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모든 것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지음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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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사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또 모여서 한 달이 되고, 그 한 달이 열두번 지나가면 그것을 우리는 일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일년이라는 시간속에 그렇게나 많은 일이 일어났었다는 걸 지나고 난 후에야 알아버리는 어리석음속에서 나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알았다. 정말 새삼스럽게. 1994년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그 2년후에 아들녀석이 태어났으니 나는 목하 연애중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토록이나 아팠던 일이 그 1994년에 일어났었구나...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일도 그렇고, 성수대교가 무너져내린 일도 그렇고, 엄청나게 놀랐던 박한상이 사건도 그 때였구나... 지나가버린 시간들이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내게로 달려들었다. 내 젊은날의 기억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놀라움은 무엇일까? 1985년 한여름이었을 것이다. 중공기 조종사가 망명하기 위해 경폭격기를 몰고 우리나라 상공으로 침투했던 날을 기억한다. 느닷없이 들려오던 사이렌 소리와 "실제상황입니다" 를 반복하는 방송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때 논산의 어느 개울가에 있었을 것이다. 친구들과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넋을 놓았었는데 다행히도 무사하게 마무리되었던 사건중에 하나였다. 북한의 김일성이 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일성이 죽었대!" "뭐라고? 언제?"  전화를 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그 진위여부를 되물어야 했지만 그 때도 역시 '전쟁'이라는 단어를 떠올려야만 했었다. 그렇구나, 우리는 그렇게 많은 사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맞이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보냈던거구나...

 

90년대 중반, 당시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내는 세 친구의 이야기는 어느 누구나 겪었음직한 청소년기의 흔들림과 아픔을 담아내고 있다. 마치 무엇이든 함께 할 것처럼 그렇게 붙어 다녔던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펼쳐지고 있다. 세미와 준모, 지혜의 시선을 통해 혹은 그들 각자의 생각을 통해 90년대라는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돈많은 조부모 밑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내야 하는 세미의 시선속에 부유층의 단면을 담아냈다면, 자신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상대에게 욕을 하게되는 뚜렛 증후군을 앓고 있는 준모에게서 우리가 외면하려 애썼던 사회의 구석진 모습을 보게 되고, 한번 보거나 들은 것은 절대로 잊지않는 기억력의 소유자 지혜는 당시 학생들의 상황이 어떠했는가를 한번쯤 되짚어 볼 수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성장소설쯤이라고 말해도 틀리진 않을 것 같다. 그들이 간직해야했던 끔찍한 비밀하나만을 제외한다면. 각자의 비밀과 상처를 안고 살기에도 버거웠을 그들에게 지은이는 어쩌자고 그토록이나 무겁고 힘에 겨웠을 비밀을 공유하게 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 우리는 곧 어디엔가 도착할 것이다. 계속, 살아갈 것이다." ... 어쩌면 이 한줄의 글귀가 이 소설의 주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쳐간 것도, 앞으로 내게 올 것도 모두가 내 것이다. 그 속에 내 모든 것이 담긴다. 나는 묻고 싶었다.  안녕, 이라고 인사나눌 수 있을 때 그것들은 내게서 완전하게 떠나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한번 뒤돌아보게 되는 내 지난날의 모든 것... 우리는 모두 지나난 것들을 향하여 '안녕'이라고 웃으며 인사할 수 있으려는지... 기억송환! 다시 있었던 그 자리로 돌아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지내주길!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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