타임머신을 찾을 필요가 없다. 바로 이런 책이 타임머신일테니... 세대간의 갈등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세대끼리의 공감대가 큰 것은 어쩔 수 없는 진리다. 그러니 어쩌면 그 세대갈등이라는 것도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서로 다르게 보지 않고 틀린 것으로 생각하기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일게다. 그런 세대갈등을 녹일 수 있는 것중의 하나가 노래가 아닐까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사랑받는 노래가 많은 까닭이다. 그만큼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느껴지는 정서는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인간의 속성중에서 공통점으로 작용되어지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장을 펼쳐 읽는 순간부터 나를 따라왔던 게 하나있다. '情"... 우리에게는 너무도 필요한 정서지만 애써 외면하려하는 것... 변화는 인간의 편리를 위한 도구일뿐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어쩌면 우리는 지독한 이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쓰지 않을까? 그렇기에 지금도 힐링이니 치유니 하는 말들이 세상을 떠돌며 우리에게 다가오려 애쓰는 것일게다.

 

눈물이 날만큼 반가웠다. 지금도 내 MP3에는  이 책속에 등장하는 노래가 대부분 저장되어 있다. 60년대에 태어나 70년대를 살았던 세대라면 아마도 모두가 즐겨듣던 노래가 아닐까 싶다. 뚜아에무아, 논두렁밭두렁, 해바라기, 배따라기, 정태준 박은옥의 노래는 죽여줬다. 가요뿐일까? 팝송도 끝내줬다. The House Of Rising Sun, Epitaph, The Rose, One More Cup Of Coffee, For The Good Time, The End Of The World, Don't Forget To Remember, Sailing 과 같은 노래들은 그때도 흠뻑 빠졌었지만 지금 들어도 여전히 좋다. TV가 그리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때는 라디오 듣는 재미로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는 우리집에도 있었다. 라디오 겸용이라 좋았다. 지금은 흔치 않은 음악다방도 그때는 많았었다. DJ에게 미쳐서 음악다방을 하루도 빼지않고 출근도장 찍으며 가슴앓이를 했던 친구도 있었다. 이정희의 '그대생각'은 첫사랑의 아픔을 생각나게 하고, 정미조의 '개여울'은 지금도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부르는 노래중의 하나다. 그 때는 또 왜 그렇게 가요제가 많았었는지...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를 통해 나왔던 노래들은 지금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지난했던 세월이었다. 무슨 젊은이의 특권이라도 되는양 그렇게 학생들은 끝도없이 데모를 했었다. 그런 까닭에 민중가요가 한창 불려졌다. 며칠전에 TV를 통해 노래프로를 함께 보던 아들녀석이 금지곡이나 노동가요에 대해 물었던 적이 있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불렀던 '사계'와 '그날이 오면',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와 같은 노래를 들려주면서 노래속에 실린 당시의 상황과 배경을 설명해주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만큼 아픔도 많았지만 어쩌면 아픔만큼이나 희망도 노래할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 지난했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놓고는 이런 노래들이 있어 치유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지은이의 마음이 크게 전해지는 건 아마도 같은 시대를 살았던 때문이리라 한다.

 

지난 시절을 노래와 함께 들려주는 지은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벙어리창문이 있던 그 방'을 읽다보니, 없이 살던 시절의 달동네로 대표적이었던 봉천동의 이미지가 싫어 동명을 바꾸고자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그렇게까지야...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봉천동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나는 그다지 부끄럽지 않은데 왜 그럴까 싶어서다. 단지 생각차이일 뿐일까? 문득, 세대간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길도 그 생각의 차이를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노력하는 게 아닐까 싶어진다. 지난 세월이 있어 지금의 세월은 존재한다. 아픔이 있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래를 통해 지나왔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던 시간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하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 한다면 솔직하게 말해 그러고 싶진 않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책이 고마울 때가 있다. /아이비생각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창 편집자 2013-04-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봤습니다. 삶창 페이스북 페이지로 좀 모셔갈게요. 삶창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amchangface)으로 놀러오세요. :)
 
하루여행 - 당신에게 주는 선물
이한규 지음 / 황금부엉이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오래전 지인들과 함께  해남 두륜산을 올랐던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나란히 정상을 향해 올라오던 중년의 부부가 있었다. 작은 배낭 하나씩을 짊어지고 올라 온 부부에게는 중고생 자녀가 있다고 했다. 자녀들이 스스로 자신의 일상을 책임질 수 있을 때 틈나는대로 둘이서 이렇게 여행을 다니자고 했다던 오래된 약속을 들려주었었는데, 나도 결혼하면 저렇게 살아야지 하면서 부러워했었다. 그 기억을 이 책이 떠올리게 해 주었다. 여행... 듣기만해도 설레임을 안겨주는 말이다. 두근거리던 기다림의 순간은 왜 그리도 더디게 오는지... 하지만 그런 여행조차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어떤 마음으로 떠나는가? 누구와 함께 떠나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나를 기다린다. 그래서 묻는다. 어느날 갑자기 당신에게 빈 하루를 준다면 어떻게 채우겠느냐고. 그리고 대답한다. 당신에게 그 하루를 선물로 주라고. 말이 쉽지 혼자 떠나는 여행이 녹녹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안다.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이 험한 세상에 나 혼자 떠나라고? 

