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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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의 기록만 보더라도 당시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성추문 사건의 주인공인 어우동. 당시의 학자 성현은 그의 책 <용재총화>에서 그 사건을 말하고 있다. 어우동의 계집종까지 남성을 알선해주고, 심지어 어린 소년까지 쾌락의 대상으로 삼았다고. 어우동이 종친부터 노비까지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음란함을 행했다고 하였는데 그 결과는 묘했다. 어우동만 교형에 처해진 것이다. 사통한 자를 끝까지 추문하여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정광필의 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에 연루되었던 남자들은 후에 다시 복직을 하고 평안을 누렸다. 무슨 연유에서였을까? 일부 신하들이 어우동을 사형시키는 조치에 반대를 했다고는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죽음을 묵묵히 받아들였다는 여자 어우동. 바로 그 점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당시의 성종은 무엇보다 조선의 사회 풍속과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애를 썼다고 하니 성리학의 정착을 위한 조치가 아니었나 싶은데 어우동의 처형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는 <용재총화>의 기록은 이채롭다. 결국 남성중심의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한 하나의 선례였을 뿐이었다는 말도 될 것 같다. 공교롭게도 폐비윤씨 사건 또한 성종대에 일어난 걸 보면 말이다. 성리학으로 말미암아 우리에게는 남성중심의 사회가 오게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남녀 차별이 없었고, 아들과 딸이 균등하게 상속받았으니.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어우동은 단지 '음녀'였을 뿐일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묻는 작가의 말에 나는 공감한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소박데기가 되어버린 자신을 돌아보며 남은 생을 한스럽게 살아갈 필요는 없었다고. 허난설헌의 허망한 삶을 살펴보더라도 나는 그녀, 어우동의 사랑놀음이 내포한 속깊은 고통을 모른 척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이 책은 사랑했기 때문에 국가권력에 의해 비극적 죽임을 당한 여인들을 다룬 3부작 중 그 마지막 자품이라 한다. 동성애 스캔들을 다루었다는 <채홍>과 양반가의 간통사건을 그렸다는 <불의 꽃>을 나는 아직까지 읽지 못했다. 그러나 어우동을 보면서 전작의 여인들을 만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이 작가의 마니아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작가의 산문집 <모욕의 매뉴얼을 준비하다>를 읽으면서 뭐지? 싶었었는데 일전에 보았던 <영영이별 영이별>과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작가의 문체가 짧으면서도 강하게 와닿는 여운이 좋았었다. 사랑을 통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어우동도 역시 그랬다. 묘하게 끌려드는 매력이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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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밥상 - 남는 재료 없이 알뜰하게 차리는 일주일치 장 보기 & 레시피
나희주 지음 / 미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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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리를 잘하지도 못하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먹는 거라도 좋아하면 내가 먹기 위해서라도 움직일텐데 딱히 그렇지도 않으니 문제다. 주부 20년차를 넘어서도 아침 먹고 돌아서면 점심때 뭘 먹을까 걱정하고 어찌어찌 점심을 때우고(?) 돌아서면 또 저녁 걱정이다. 나만 그런가? 둘러보면 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주부라면 대체적으로 공감할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라는 말만 보이면 목을 길게 빼고 들여다보기를 몇 번, 하지만 내 미덥지 못한 요리솜씨를 포장해 줄만한 요리책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 요리책, 정말 간단하다. 이렇다하게 특별할 것도 없이 흔히 먹는 반찬들을 초간단 레시피로 소개해주고 있다. 덕분에 책을 본 다음날은 걱정없이 밥상을 차렸다. 그저 따라했을 뿐인데 아주 간단하게 해치운 것 같아 왠지 뿌듯함마저 생긴다. 주부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하는 밥말고 남이 해주는 거면 뭐든 맛있다고. 얻어먹는(?) 사람들이야 그게 뭐 걱정이고 고민이냐고 하겠지만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다. 시장엘 나가봐야 맨날 그게 그거라 선뜻 손내밀어 잡지 못한다. 그렇다고 매일처럼 색다른 반찬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닌데 장바구니 들고 시장엘 간다는 게 어떨때는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결국 식구들 좋아하는 걸 선택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맨날 그 타령인 것이다. 한때는 누군가 식단을 짜주면 그것에 맞춰 먹어야지 했었다. 그런데 그것도 맘처럼 쉽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께서 해주는 밥상만 받아 먹었다는 말에 살풋 웃음이 난다. 다 그런거지 뭐....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계량법이었다. 계량스푼이 어쩌고 계량컵이 어쩌고 하면 솔직히 머리 아프다. 그런데 숫가락으로 대충 맞춰주는 계량법이 정말 맘에 들었다.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양념들도 특별할 게 없다. 그야말로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양념들뿐이다. 국물 맛을 내기 위한 재료들 역시 그렇다. 어떻게 보관하면 좋은지까지 알려주고 있다. 장보는 법이야 늘 주변을 맴도는 정보만으로도 충분하다. 낚이지만 않으면 된다. 곁다리로 붙어오는 것에 눈길 주지 않으면 되고 싸다는 이유로 두세개씩 사지 않으면 된다. 나같은 경우에는 목록을 메모해서 그것만 사면 끝이니 별다른 걱정은 없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샌드위치를 잘 해먹는데 이 책에서 소개한 바나나 샌드위치나 으깬 감자 샐러드 샌드위치는 아들녀석이 좋아할 것 같다.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식이나 여유롭게 주말에 해 먹을 수 있는 것, 색다르게 먹는 한 그릇 스페셜과 같은 요리는 종류가 그다지 많지 않아 좀 아쉽다. 크게 사계절로 나누어 밥상을 차려내는 맛이 정말 일품이다. 그럴듯하게 포장만 요란한 요리보다는 이렇게 특별할 것 없어 보여도 밥상을 차려내는 사람의 마음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요리책은 많지 않을듯 하다. 그야말로 집밥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밥상 차려내는 게 고민인 주부라면 이 책만 따라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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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01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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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0일생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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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만나게 되어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돌아오는 소문처럼 나로부터 비롯되어진 것들은 찾지 않아도 내게 돌아오는 게 인지상정이다. 25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장소에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두 여자의 인연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어진 것인지, 비굴한 인간의 욕망에 대해 외면할 수 없는 강한 공감을 형성하는 건 왜인지... 내가 잘하면 자손이 복을 받는다는 말은 그저 옛이야기에 불과한 말일까? 그러나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으며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든 것이 내게서 끝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소설은 상당한 매력이 있을 듯 하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왠일인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말드라마나 아침드라마를 보고 난 듯한 여운처럼.

