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소설 속 역사 여행 - 개정증보판
신병주.노대환 지음 / 돌베개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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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흥부전, 홍길동전, 심청전, 장화홍련전, 옹고집전, 배비장전... 어린시절에 한번쯤은 다 읽어보았거나 전래동화로 들었던 책들.. 하지만 책장을 덮으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제대로 된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는가? 하는 물음이었다. 누군가의 입을 통해, 혹은 그림이 곁들여진 동화를 통해 내게 다가왔지만 역시 제대로 책을 읽어본 것은 드물었다. 누구나 알고 있으나 그 깊은 속까지 들여다보지 못했던 愚를 범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또다시 욕심을 부리게 된다. 하지만 저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을까 싶어 겁부터 난다.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 알고 있는 고전 소설속에 그렇게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소설은 허구라지만 그 속에서 살아 숨쉬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은 고스란히 역사가 되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과연 소설처럼 살았을까?'라는 호기심 어린 궁금증을 토대로 고전 소설 속에서 역사의 한 단면을 조심스레 끄집어 내 살아 있는 역사 이야기로 재구성하였다는 소개글이 그래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금오신화 - 현실과 환상의 세계가 결합된 최초의 한문 소설
설공찬전 - 금서가 된 조선시대판 귀신 이야기
전우치전 - 소설로 다시 태어난 민중의 희망 전우치
임진록 - 전쟁 영웅들의 무용담
홍길동전 - 영웅 소설에 담긴 서얼들의 한풀이
계축일기 - 광해군은 정말 패륜아인가?
박씨전 - 병자호란의 치욕과 여걸의 탄생
사씨남정기 - 가정 소설의 형식을 취한 정치 풍자 소설
장화홍련전 -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계모 소설
인현왕후전 - 두 여인의 치마폭에 가려진 정치사
한중록 - 사도 세자에 관한 진실 혹은 거짓말
춘향전 - 춘향전 속의 역사, 역사 속의 춘향전
옹고집전 - 불교 배척론자 옹고집의 개과천선기
허생전 - 허생의 삶에 투영된 박지원의 꿈
은애전 - 국왕 정조, 1급 살인범을 석방하다
홍경래전 - 생생한 민중 항쟁사
배비장전 - 배 비장, 절해고도 제주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다
흥부전 - 해학으로 풀어 간 빈농과 부농의 갈등과 화해
채봉감별곡 - 매관매직의 사회사
심청전 - 조선시대 맹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임진록, 계축일기, 인현왕후전, 한중록, 박씨전 등을 통해서는 정치사를, 설공찬전과 전우치전을 통해서는 사상사를, 허생전에서는 경제사를, 홍길동전, 춘향전, 옹고집전, 배비장전, 은애전을 통해서는 사회와 문화사를, 그리고 흥부전, 심청전, 장화홍련전 등을 통해서는 조선시대의 생활과 풍속의 역사를 새롭게 알 수 있다... 이 책을 소개한 글을 살펴보면 어떤 식으로 소설들이 정리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각각의 작품을 통해 조선시대의 정치와 사상, 생활과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풍속은 어떠했는지 세세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작품마다 줄거리를 요약하고 특징을 소개해주니 어떤 작품인지 이해하기가 쉽고, 그 시대배경까지 소개해주니 금상첨화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작품속에 녹아든 작가의 의도를 찾아주기도 하고, 그 작품을 쓰게 된 연유를 알게 해주니 읽는 동안 그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괜찮았다. 내가 읽어보지 않은 소설이라해도 이 책을 통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 고마웠다.  그것뿐일까? 작품을 받쳐주는 사료도 풍부하다.  

 