 

지은이와 함께 떠났던 여행을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하루라는 시간이 정해졌으니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 시간이 얼만큼이나 소요되는지를 따져 목록을 챙겼다.  편도 한시간이면 어디가 적당한지, 두시간이면 여기가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한다. 하지만 너댓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여정은 좀 그렇다. 가는 시간이 그러니 오는 건 당신이 알아서 하라는 말인 듯하다. 좋으면 거기서 더 머무를 수도 있을테니까. 그리고 어떤 성격의 여행을 떠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무언가를 보며 시간을 즐길 것인지, 오롯이 나만의 시간속에서 조용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찾을 것인지, 그런 결정은 온전히 내 몫이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즐거움과 차창밖으로 스쳐지나는 풍경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황홀함을 느끼고 싶다면 좀 더 멀리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하루'라는 시간을 전제로 내세웠으니 말이다.

 

책속에서 하루여행을 끝마치고 난 후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커다란 주제 세가지가 보인다. 벽화마을과 커피, 그리고 책... 한참 등산에 빠져 있을때 수리산 날머리에서 만났던 납덕골의 벽화를 기억한다. 그저 그림이 좋아서 아무 생각없이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벽화마을이었단다. 힘겨운 삶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가려볼까하여 시작되어진 벽화가 어느 틈엔가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었다는 그 좋은 취지가 나는 좋았었다. 그래서 몇 군데 일부러 찾아가 보기도 했다. 지금은 각 지방마다 내노라하는 벽화마을이 한개씩은 다 있지 싶다. 그런데 요즘은 그 벽화마져도 저마다의 특색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기도... 두번째로 커피향에 빠져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창 밖 풍경이 하나의 그림처럼 펼쳐지는 그런 카페에서, 그것도 조금은 오래된 흔적이 머무는 공간이라면 더 좋을, 그런 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그야말로 호사다. 마음의 사치를 한껏 부려보는 시간.. 그런 여행이라면 함께여도 좋고 혼자여도 좋으리라. 가끔은 그런 여행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고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책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면 빠뜨리지 말고 동행해야 할 친구가 책이 아닐까? 책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해서 책이 없어야 한다는 법은 없을테니 말이다. 지금은 대형서점만 있다고 한탄 아닌 한탄을 하는 세상이지만 의외로 구석구석에 자리한 동네책방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한 모양이다. 헌책방, 오래된 책방... 말만 들어도 머리속에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는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 책방에 들러 한 권의 책을 들춰보기도 하고, 거기 한 귀퉁이 어디쯤에 자리잡고 앉아 따뜻한 차 한잔을 마셔보는 시간은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야말로 '文字香書卷氣'다. 그러고보니 하루여행이었지만 충분히 선물로써의 가치가 있는 여행이었다. 진정한 여행은 마음이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바쁘고 힘들게 몸을 움직였어도 전혀 피곤하지 않고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꼭 한번은 나도 가봐야지 생각하며 메모를 한다. 내가 있는 곳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항동철길은 나도 걸어봐야지, 문 앞에서 돌아서야 했던 만화박물관을 다시 찾아가 내 어린 날의 추억속에 빠져봐야지, 행궁동 벽화마을을 가보지 않으면 왠지 후회할 것 같아.... 지금은 많이 변했을테지만 정말 오래전에 가보았던 청평사에서 지금은 이름 석자도 기억나지 않는  그 날의 동행인들을 하나씩 기억속에서 찾아보고 싶어진다. 나한테 예산, 대전, 강릉, 대구는 좀 멀다. 시간에 쫓기는 발걸음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라 생각하는 까닭에.. 그래도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에 가서 그 마을의 정취에 한번 젖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버릴 수가 없다. 적다보니 꽤나 많다. 언제 다 갈꼬?  내 기억에도 참 좋은 느낌을 남겨주었던 장소가 있다. 인천의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과 시흥의 갯골생태공원이다. 우연히 들르게 된 곳이었는데 거리도 멀지 않고 남는 여운이 괜찮아서 주변사람에게 많이 이야기 해 주곤 한다. 내게도 추천할 만한 곳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여기를 말하고 싶다. 덕분에 '하루여행'이라는 선물을 나에게 줄 수 있어 행복했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 속에 핀 꽃들 - 우리가 사랑한 문학 문학이 사랑한 꽃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먼저 꽃들을 보았다. 반가웠다. 오래전에 접어버린 등산의 아쉬움이 다시 한번 밀려왔다. 한때는 꽃을 바라보며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 열심히 야생화사전을 들고 다녔었는데.... 그 때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꽃이 개불알풀물봉선이다. 봄이면 누군가의 시선을 잡고 싶어 안달 난 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난다. 하지만 개불알풀은 다르다 (이건 순전히 내 감정인지도 모르겠지만^^) . 아무렇지도 않게 들판의 어느 곳에서나 작은 꽃을 피워내는 개불알풀의 이름을 몰라 얼마나 안타까웠었는지... 개불알풀은 꽃이라고 하면 틀린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 밭이며 들이며 아무데서나 보고자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음에도 우리의 꽃이 아니었다는 것과, 저렇게 이쁜 얼굴인데 어째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 속상해하기도 했었다. 물봉선도 개불알풀처럼 무리지어서 핀다. 그런 꽃들을 문학속에서 찾아낸 지은이의 많은 시간이 느껴져 내심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책속에는 많은 꽃과 나무가 등장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것까지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에...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꽃을 알고자 하고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을 테지만 그 덕에 나는 이렇게 편히 앉아 문학이라는 들판에 핀 꽃을 만날 수 있으니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그 다음으로 지은이가 꽃을 찾고자 했던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반가웠다. 작품속의 주인공들이 자기도 모르게 꽃에 비유되었다는 걸 알면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울러 그 작품에 대한 부연설명까지 해주니 금상첨화다. 김유정의 <동백꽃>이 생강나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렇구나, 그럴수도 있겠구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책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동화(생각하는 동화나 어른을 위한 동화까지) 를 사랑하다보니 <오세암>과 <마당을 나온 암탉>,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던 앞의 두 작품은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곤 한다.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의 넋이 꽃으로 피어난 동자꽃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반면에 암탉 잎싹이 바라보았던 그 아카시아의 향기로움은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떻게 저렇게 멋진 비유을 생각해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단 몇줄로만 표현되어지는 꽃의 이미지와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인공의 이미지를 함께 엮을 수 있었는지.... 한국 소설을 '야생화'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하니 더더욱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토지>의 주인공 서희와 아름답지만 가시를 달고 있는 해당화의 분위기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걸 보면서 감탄해마지 않았다.

