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 폐허를 걸으며 위안을 얻다
제프 다이어 지음, 김현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행 산문집이라는 한마디때문에 손을 내밀었다. 여행서지만 장소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다는 말도 상당히 유혹적이었다. 장소를 이야기하지 않는 여행기라는 게 뭐랄까 한번쯤은 책장을 넘겨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불러왔다고 해도 맞는 말일 것이다. 정말 그렇다. 어디론가 떠나기는 했으나 그곳에 관한 소개글이 없다. 작정하고 떠난 것도 아니다. 그저 일삼아 떠났을 뿐이고 마음 내켜서 가방을 꾸렸다. 일상적인 여행을 생각했다면 이건 뭐지? 싶은 마음에 다시한번 책표지를 훑어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산문이라는게 상당히 주관적이다보니 공감대를 형성함에 있어서는 그리 크지 않을 듯 싶다. 보는 관광이 아니라 내면의 어떤 것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 책 여행서 맞아? 이렇게 묻고 싶을 정도로 책속에 등장하는 배경은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그 몇 안되는 배경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일상이 빼곡할 뿐이다. 거기 그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풍경이 이채로웠다. 여행이라는 게 그렇게 특별한 취급을 받을 필요는 없는거라고, 거기 그곳에서 느끼는 것들이 모두 여행의 한페이지라는 걸 알게 해 준다. 파리에 가서 베르사이유궁전이나 루브르박물관만을 보고 왔다면 그것은 파리에 가 본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파리의 뒷골목을 찾아가고 그곳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했으면서 파리를 보고 왔다고 말할수는 없는거라던 어떤 이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런 여행을 한다는 게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앎에도 그 목적이 있을테지만, 짐작은 언제나 앎보다 재미있다. (-39쪽)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하는 것일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51쪽)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여행을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어서 살풋 웃음이 나기도 한다. 안내인이 있는 여행과 안내인이 없는 나만의 여행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에 적은 일들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만, 그중 몇몇은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났다" 고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말하고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가끔씩 이게 진짜로 일어났던 일인지 상상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신비로운 일이다. 그가 어디를 갔는지, 왜 갔는지는 묻고 싶지 않다. 그저 카메라 하나 둘러매고 가뿐하게 떠났을 것만 같은 그의 여행길에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던 곳에 다시 가본 적이 몇번이나 될까? 생각해보니 다섯손가락도 다 채우지 못한다. 좋았던 곳은 다시 가도 좋을까?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다시 가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바다에 가면 해파리에 쏘이거나 무슨 일이 생길까봐 멀리까지 나가 수영하는 사람만 바라보며 수다떨기만 하고, 논두렁길을 걸으며 서로 앞지르기도 하고 넘어질까봐 서로를 잡아주기도 하면서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성지에 가면 유적지가 뿜어내는 성스러움에 나를 동화시키려 애쓰는, 공놀이 할때는 온전히 공놀이에만 빠져들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여행이라는 이름표 밑에서 속살거리고 있다. 캄보디아 프레룹 사원에서 콜라를 파는 소녀와의 신경전은 정말 흥미로웠다. 별것 아닌 일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옆에서 보고 있었던 것처럼 이상한 쾌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여행 산문집이라고는 하지만 철저하게 혼자만의 독백이다. 하지만 그 짧은 이야기속에서 함께 느끼고픈 뭔가가 있는 듯 한 여운을 남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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