저렇게 책에 소개한 작품들을 다 들어낸 이유는 그동안 너무 쉽게만 생각했었던 우리의 고전소설을 다시한번 각인시키고 싶은 까닭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내가 읽었다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작품이 몇 안된다. 기회가 되면 읽을 게 아니라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한번쯤은 제대로 된 작품과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을 버릴 수가 없을 것 같다. 다 읽어본다는 게 물론 쉽진 않겠지만... 소설은 허구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과 같이 포장되어진 말로 글을 쓰던 시대는 아니었을 것이다. 책을 내게 된 저자의 의도처럼 그 안에 숨겨진 시대상을 읽는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일게다. 책을 읽는 시간이 짧지 않았다. 놓치고 싶지않은 부분이 많았던 까닭이다. 쉽게 풀이한 책이라고 만만히 볼 수 없었던 까닭이기도 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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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를 그려라 - 인생의 큰 그림을 보는 힘
전옥표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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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랬다.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만도 힘겨울 따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말을 쓰고 보니 '그랬다' 라는 과거형이 아니라 '그러고 있다' 라는 현재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걸 금새 알아버렸다. 왜 나는 큰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일까? 코 앞에 닥쳐오는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이라고 말하려니 왠지 자존심이 상한다. 나도, 이 나이에도,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그래서였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 것은. 하지만 목차를 살펴보면서 내 의지는 한풀 꺾였다. 또 그 타령인가 싶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펼치면 큰 고래 이야기가 나온다. 어디선가 들었음직한 이야기였는데도 내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번도 큰 고래를 그리지 못했던 내 지난날이 왠지 부끄러웠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이미 고래를 그리기 시작했으까.

 

같은 철도회사를 다녔지만 23년 후 한사람은 여전히 선로작업을 하고 한사람은 철도회사의 사장이 되었던 것처럼 무슨 일을 시작하면서 나도 늘 그랬던 것 같다.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손에 쥐어질 수 있는 돈벌이만을 생각했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기에. 빅 픽처는 자신의 존재 이유와 만나는 거라는 말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빅 픽처라고 해서 무조건 크게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것, 자신의 재능을 찾아내어 그것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역시 교과서같은 이야기지만 길게 보라는 말은 이 책을 통해 절절한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던 말이다. 흔히 말하는 멘토 따위는 없어도 괜찮다.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때가 생각났다. 바로 앞을 보지 말고 멀리 봐야 한다던 그 말은 옳았다. 넘어지지 않고 혼자서 달려 나갈 수 있게 되었던 순간은 더 멀리 바라보며 자전거패달을 밟았을 때였기에.

 

종종 이런 말을 한다.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행복할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내가 하고싶은 일을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좌절을 하고 방황을 하고 '꿈'이라는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먼저 하라고. 불현듯 반항심이 밀려온다. 화도 났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한 발판으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바꿔 말한다면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 당장 꿈을 이룰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꿈'을 이룬다는 건 반드시 어느정도의 노력과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단, 내가 그일을 해야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소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문득 '三人行 必有我師' 라는 말이 떠오른다. 세상은 혼자서 만들어가는 게 아니듯이 내 꿈일지라도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건 틀림없이 중요한 일일게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다녔다는 저자의 이력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상위 5%의 인간들이 지녔을 무언가를 가진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말처럼 내게도 꿈의 육하원칙이라는 게 보여질까? 책에 쓰여진대로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혜안이 생겨날까? 책을 읽으면서도 빅 픽처를 그리기 위해 필요한 다섯가지의 힘(관점, 목표, 관리, 창의, 소통)을 얻어낼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인생의 목적은 다른 누군가의 사랑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과 함께 저자가 보여주고 있는 큰 고래 그림이 내 앞으로 클로즈업 된다. 어떻게 해야 후회없는 인생을 살까 고민해야 할 인생의 나이에 나의 고래는 얼만큼의 크기로 그려져 있는지 궁금해진다. 아직 그 그림이 고래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는 것은 왜일까? 아직은 늦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보여준 하버드대학 교수의 말을 메모한다. 성공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것들 : 제대로 참석하기. 할 말 다하기. 팀으로 일하기. 포기하지 않기. 다른 사람을 이끌어주기... 잘 기억해두면 모든 일이 잘 풀릴거라는 그 말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러나 제자리를 지킬 것! 남들이 하는 일을 내가 꼭 해야 할 이유는 없으니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을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잊지 말자. 하쿠나마타타!!! /아이비생각

 

 

빅 픽처는 말 그대로 '큰 그림'을 의미한다.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고 인생을 좀 더 멀리 조망할 수 있는 힘이고, 더 많은 사람과 협력할 수 있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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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세계사 - 제멋대로 조작된 역사의 숨겨진 진실
엠마 메리어트 지음, 윤덕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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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수용소'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 '강제 수용소'라는 말과 '집단 학살 수용소' 라는 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썼던 그 말은 주로 감금을 목적으로 사용했던 곳이고,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만든 곳이 바로 '집단 학살 수용소'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당연한듯이 강제 수용소라는 말을 썼을까? 더군다나 아우슈비츠보다 더 비인간적이었던 곳이 훨씬 많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왜 유독 아우슈비츠만 배워야 했던 것일까? 한가지 예로 들어 이야기 한 것이지만 우리가 배워왔던 것에 대한 오류는 상당히 많다. 그 오류를 바로 잡겠다고, 혹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도 그다지 오래된 일은 아닌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바뀌지 않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지 때로 난감해지기도 한다.