 

지은이가 소개해준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책이 아닌가 싶다. 추천사에서 여기에 실린 작품들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고 하니 아이들이 본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숨은 책들을 이야기 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나름대로의 아쉬움이 생기지만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애쓰며 고민했을 시간들이 느껴져 내게는 위로가 되었다. 꽃이 문학을 더 풍성하게 했다는 지은이의 말처럼 작품속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의 역할은 상당히 커보인다. 상징성이 크다는 말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짚어주니 다시한번 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도 한다. 소문만 들었지 책도 영화도 아직 보지 못한 <은교>를 한번 읽어봐야지 한다.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통해 말하던 그 관능적인 때죽나무를 홍유릉으로 찾아가 나도 한번 보고싶다. 연리지나 연리목과는 왠지 다른 느낌을 전해줄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했던 꽃이 있었다. 강아지풀, 달맞이꽃, 기린초, 제비꽃, 찔레꽃... 이른 봄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방긋 웃어주는 제비꽃과 흔하게 볼 수 있는 강아지풀이 보이지 않아 내심 서운했다. 우리에게 왠지 모를 환상적인 이미지를 전해주는 달맞이꽃을 처음 보았을 때 그 평범함에 놀랐던 순간이 기억났다. 슬픈 전설을 안고 있는 찔레꽃도 나올 법 했는데... 남한산성길에서 유난히 많이 볼 수 있었던 기린초는 어느 작품속에 숨어 있을까? 나도 한번쯤은 작품속의 꽃들을 만나러 가봐야겠다. 지은이의 딸들, 이제는 꽃박사가 되었겠다 ^^. /아이비생각

 

백번을 강조해도 틀리지 않는 말 한마디가 있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제1철칙은 바로 '야생화를 있는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다.(-140쪽)

 

 