 

2월 30일생이라는 제목이 시선을 끌었다. 달력에도 없는 날짜에 태어난 사람이 누구일까? 제목속에 숨겨두었을 많은 것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심하게 엉켜버린 실타래를 풀듯이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토록이나 복잡한 복선을 깔아 놓을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나름대로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굴곡이 느껴지지 않는 흐름은 안타까웠다. 딱히 이렇다하게 느껴지는 감정선 하나없이 책장이 넘어갔다. 반전이었을지도 모를 부분조차도 그저 그런 느낌으로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현재와 미래라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이채로웠다. 현재를 통해 과거를 보고 그 과거와 현재속에 미래가 들어있다는 설정은 흥미로웠다. 이 작은 이야기속에서조차 역사는 이긴자의 기록일 뿐이라던 말을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책속의 말처럼 인간의 삶은 힘있는 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진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간은 끝없이 욕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나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다면 지난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예리하게 파고드는 시선은 없는 것 같다. 한사람의 과거로 말미암아 나열하듯 펼쳐지는 죽음의 현장을 보면서도 어떤 긴장감이나 짜릿함은 찾을 수 없었다는게 솔직한 나의 말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미리 예측되어버리는 다음 장면은 아무래도 좀 그렇다. 이 책을 통해 뉴웨이브 문학이라는 말을 다시 보게 된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중간소설을 의미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한마디로 말해 작품성과 재미를 동시에 갖춘 문학 장르라는 말인 듯 하다. 어쨌거나 2월 30일에 태어난 한여자의 아픔과 슬픔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른다. 해결되지 못한 채 현재의 우리에게 고스란히 넘어온 역사의 한페이지인 것이다. 이제 알게 된 이상 우리에게는 그것을 해결해야만 하는 숙제로 떠안을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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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곽효환 지음, 이인 그림 / 교보문고(교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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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호승의 <수선화에게>,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서정윤의 <홀로서기>,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고 묻던 안도현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와 같은 시들은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내 곁을 맴도는 시들이다. 진정한 교복세대였던 나의 학창시절에는 광화문 거리에 나가면 예쁜 그림과 어울어진 시를 손글씨로 모양을 내서 표구를 하던 표구점이 많았었다. 어디 그것뿐일까? 그 뒤로 환상적인 그림과 함께 시한구절씩 적힌 껌종이를 모으는 것이 하나의 취미처럼 자리잡을 때도 있었다. 가끔 근현대사를 주제로 다루는 박물관에 가면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이다. 감히 말하건데 그 때는 지금처럼 이렇게 삭막한 세상은 아니었다. 한 줄의 싯구에도 가슴 절절함을 전해받을 수 있는 따스함이 우리에게는 있었다는 말이다.

 

詩, 어찌보면 참 쉬운듯도 한데 작정하고 들여다보면 그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인생이나 자연현상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느낌을 언어로 표현했다고는 하지만 같은 것을 보고도 각자의 느낌으로 달리 표현하니 그것을 읽는 사람조차도 그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석이 달린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온전히 나만의 감정으로 해석하고 받아 들이고 싶은 욕심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해석이 필요한 시도 많다. 교묘하게 비틀린 사상이 그 안에 담겨있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많은 사람이 한편의 시를 보며 공감을 하고 그것으로부터 작은 위안을 찾아내는 경우는 대체적으로 시가 어렵지 않다는 거였다. 자기만의 어떤 사상을 詩속에 담기보다는 더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도록 쉽고 편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닌듯 하다. 책속에서 같은 봄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의미가 서로 다른 작품을 보게 된다. 김종해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와 김종철의 <봄날은 간다>처럼 말이다. 상처없는 사랑과 삶은 없는 거라고, 삶의 여정에는 어쩔 수 없이 喜怒哀樂이 있으니 순리대로 살면 되는거라는 말인텐데 와닿는 느낌이 다른 걸 보면 詩라는 게 참 묘하다.