 

이 책 역시 그런 오류를 바로 잡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세상에 나온 듯 하다. 하지만 이미 이런 류의 책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제에 눈길이 가는 것은 내가 믿고 있었던 것이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일 것이다. 사람들의 심리가 그렇다고 하지 않는가? 한번 믿었던 것을 부정하고 버려야 한다는 걸 두려워 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 하는 말이기도 하다. 오래전 프랑스의 사형 집행 방법이었던 길로틴이 사람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일테지만 그 사형도구를 만든 이가 길로틴 박사가 아니라 독일의 악기 제작자이자 엔지니어였던 토비아스 슈미트였다는 것과 처음에는 루이송으로 불렸었다는 것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오죽했으면 길로틴家에서 단두대의 명칭으로 길로틴이라는 이름을 쓰지 말아달라고 청원했겠는가 말이다. 결국 그 집안은 아예 가문의 성을 바꾸었다고 하니 한번 결정되어져 많은 사람의 일상속에 자리잡게 된 것을 바꾼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미국과 호주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보내졌던 죄수들로 만들어진 나라라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그런데 그 당시 영국과 아일랜드의 형벌제도가 바로 죄수 유배였다고 하니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몹쓸 상황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식민지 유배가 영국으로써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지만 그들을 버렸던 건 어니었다. 비록 범법자들이었지만 그들을 여러 방면으로 배려했다. 그들이 타고 갈 배의 점검은 물론이고 병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질병 감염 여부를 검사하기도 했다. 항해 도중 죄수들의 생활도 그랬다. 종교생활도 허용되었고 일정량의 레몬주스를 지급해 괴혈병 예방에도 힘썼다고 한다. 더구나 그들은 강제 수용소에서 죽도록 노동에 시달렸던 것도 아니라 한다. 물론 규율이 매우 엄격했다고는 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기능에 따라 작업을 할당 받았다는 사실은 꽤나 놀랍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허구에 진실이 묻힌다는 거였다. 여러가지 목적으로 변질된 오류도 물론 있겠지만, 영화나 소설과 같은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소재들이 마치 정말로 그랬었던 일인양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왠지 껄끄럽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었던 것처럼 검투사는 죽을 때까지 싸웠을까?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리던 카우보이와 인디언의 싸움처럼 서부 개척시대는 정말로 무법천지였을까? 놀랍게도 정답은 그렇지않다! 였다. 영화를 통해 그렇게 믿고 싶어했고, 또 그렇게 믿었을 뿐이다. 추수감사절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와 같은 의문점들이 이 책속에 많이 담겨있다. 사실과 허구는 종이한장 차이란 생각이 든다. 보고싶은 것만 보려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하고, 한번 믿은 것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우리 생각의 오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질기고 더 깊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을 덮으며 어쩌면 우리의 이기심과 오만이 더 많은 오류를 만들어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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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
이희근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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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촌이 있었다. 지금의 성균관 대학부근이었을 것이다. 알다시피 성균관은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왕세자도 입학하여 공부를 하던 곳이었다. 문묘로써 공자에 대한 제사를 지내야했기에 때에 맞춰 왕도 드나들었다. 지금도 성균관을 답사해보면 노비들이 살던 공간이 남아 있음을 볼 수 있지만 성균관 주변에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재인이라고 불리우던 백정이었다. 백정이 도살업에 종사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제사를 지낼 때 소를 잡아야 했으므로 그들이 필요했을 터다. 그들에게는 현방 혹은 다림방이라고 하는 고깃간을 독점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고 하니 먹고 살기 위해 모여든 백정의 수는 점점 불어났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최고의 교육기관에서 공부하던 유학생들이 그들을 과연 사람취급이나 제대로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는 해도 도살업이 생업인 백정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게다. 숙종 때에는 성균관에 들어가 일을 하던 노비의 수가 3,4천명 정도였다고 하니 반촌의 크기를 미루어 짐작할 만 하다. 그렇게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던 백정.. 그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살았는지 궁금했었다.