오래전에 만났던 개불알풀과 털제비꽃이다. 제비꽃은 보기와는 달리 종류가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야생화는 꺾거나 뽑히는 순간 아름다움을 잃게 된다.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궁녀의 하루 - 여인들이 쓴 숨겨진 실록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궁녀는 아웃사이더였을까?  서문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사상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우리는 아웃사이더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 면으로 볼 때 궁녀는 아웃사이더는 아니었을거라고 나는 생각하기에 하는 말이다. 단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았을 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자 했던 그늘속의 삶쯤이라면 될 것 같다. 그랬기에 궁녀들의 하루가 궁금했다. 우리가 알고자 하지 않았던 그녀들에게 하루라는 시간은 과연 의미였을까?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중에서도 크게 성공한 사람은 많았다. 단지 우리의 시선이 한쪽으로만 쏠린 채 역사를 논했던 탓에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다. 일단은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흥미로웠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궁안에 정말 그렇게나 많은 궁녀가 살았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천궁녀라는 것도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에 지나지 않는데 그 많은 사람이 궁안에서 살았다면 그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이 궁으로 들어가야 했을까 싶어서... 그 많은 것을 제공해주는 것이 백성이었던 까닭에... 미루어 짐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나를 놀라게 했다. 겨우 3,4세에 궁녀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니! 생각시와 그냥 각시의 차이, 상궁이 되기 위해서 그녀들이 어떻게 해야 했는지, 궁녀들이 하는 일에 따라 혹은 직급에 따라 월급이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 궁녀들의 일상적인 생활모습은 어떠했는지..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궁녀들의 일은 세밀하고도 철저한 분업화 형태였다. 하다못해 번을 서는 일조차도 나이가 어린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 결혼한 사람, 결혼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지어 시간을 정했다. 궁녀들은 나인이라하여 직책에 따라 지밀나인, 침방나인, 수방나인, 세수간나인, 생과방나인, 소주방나인, 세답방나인으로 나뉜다. 각자 역할에 따라 독립적으로 궁중의 안살림을 맡아 하였는데 지밀을 제외하고 六處所라 하였다. 그 중에서 지밀나인과 침방나인들만 살펴보더라도 참 많은 사람이 필요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지밀나인이라하면 왕과 왕비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사람들이다. 잠자리를 봐주기도 하고 왕과 왕비의 일거수일투족에 관한 잡일을 봐주는데 거기에는 글을 대신 써주는 지밀상궁도 있었다. 글씨연습을 어찌나 심하게 시켰는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밥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침방나인만 하더라도 그렇다. 針房이란 궁중에서 바느질을 맡아하던 곳인데 왕의 옷을 만드는 사람이 다르고 왕비의 옷을 만드는 사람이 달랐다. 바느질 하는 사람, 수를 놓는 사람이 달랐다. 그 와중에서 자신의 옷까지 지어입어야 했다. 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왕과 왕비의 것이 달랐고, 일반 음식과 잔치음식을 담당하는 일을 나누었으며 간식을 만드는 일 또한 분리되어 있었다. 일곱처소에서 그토록이나 세분화되어 있었으니 어찌 사람이 많이 필요치 않았을까? 거기다가 나인이 거느리던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바로 무수리, 각심이(방아이), 방자, 의녀, 손님이라 불리던 여인들이었다. 손님이라는 이름은 궁 밖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으로 무수리나 각심이와는 달리 예의를 갖춘 말이었다. 손님은 대개 친정붙이이며, 보수는 후궁의 생계비에서 지출되었다고 하니 나름대로의 부는 축적을 해놓을 필요가 있었던 듯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흔히 우리가 무수리였다고 말하는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가 침방나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머니 최씨가 누비옷을 지을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여 영조가 그후로는 누빈 것을 취하지 않았다는 일화도 있다 한다. 참고하자면 무수리는 물긷는 사람을 말한다.

 

궁녀라 하면 보통은 상궁과 나인을 가리킨다. 경우에 따라서는 윗사람들의 잘못을 뒤집어쓰고 죽기도 하고, 정치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운이 좋아 임금이나 세자를 모신 후 품계가 올라가기도 했지만 그런 일이 생겨남으로 인해 죽음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번 궁에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나올 수 없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출퇴근을 했던 궁녀도 있었다. 모시던 상전이 죽으면 그를 따랐던 궁녀들도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어야 했지만 간혹 다시 궁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일에 따라서 결혼을 한 여인을 쓰기도 했다. 왕이나 왕족의 유모를 했다고해서 육아까지 모두 책임진 건 아니었다. 그녀들 사이에서 나름의 부정과 비리가 오가기도 했지만 궁안에서의 생활이 외로웠던 까닭에 형제처럼 의를 나누는 궁녀도 많았다.

 

그야말로 궁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궁녀의 역사나 궁녀를 선발하는 과정, 그녀들의 하루 일과나 일생에 대해서 그리고 그녀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어떤 일을 했으며 근무조건은 어떠했는지...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세하게 알고나서 들었던 3부 궁녀들의 이야기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얼마전 신경숙의 작품으로 볼 수 있었던 <리진>에 관한 이야기도 보이고 갑부가 된 궁녀 이야기, 왕의 총애를 받았으나 스스로 삼가 모범이 되었던 궁녀 이야기, 마음속에 한 임금만을 품었던 궁녀 이야기등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역사는 지배층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렇게 우리가 보고자하면 보이는 것들도 많이 있음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세월은 변했는데 사람은 어찌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순일까?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