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사는 게 전쟁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도 치열하다는 말을 붙여서. 생각해본다, 정말 사는 게 전쟁처럼 치열한가? 문득 법정스님이 생각났다. 무소유를 외쳤다는 이유만으로 대단하신 분처럼 거론되었으나 진정한 종교인이었다면 그다지 어려울 일도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했었다. 모든 걸 버리라는 말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가 살아가는데 그렇게나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역설적으로 말씀하신 것뿐이었다. 그럼에도 버릴 수 없었기에 우리에게는 대단한 말로 들렸을 것이다. 세 평의 행복이라는 말과 연꽃빌라라는 이름이 내게는 각각의 의미로 다가왔다. 발뻗고 누워잘 수 있는 공간만 있어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던 어떤이의 말이 떠올랐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내 안의 어떤 것을 감추거나 위안받기 위해서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그 말에 나는 아니라고 말 할 사람, 과연 몇이나 될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굳이 저렇게까지 장식해놓고 살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버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속에서 이 책과 함께했던 시간이 너무 좋았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든가, 꼭 구체적인 사람이 아니더라도 머릿속에 그려진 틀 안에 스스로를 맞추려고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디에 있든 간에. 그 사람한테 어울리는 유형같은 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 그런 건 어디에도 없고 자기 머리로 생각해서 만들어 갈 수 밖에 없다고. (-140쪽}

 

옛사람들은 연꽃을 곧잘 군자에 비유했다. 진휽 속에서 꽃을 피운다고, 그럼에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맑은 향기를 품었다고. 빌라 이름이 왜 연꽃빌라인지는 모르겠다고 굳이 관리인의 입을 빌려 말했던 것은 아마도 변해가는 세상속에서 무너지지 않은 채 버텨내고 있는 세상의 한귀퉁이를, 그 고고함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다. 콘크리트 세상속에서 비록 다 쓰러져가는 옛날 가옥이지만 그 안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던 자연의 맛과 향기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품고 있을 유토피아가 아닐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 문틀은 비틀어지고 낡아 문이 제대로 열리지도 않고 세면장과 화장실은 공동으로 써야하는 집... 여기가 앞으로 내가 살 곳이다. 다다미 여섯 장, 세 평짜리 방에 작은 부엌만 딸린 집.... 교코가 이사를 하고 했던 말이다. 이름만 대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릴한 한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오로지 저축해놓은 돈으로만 살아보자고 시작한 연꽃빌라에서의 삶은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40년을 넘게 살았어도 자신이 보지 못하고 느껴보지 못했던 생활의 단면들이 그녀곁으로 다가와 한순간은 괴로움으로, 한순간은 절망처럼 그렇게 머물렀다. 그 생활속에서 봄꽃의 향기를 느끼고, 여름날의 해충들과 싸웠으며, 짧은 순간 스쳐지나가 버린 가을을 내내 기다리기도 했다. 추운 겨울이면 바깥과 똑같은 방안에서 추위를 견뎌내면서 그녀 교코는 알게 된다. 이것만으로 살아질까 싶었던 삶을 자신이 잘 해내고 있다는 것을.

 

마음이 놓이는 뉴스는 1퍼센트이고, 나머지 99퍼센트는 마음을 불안하게 만드는 내용들 뿐이다. (-209쪽)

 

책을 읽으면서 어느 틈엔가 교코가 되어버린 내 자신을 보았다. 너무 평온하고 너무 따스했다. 내가 살고 싶은 삶...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이러고 있는데... 생겨나지 않을지도 모를 99퍼센트의 불안을 버리지 못한 채 교코처럼 떠날 수 없는 내 자신이 거기에 있었다. 세상의 모든 잣대로 자신을 평가해야만 했던 교코의 엄마는 그런 딸을 부끄러워했고 숨기고 싶어했지만, 세상의 잣대보다는 마음의 평안을 먼저 생각했던 교코의 선택은 옳았다. 백퍼센트 온전히 좋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남겨진 삶에 대한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에서 찾아야 할테니까. 어린 조카가 찾아와 숨을 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던, 사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던 그 연꽃빌라에서 앞으로 살아내야 할 교코의 삶을 응원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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