 

우리가 알다시피 백정은 천대와 멸시의 대명사였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모양이다. 백정은 본래 양인이었다는 말이 새삼스러웠다. 왕조의 호적문서에도 '양인'으로 표기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업수임을 당하며 살아야 했을까? 얼마나 멸시를 당했는지 백정은 양인임에도 불구하고 갓도 쓰지 못하고 패랭이를 쓰고 다녀야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보통 사람들이 부모상을 당했을 때 죄인이라는 의미로 쓰고 다녔던 것이 패랭이였다고 하니 항상 죄인취급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게 백정이었음을 알게 한다. 천민 중의 천민 백정. 그들을 통해 우리 민족의 쓰라린 역사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또다른 주제, '과연 우리는 단일민족인가?' 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는 정말 많이도 이민족의 침략을 받았었다. 간혹 그렇게 많은 외침을 당하고도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을 하나의 자긍심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그렇게 좋은 의미로만 해석되어질 수 없다는 걸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다문화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전해줄 수 있는 주제가 아닌가 싶다. 유난스럽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작금의 세태만 보더라도 이런 주제를 다루었다는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다.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문화'속에서 살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책, 정말 놀랍게도 반론을 제시할 수가 없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공감하는 부분이 꽤나 많았다. 지금까지 외면당한 채 아픈 역사를 짊어지고 살아왔을 그들의 후예들이 다름 아닌 우리였다는 것을 누가 부정할까 싶은 생각도 들게 한다. 거란족의 침입부터 몽골족에, 그리고 임진왜란으로 인해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리게 된 일본인들까지 서글픈 우리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과연 우리가 단일민족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겨나기도 한다.

 

북방에서 내려 온 침입자들의 문화가 유목민이기도 했지만, 거친 생활의 한 단면만 보더라도 말을 잘타고 짐승을 잘 다루었다는 걸 눈치챌 수가 있다. 그런 그들이 고려와 조선이라는 나라에 머물며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을 쉽게 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또한 거란족의 일부가 제주도에 남아 말을 키우며 그들만의 생활방식을 고수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놀라웠다. 재미있는 것은 북방의 유목민들이 자리를 잡게 되면서 고려와 조선이 육식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한가지만으로도 사회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탔다. 도살로 인해 생겨나는 고기와 가죽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때문이다. 약삭빠른 벼슬아치들의 냄새나는 탐욕은 어디에서나 앞장을 섰다. 예나 지금이나 일하는 놈 따로 있고 먹는 놈 따로 있는 건 정해진 이치(?)인 모양이다. 그것뿐일까? 그들을 통제하고 다스리기 위해 그칠 줄 모르고 시행되었던 '제민화정책'은 끝내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산을 잘타고 총을 잘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때는 무조건적으로 끌어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했다. 정말 아찔한 일이 아닐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리땅에 머문 이민족의 수가 생각보다 많았다는 거였다. 고려시대에도 있었다는 백정. 그들이 조선시대를 살아내면서 얼마나 지난한 세월을 보내야 했는지 우리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었다. 같은 백정일지라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의미가 왜 그렇게 달라야 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그들이 그토록이나 천대받는 백정으로 살아가게 되는 과정과 이유가 내게는 너무 아프게 다가왔다.

 

각설하고, 백정으로 분류되었던 사람들은 대개가 한반도의 토착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들어온 거주민들... 고려시대만해도 거란족은 화척으로, 몽골족은 달단으로 불리워졌던 그들이 조선시대에 와서 백정으로 불리게 되는 역사적인 사실은 어찌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생활습성에 따라 소나 돼지를 잡으며 도축 전문가로 살았던 그들로 인해 조선시대에 쇠고기를 구워먹는 유행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포수라는 말도 사실은 그들 이민족을 불렀던 말이라는 걸 지금에사 알게 되었다. 다시한번 생각해봐도 이 책의 주제는 정말 흥미롭다. 우리가 결코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요즘 우리 앞에 우뚝 선 '다문화 가정'의 씁쓸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주 오래전에도 우리의 바다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었던 그들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진짜 '서울토박이'는 한반도 재래 거주민이 아니라, 깊은 산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호랑이와 표범, 멧돼지와 조류를 사냥하며 살았던 거란족의 후예라고 보는 게 옳다... 는 말은, 처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귀를 의심할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이 책을 찬찬히 읽어보면 수긍하게 될 것이다.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을 이제는 제대로 보고 알아야 할 때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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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다지 - 조선을 꿈꾸게 한 일곱 권의 책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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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 ' ... '만약'이라는 말은 왠지 우리를 설레게 한다. 만약에 내가, 만약에 당신이, 만약에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꿈꿀 수 있는 일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현실에서는 되지 않는, 혹은 될 수 없는 일들은  '만약'이라는 말을 앞세우면 신기하게도 마술을 부린다. 부질없는 꿈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니 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 정말 경이롭기까지 하다! 기발한 상상력이지만 아마도 정말 그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우리에게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역사의 한 단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자가 아무리 실존했던 인물이 아니라 말해도 우리는 다 안다. 그사람이 바로 소현세자라는 것을. 병자호란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면서도 굳이 상상이라고 말하고 있는 작가의  '비극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는 말 한마디가 작은 울림을 전해준다.

