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봤어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를 봤어... 이 한마디가 던져주는 의미가 꽤나 깊고, 꽤나 넓고, 꽤나 크다. 시쳇말로 꽂힌거다. 어느날 문득 내 눈앞에 나타난 너를 보았던 순간, 그길로 너를 마음속에 품어버렸다. 단 한순간이었을 뿐인데 그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좋아. 처음으로 내 것이었으면 하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가졌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 또 그렇게 나를 가졌으면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기까지 사십육년 걸렸다." .. 그런게 사랑이라고. 사랑... 그토록이나 진부할 수 없는 그 사랑이야기를 어쩌자고 이렇게 대놓고 해야하는 건지. 사실은 내가 쓰고 싶었던 주제를 썼을 뿐이라고 말하던 작가의 말을 본 적이 있었다. 그래 어쩌면 우리가 도저히 비켜갈 수 없는 게 사랑이라는 진부함인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 사랑이라는 게 뭘까?  작가의 말처럼 명확하고 간결한 것일까? 그런데 어째서 우리 주변을 떠도는 사랑의 실체는 명확하고 간결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사랑은 무슨 맛일까? 사랑은 어떤 냄새를 풍길까? 사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알 수 없다! 단지 다분히 주관적이며 일방적이라는 것만은 나도 안다. 사람들이 모든 좋은 말을 동원하여 포장하고 치장한다고해도 지극히 이기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 바로 그런게 사랑이다.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사랑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마흔여섯에 처음으로 찾아낸 사랑은 지독히도 아렸다.

 

뭔가 특별한 게 있었을 거라고 지레짐작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타인들은 모른다. 그래서 묻는다. " 걔, 도대체 뭐가 좋은거야? "  그런 사람을 만나기까지 사십육년이나 걸렸다던 그 남자에게, 어쩌면 그 여자는 한줄기 바람과도 같았을거라는 나만의 느낌은 잘못된 것일까? 어렸을 적 엄마가 뱀술 담그는 걸 본 적이 있다. 좁은 병속에 갇혀 자신에게 파고 들어오는 독기어린 술기운을 받아들이면서도 뱀은 죽지 않았었다. 불쌍한 마음에 코르크 마개에 바늘구멍 하나 내 주면 그 큰 몸을 움직이며 주둥이를 그곳에 대고 한참동안을 그렇게 살아있었다. 조여오는 것, 조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외면할 수 없는 실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디서부터인가 미세한 숨구멍을 느끼게 되면 오직 그것만이 내 모든 것이 되어버리고 조여오는 모든 것에게서 나는 탈출한다. 그남자에게 그녀는, 아마도 그런 숨구멍이었을 것이다.

 

너를 처음 보았던 순간부터 좋아했다고 말했는데 나도 그랬어! 라고 대답한다면 더이상의 미사여구는 필요치않다. 일사천리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때부터라는 걸 많은 사랑은 알지 못한다. '사랑하니까' 라는 말로 상대방를 구속하고 질투하고 가끔씩은 자신과 상대방을 파괴하기도 한다. '보고싶으니까' 라는 말로 무수히 짓밟히는 상대방의 많은 것... 그 짓밟힘으로 인해 상대방이 아파할 거라는 걸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보고싶어하니까 라는 특혜라도 내려주는 양. 사랑은 많은 것의 공유가 아니다. 나만의 것이 있듯이 너만의 것도 있다는 걸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각설하고 <너를 봤어>라는 말 한마디속에 그토록이나 많은 의미를 담았다는 게 놀라웠다. 다분히 가까이에서 속삭이는 말일수도 있고, 저만큼의 거리쯤에서 은근하게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을 느끼게도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작가만의 특별한 그 어떤 것에게 말을 거는 것일수도 있다. 작가가 보여주고 있는 사랑의 형태는 속깊은 곳으로부터 많은 공감을 불러왔다. 사랑이라는 건, 혹시 이런게 아닐까? 가 아니라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노라고 무심한 척 말하고 지나가는 사람처럼.

 

<너를 봤어>를 읽고나서 혹자는 "이거 혹시 당신 얘기 아니야?" 하고 은근슬쩍 물어보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만큼 작가와 출판사가 공존하는 배경이 꽤나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여정이 녹녹치않게 보여지고, 하나의 작품을 포장해서 세상속에 내놓기까지 출판사들의 움직임은 어떠한지, 책을 읽고있는 독자의 위치에서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차피 책은 삼박자가 맞아야 하니까. 작가, 출판사, 그리고 나와 같은 독자 ^^. 김려령... 그녀의 작품을 몇 편 읽었다. 이번 작품을 두고 뭔가 다른 시도였다고들 말하고 있지만 결국 외로움이란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로우나 외로울 수 없는 가슴들.. 그런 가슴을 안아주고 쓸어주고 싶은 욕심이 많은 작가일지도 모르겠다. 살아있으나 튀지않는, 가벼우나 깊은 그녀의 문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팬으로 자처할 수 있는 작가중 한명이 될 것 같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