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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평점 :
참 따스했다. 오래도록 그 여운을 붙잡고 싶었다. 이렇게 가슴 따스한 여운을 얼마만에 느껴보는지... 죽음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 어쩌면 맞이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지 않을까? 멀리 있는 듯해도 항상 가까이에 머무는 그 것. 행복과 불행처럼 삶과 죽음도 등 뼈가 붙어버린 쌍둥이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내의 죽음과 함께 찾아온 아내의 선물. 그 선물의 포장을 뜯었을 때 남자는 알아버렸다. 아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바로 사랑이었음을. 그 사랑으로 인해 함께 갈 수 없는 길로 아내를 온전히 떠나보낼 수 있었음을. 남자의 직업이 교도소의 직업훈련 교사라는 게 내게는 왠지 좋은 느낌을 주었다. 나무를 만지고 그 나무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그의 일상이 한장의 그림엽서처럼 정겨웠다. 그가 아내와 함께 세상속으로 나간 수형자들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며 그들과 함께 웃었을 그 시간들이 애틋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죽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아내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어지는 하나의 여행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엮어가는 삶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인데 어떻게 이토록이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 수 있는지...
만약에 이런 편지를 내가 받는다면 나는 어떤 감정이 생길까? 자신을 고향의 바다에 뿌려달라는 한 통의 편지와 함께 고향 우체국에서 받아야 할 또 한 통의 편지를 유서로 남긴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남자는 편지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캠핑카의 옆자리에 아내의 유골함을 싣고. 이미 함께 떠나기로 약속되었던 여행길이었기에 그의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편지를 받을 수 있는 기한은 12일뿐이다. 그리고 아내의 마지막 편지를 받고 뜨겁게 눈물을 흘려야 했던 남자. 결국 남자는 아내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게 된 셈이니 바다에 아내를 뿌리면서도 행복했을 것이다. 여행길에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아픔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또하나의 함정처럼 가슴 언저리를 시리게 한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남자의 여행길에 동행하게 되고, 그 여행의 종착지에 다다라서야 동행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깨닫게 된다. 자신보다는 타인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현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가,라는 것이다.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어요. 그리고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답니다."... 아내의 이 한마디가 얼마나 많은 울림을 주는지 알게 된 남자에게 찾아 온 변화. 내가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며 힘겨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것이 내게 있으니 그것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 소심하고 수동적이었던 남편을 위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해 준 아내의 마지막 선물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어떻게도 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며 힘겹게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도 뜻하지 않은 선물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영화로 만들어져 영화와 소설 모두가 호평을 받았다는 말이 보인다. 영화도 보고 싶고, 그의 전작이라는 <무지개 곶의 찻집>도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책을 읽으면서 일전에 읽었던 <코끼리의 등>이 생각났다. 또다른 죽음의 형태를 보여주었던 작품이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죽음처럼 사랑 역시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는 거였다.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어쩌면 모두가 '나'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의 또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책을 읽는동안,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동안 따스했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