 

이 책속에 소개된 시는 중앙일보에 연재되었었다. '시가 있는 아침' 이라는 제목이 좋아서 즐겨보았던 부분인데 다시 책으로 보니 반갑다. 하지만 어려운 시는 다시 읽어도 어렵다. 역시 내게는 쉽게 다가오는 느낌의 언어들이 맞는 모양이다.

 

오일마다 어김없이 열리는 관촌 장날

오늘도 아홉시 버스로 장에 나와

병원 들러 영양주사 한대 맞고

소약국 들러 위장약 짓고

농협 들러 막내아들 대학등록금 부치고

시장 들러 생태 두어마리 사고

쇠고기 한근 끊은 일흔다섯살의 아버지,

볼일 다 보고 볕 좋은 정류장에 앉아

졸린 눈으로 오후 세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기력조차 쇠잔해진 그림자가 꾸벅꾸벅 존다

이런 시를 가만히 읽다보면 마음 한켠이 따스해진다. 이병일의 시로 제목이 <어떤 평화>다. 머리속에 그려지는 그림을 따라가다보면 늙으신 아버지의 작은 평화를 나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정철훈의 시처럼 묘한 끌림이 느껴지는 시도 있다.

 

폭풍 몰아치는 밤

빼꼼히 열린 문이 쾅 하고 닫힐 때

느낄 수 있다

죽은 사람들도 매일밤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는 걸

내 흘러간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자정에 일어나 앉으며> 라는 제목을 보면서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쩌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보았음직한 상황인데 짧은 문장속에 숨겨놓은 말하지 않은 어떤 의미들로 인해 문 닫히는 소리가 내게도 들려오는 것만 같다. 정말이지 詩라는 게 참 묘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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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력 - 평범한 생활용품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
김상규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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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끔씩은 하늘을 보자고, 어쩌다 가끔씩은 무릎 아래 피어난 꽃한송이의 미소에 답해보자고, 어쩌다 가끔씩은 스치는 바람결에 마음을 맡겨보자고, 그리고 한번쯤은 천천히 천천히 거리를 걸어보자고 ... 언제부터인지 우리 곁을 맴도는 하나의 주제다. 세상이 빠름빠름만을 외쳐대는 디지털시대에 지쳐가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두가 빠르게 달리기만 하니 그들을 이기려면 더 빨라져야 한다는 게 현재의 모순이다. 날듯이 뛴다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 뒤돌아본다는 건 결코 뒤처지는 게 아닐텐데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뒤돌아봄에 대해 이상한 편견을 갖기 시작한 듯 하다.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하다는 말은 이론에 불과할 뿐이다. 일상속에 행복이 있다는 것도 그저 글자와 소리로만 머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소소한 것들로부터 작은 위안을 찾아낼 수 있는 순간이 우리에게 찾아오기도 한다. 별 것도 아닌 게, 그저 그런 것일뿐이라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것들이 가끔씩 보내오는 위안의 순간은 특별하다. 잃어버린 어떤 것에 대한 향수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한창시절에 너무나도 갖고 싶어했었던 삼성 마이마이카세트를 떠올렸다. 그거 하나만 가져 봤으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하다가 손에 넣었던 순간, 벅차오르던 그 환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때는 카세트테이프에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만 골라 녹음해주던 레코드방도 있었다. 그랬던 카세트테이프들이 지금도 우리집 한구석에 남아 있는데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무용지물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속에서 소개해주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는 진했다. 늘 곁에 있어주었지만 그것이 어떻게해서 생겨났는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작은 관심조차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 그 많은 것에 대해 미안함이 몰려온다.

 

일단 사라지는 것에 대한 예의부터 시작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오호, 그랬단 말이지? 하는 마음이 생겨나게 한다. 그러고보면 많은 것은 서로 공존한다. 공생관계라는 말이다. 사라진 듯 하지만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는 것들이 새삼스럽다. 도시의 일상에 뿌리내렸다는 생산라인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동물을 닮은 것에 대한 것들을 말할 때는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건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그것들이 내미는 이력은 대단하다. 그랬었구나, 하며 공감하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 보여주는 관계와 상호 작용의 의미는 내 주변의 사물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언제부터였는지 거기 어딘가에 놓여있던 것들도 모르는 새 그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우리는 살아간다. 무슨 까닭일까? 뭐 이런것까지 관심을 두고 바라보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긴 하지만 그럼으로해서 내게는 지나간 것들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해 주었으니 나쁘진 않다. 사물의 이력, 새삼스럽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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