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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력서 - 오만불손한 지배자들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이정모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문제다. 우리가 해법일 수도 있을까? 저자의 저 한마디가 결론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이 지구상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존재는 바로 인간이라 생각하는 까닭이다. <인간이력서>라는 제목이 주는 느낌은 참으로 묘했다. 인간이 이제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한번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저자는 '만약 거대한 공룡들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 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인간계보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오늘날 지구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선조는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우리는 지금까지 많이 들어왔고 배웠다. 인간계보를 보자. 영장류, 인간을 닮은 존재라는 뜻의 호미노이드 또는 안드로포이드, 과학에 의해 호모속으로 분류된 사람과 동물 호미니드, 기원전 580만~420만 년 전에 살았다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 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되어 '남방 원숭이'라는 뜻으로 불리는 원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손재주 있는 사람' 호모 하빌리스, '곧선사람' 호모 에렉투스, '슬기 사람' 호모 사피엔스, 호모 프레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결국 인간도 하나의 동물종이다. 야생의 존재들이 본능적으로 생태 균형을 이룬다는 생각은 허황된 이야기라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힘이 있는 존재는 본능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쪽으로 균형을 이동시키기며 그것을 즐기기보다 파괴하기를 좋아한다는 말은, 결국 약한 존재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말과 같이 들려 왠지 서글픈 느낌을 준다.
인간은 정말 대단한 존재다. 농사를 짓기 위해 숲을 태우고, 자원을 채취하려고 지각을 긁어내는가 하면 도시와 도로, 공항과 공장으로 땅을 덮어 버리고 쓰레기는 도시 변두리 지역으로 내다 버린다. 잿빛 갈색 하늘이 머리 위를 둘러도 개의치 않는다. 비닐봉지들은 사람들이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인간의 부지런함을 말해 주는 기념비로 남을 것이다.(-296)
우리가 보호하겠다고 나선 자연이 제멋대로 자라나는 순간, 자연은 그 즉시 우리의 적이 되어 버린다.(-299)
우리 인간이 어떻게 시작했으며 어떤 경로를 거쳐왔는지의 단계는 굳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력을 통해 보자면, 말과 철도를 통해 육지(대륙)를 점령했고, 범선(배)을 사용하기 위해 운하를 팠고, 바닷길을 열었다. 하늘을 날고 싶어 비행기를 만든 인간은 드디어 위성과 우주선을 통해 우주를 향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인간의 목소리가 대륙과 바다를 지나고, 컨베이어 벨트는 자동차와 미국의 문화혁명을 가져왔다. 그럼으로써 사치를 누리기 시작했고, 그 사치의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관광이다. 겨우 20~3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관광이 지금은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이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 편리를 위해 추구하는 문명은 반드시 희생양을 요구한다. 오래전 영국혁명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비참함과 같은 문명의 역습... 당시 1842년 리버풀에서 아동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만 5세 이전에 죽었다는 기록은 끔찍한 결과물이다. 물좋고 산좋은 관광지를 찾아 떠나는 많은 여행객들이 돈이 최고이며, 지구 상에 두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자연은 더 잘 보호되는 것이다. 즉 ,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 앞에 놓인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자연에게 베풀 수 있는 참된 애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주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어떤 種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니 넓은 의미의 자연 개념으로 돌아가 보자. 이에 따르면, 전 우주가 '자연'이며 지구와 그 위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자연에 포함된다. 그 지구에서 화산이 재앙을 뿌리듯 인간도 마찬가지로 재앙의 근원이 되고 있다.(-301)
우리 선조의 우월과 거만은 처음에는 동물을, 다음에는 식물을 놓고 좋고 나쁜 것으로 구분하는 데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은 너무나 안타깝다. 계획하지 않기에 쓸모없는 것도 많이 만들어낸다는 자연은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정확하게 선택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난관을 가장 잘 극복할 수 있는 개체를 골라낸다는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인간이다. 그 인간이 선택된 개체들 중에서 우연히 발견했던 불은 최고의 개체가 되게 해 주었다. 불은 사람들을 함께 모이게 하고, 모여 앉음으로써 말을 할 수 있으니 문자와 언어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모순된 점은 인간을 그렇게 모이게 하고 문명을 꿈꿀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농사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 많은 숲이 파괴되었다. 