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떠나는 영성순례 - 이어령의 첫 번째 영성문학 강의
이어령 지음 / 포이에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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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이란 작가의 글을 참 좋아했다. 학창시절에 우연히 방송으로 보게 되었던 문학강의때문이었는데 그 제목이 한국, 한국인을 말한다로 기억된다. 오래된 기억이라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인상 깊었던 강의였음에는 분명하다. 초대문화부장관으로 발탁되었을 때는 은근 자부심까지 생겨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여전히 그의 이름앞에서 서성이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가 다루었다는 문학작품들 때문에 마음이 움직였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 앙드레지드의 <탕자, 돌아오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라는 제목들은 나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금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학창시절에는 세계문학전집을 읽는 걸 당연시했다. 경쟁하듯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고 그 시절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어 도전을 했었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아 여전히 진행중이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여럿이 모이면 삼가해야 할 대화의 주제중 하나가 정치와 종교라고. 그러나 어쩌랴, 저자가 종교인으로 거듭나신 탓에 이 책 역시 영성에 관한 주제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가 말하는 문학적인 요소를 보기로 한다. 문학작품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해석이 이채로웠다. 그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배경이라거나, 그 작품을 쓸 당시의 작가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는지를 알게 된다면 작품에 대한 이해도나 깊이는 달라질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명의 작가와 작품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그 전에는 그냥 읽었던 부분에 대해 다시한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저자가 극찬을 했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책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부분들이 작품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는 듯하여 왠지 마음이 끌린다. 꼭 읽어봐야지...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나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는 영화와 소설을 비교해가며 그 안에서 우리가 보고 느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흥미로웠다. 기독교에 대해 그다지 좋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저자가 찾아내 설명해주고 있는 종교적인 색채가 어떤 의미인지를 보는 것도 싫지는 않았다. 현재 우리 곁에 머무는 종교, 특히 기독교의 폐단이나 작금의 기독교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아울러 보여주고 있는 저자의 마음이 보여 왠지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문득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나니아 연대기>가 떠올랐다. 그 영화야말로 기독교적인 의미를 제대로 담고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그것을 알고 다시 보았던 기억이 있다. 숨은 그림 찾기도 아닌데 요소요소에 숨겨둔 의미들을 찾아낸다는 게 뜻을 둔 사람에게만큼은 의미있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저자의 안내로 새롭게 보게 된 다섯권의 문학작품을 만나는 시간은 괜찮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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