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 명법 스님이 미국 유학 생활에서 발견한 미국불교 이야기
명법 지음 / 아름다운인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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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좀 조용해졌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님이 생각났다. 사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책 속에서 언급되어지는 바람에 다시 생각난 거다. 그 때 그 상황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스님들이 왜 자꾸만 세상속으로 들어오려 하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불교의 속성과는 조금 다른 행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말이다. 내가 무슨 불교신자도 아니니 따따부따 뭐라고 얘기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왠지 그런 상황들이 씁쓸하게 다가왔던 건 사실이다. 나쁘다 좋다를 말하는 건 아니다. 우리 시대에 정신인 지주역할을 하는 인물이 없어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다는 어떤 이의 말을 들으면서 역시 요즘의 종교라는 것이 우리의 마음에 평안을 주지 못하고 있는 건 확실하구나 새삼 느꼈을 뿐이다.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이 책은 지금의 불교에 대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이채로웠다.

 

미국 부처님은 몇살입니까? 글쎄... 나도 알고 싶었다. 그런데 그 질문이 참으로 愚問이었구나 싶게 만드는 문장을 보며 그냥 웃고 말았다. 우리 모두 본래 부처니까, 열 살 먹은 꼬마에게 부처님은 열 살이고 스무살 청년에게는 스무살이며 칠순 노인의 부처님은 칠순이라는 그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그렇지, 굳이 그런 걸 뭐한다고 따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부처님이 몇살이냐고 묻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미국속의 불교에 대해 알고 싶은 욕심때문일 것이다. 미국에 들어와 있다는 불교의 모습은 내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얼마전인가 다큐프로그램에서 불교의 禪이나 명상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어 교회에서까지 그런 프로그램을 응용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 놀라웠다. 하지만 불교라는 종교가 단순히 달라이라마라거나 틱낫한 스님과도 같은 사람의 이름으로 해석되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일본불교의 위상이 그토록이나 높다는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었다. 일전에 읽었던 <송강스님의 인도성지 순례>라는 책 속에서 한국사찰이 덜렁 형체만 있고 상주하는 이가 없다는 말이 생각나 미국속의 한국불교가 처한 작금의 상황을 더듬어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같은 종교여도 자리잡은 곳에 따라 각각 다른 형태를 하고 있다는 걸, 그리하여 저마다 추구하고자 하는 것 역시 다르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시대에 맞게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에 종교가 포함되었다는 건 인간이 얼마나 오만과 편견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조금은 그랬다. 솔직히 이 책은 쉽지 않았다. 대중을 위해 작정하고 쓰신 글이 아닌탓인지 어려웠던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세가지의 주제로 이 책을 구분하여 읽었다. 종교, 예술, 문화다. 예술작품을 통해 거기에 밴 종교의 어떤 것을 찾아내려했던 부분은 내게는 너무 먼 느낌으로 다가왔지만 불교라는 종교가 어떻게 미국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미국속에 살아남은 불교의 여러면을 만나는 시간은 즐거웠다. 더구나 스님께서 소개해주는 미국문화의 한 단면들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불교가 미국으로 건너가게 된 두가지 길은 일본을 통해서라거나, 아시아계 이민이나 난민을 통해서였다. 첫번째 형태를 개종불교라 하고 두번째 형태를 에스닉불교라고 한단다. 대부분 대학 교육을 받은 백인 중산층이 중심이 된 개종불교는 무엇보다 명상에 관심을 갖는데 일본의 禪문화를 따르고 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에스닉불교는 캄보디아 절이나 한국절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외에 흑인과 히스패닉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신흥불교가 있다고 한다. 그들 조국의 비극적인 상황이  달라이라마나 틱낫한 스님을 세계적인 종교 지도자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조금 아프게 다가왔지만 어찌보면 불교를 위해서는 좋은 일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되니 참 알 수 없다. 좌충우돌 겪어내는 스님의 미국방문기는 재미있었다. 아울러 불교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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