지금도 농지와 초지를 만들기 위해 아마존강 유역은 파괴되어진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일이 반복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농사를 지으면서 찾아온 불행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노예,가난, 전쟁 심지어 배고픔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노예를 위해 싸웠다고 알아왔던 링컨의 숨겨진 진실에 화가 났다. 링컨은 노예제에는 별 관심도 없었으며, 가장 강력한 힘으로 합중국의 단결을 구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는 기록으로 볼 때, 미합중국의 북부 주가 노예제를 폐지하기 위해 전쟁을 했다는 것은 일종의 신화에 불과한 포장된 역사라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포장된 역사가 너무나 많은 듯 하다. 왜일까? 포장되어진 위선이나 가식쯤? 가장 최근에 보았던 다큐멘터리 두편이 생각났다. 바벨탑에 관한 것과 이스터섬의 모아이석상에 관한 주제였는데 이 두 편의 다큐만 보더라도 인간이 얼마나 교만하고 거만한지 충분히 알 수 있게 해 준다.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다시한번 깨닫게 해 주기도 한다. 인간의 생활이 풍족해질수록 지구의 오염은 더욱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 위에 군림하려고만 할 뿐이다. 마치 지금의 모든 것이 영원할 것처럼. 내가 보았던 이스터섬의 몰락이 바로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간이 '대가도 치르지 않고 무모한 짓을 해도 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그들은 살아 있는 증인인 셈이다.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폭염이나 홍수와 같은 악천후를 기상 이변의 징후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말도 보인다. 자연재해가 언제나 존재했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허리케인이나 홍수가 50년 전이나 100년 전보다 더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인간이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 역시 큰 공감을 불러온다. 강을 운하로 만들고, 물길을 인공적으로 돌려놓기도 하면서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 위태로운 곳에 별장을 짓는가 하면 해변 가까이에까지 도로를 포장하는 것 (사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 것인지 이제사 깨닫기 시작한 우리를 보더라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모든 것들이 바로 지금 우리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니 대부분은 모두 인간의 책임이 큰 것이다. 동식물의 멸종 또한 인간의 책임이라는 말에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지금은 자연파괴에 대한 오류를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역시 우리가 문제였다. 그래서 문제의 해답도 우리가 쥐고 있다는 말은 유일한 정답이다!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 중 최소한 다음의 네 가지에 대해우리는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기 온도 상승보다 더 심각한 것이 대기 오염이다. 둘째, 수질 오염도 심각한 상황이며 식수 부족도 마찬가지로 심각하다. 셋째, 과거에도 큰 위험 요소였던 기아. 넷째,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보다 더 큰 걱정거리인 인종사냥, 갱단 간의 전쟁, 집단 살해다. (-287)
지구의 자원은 남김없이 고갈될 것이다. 전쟁이 임박했고, 우리는 후손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바보들의 배에 함께 타고 있다.(-317)
사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많은 사람이 한번쯤은 돌아보아야 할 시기가 지금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었다. 그 중에서도 자연을 인간위주로 해석하고 만들어내는 행태가 내게는 늘 불만이었다. 그랬기에 인간이 가진 이력이 궁금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는 정말 비참하다. 어쩌면 저리도 오만하고 이기적인지... 자연속에 들어서면 작은 점 하나로 그려질뿐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쪽이 시렸다. 인간의 속성이란 게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싶은 생각에 뻐근함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풀 수 있는 해답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의 이기심과 끝없는 욕심을 저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결과는 뻔하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길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깨닫는 것...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인간의 이력속에서 끝없이 파괴되어지던 자연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두껍고 무거운 주제였지만 속풀이와 속앓이를 동시에 내게 안겨준 책이다. /아이비생각
'지구는 사람 없이 살 수 있지만 사람은 지구없이 살 수 없다'(-402) 멸종은 정상적인 일이다. 단지 그게 언제 올지 모를 뿐이다. 어떤 생명도 영원한 것은 없다.... 최소한 거주 가능성을 이야기하자.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지금 하고 있는 미래에 대한 약탈 행위를 중단하자. 우리가 비록 지구의 기생충일지라도, 우리는 모든 기생충들의 생존 법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숙주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여태 제압하기만 했던 지구를 보호'함으로써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미래로 연장될 수 있다.(-419,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