 

' 幻多志 '... 많은 사람을 꿈꾸게 하라!  이 멋진 말이 불러왔던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왜? 그것은 간단하다. 아무리 상상이라고는 하지만 역사에 관한 해박한 지식없이는 나올 수 없는 주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의 상상은 책을 읽을수록 깊이 빠져들게 한다. 비록 그 일곱 권의 책이 역사에는 없는 책이라 할지라도 그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을법한 시대가 아니었는가 말이다. 당장의 안위와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서 스스로를 닫아버렸던 조선의 지식층들에게 열린 시각이 조금이나마 있었더라면 아마 그 후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일찌감찌 실학에 눈을 뜬 지식인도 있긴 했지만 그들이 걸어야 했던 길은 너무 험난했다.

 

책을 읽으면서 그 일곱 권의 책제목이 실소를 머금게 한다. 개개인이 재능을 뽐내고 세상과 소통하게 만들어준다는 명경 유투보 愉透寶.. 지금의 유튜브YouTube 와 비슷한 발음이라니! ⊙_⊙; 달을 점령하기 위해 선진국과 기술을 겨루는 飛月車는 또 어떻고?  당장에라도 책속에서 요즘 대세인 싸이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또한 우리가 나로호 발사를 성공했던 게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작가가 추리해 낸 그 일곱 권의 책속에는 지금의 우리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니 그 시대에 그런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었을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청국에 볼모로 끌려갔다가 일시 귀국했던 세자가 암살당하면서부터다. (실제로도 소현세자가 독살당했다는 이야기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자신의 동생에게 이상한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다. 엉킨 실타래와 같던 그 유언의 속내를 찾아내고 싶은 대군 '휘운'은 세자가 되고 형님이 꿈꾸던 세상을 알게 된다. 백성을 꿈꾸게 하기 위해 책을 만들었으나 그 책이 묘하게도 자신을 향한 칼날이 되었지만 그 목표만큼은 살아 있었다. 세자가 꿈꿨던 세상이, 백성을 꿈꾸게 하라던 그의 목표가 주는 울림은 그야말로 끝내준다. 엉킨 실타래의 끝을 쥐고 있는 '설'과 세자의 동생 '휘운'의 러브스토리는 애틋한 덤이다. 소현세자와 세자빈강씨는 당시의 조선과는 어울리지 않게 열린 마음을 가졌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비록 볼모의 신세였으나 나름대로의 처세술이 대단했던 두사람의 죽음은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생각해봐도 땅을 칠 일임에 분명하다. 생각지 못했던 마지막 반전에 허를 찔렸다. 역사에 대한 담담한 꾸짖음처럼 들리기도 하는 반전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의 또다른 묘미는 바로 그 마지막 반전이 주는 놀라움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볼 때마다 안타까웠던 우리 역사의 아픔 한쪽을 이렇게 치유할수도 있구나 싶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비생각

 

 

"눈이 더러움을 잠시 덮어주는 것 같이 보이지만, 눈 밑의 추악함은 그대로입니다. 눈이 녹으면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되어 있지요. 눈 같은 정치를 원하십니까? 전 저하께서 비 같은 정치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선이 반드시 버려야 할 과거의 정치적 아집, 편견, 광적 집착과 당쟁을 비처럼 씻어내십시오. 비가 내릴 땐 잠시 스산하고 추적거릴지 모르나, 비 내린 후의 청명함은 눈 녹은 후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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