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에 핀 꽃들 - 우리가 사랑한 문학 문학이 사랑한 꽃이야기
김민철 지음 / 샘터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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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꽃들을 보았다. 반가웠다. 오래전에 접어버린 등산의 아쉬움이 다시 한번 밀려왔다. 한때는 꽃을 바라보며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 열심히 야생화사전을 들고 다녔었는데.... 그 때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꽃이 개불알풀물봉선이다. 봄이면 누군가의 시선을 잡고 싶어 안달 난 꽃들이 여기저기서 피어난다. 하지만 개불알풀은 다르다 (이건 순전히 내 감정인지도 모르겠지만^^) . 아무렇지도 않게 들판의 어느 곳에서나 작은 꽃을 피워내는 개불알풀의 이름을 몰라 얼마나 안타까웠었는지... 개불알풀은 꽃이라고 하면 틀린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 밭이며 들이며 아무데서나 보고자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음에도 우리의 꽃이 아니었다는 것과, 저렇게 이쁜 얼굴인데 어째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 속상해하기도 했었다. 물봉선도 개불알풀처럼 무리지어서 핀다. 그런 꽃들을 문학속에서 찾아낸 지은이의 많은 시간이 느껴져 내심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책속에는 많은 꽃과 나무가 등장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런 것까지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에...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꽃을 알고자 하고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을 테지만 그 덕에 나는 이렇게 편히 앉아 문학이라는 들판에 핀 꽃을 만날 수 있으니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그 다음으로 지은이가 꽃을 찾고자 했던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반가웠다. 작품속의 주인공들이 자기도 모르게 꽃에 비유되었다는 걸 알면 행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울러 그 작품에 대한 부연설명까지 해주니 금상첨화다. 김유정의 <동백꽃>이 생강나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그렇구나, 그럴수도 있겠구나, 고개를 끄덕거리며 책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동화(생각하는 동화나 어른을 위한 동화까지) 를 사랑하다보니 <오세암>과 <마당을 나온 암탉>,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왔던 앞의 두 작품은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곤 한다.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의 넋이 꽃으로 피어난 동자꽃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반면에 암탉 잎싹이 바라보았던 그 아카시아의 향기로움은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떻게 저렇게 멋진 비유을 생각해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단 몇줄로만 표현되어지는 꽃의 이미지와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는 주인공의 이미지를 함께 엮을 수 있었는지.... 한국 소설을 '야생화'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하니 더더욱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토지>의 주인공 서희와 아름답지만 가시를 달고 있는 해당화의 분위기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걸 보면서 감탄해마지 않았다.

 

지은이가 소개해준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책이 아닌가 싶다. 추천사에서 여기에 실린 작품들이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고 하니 아이들이 본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숨은 책들을 이야기 해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나름대로의 아쉬움이 생기지만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애쓰며 고민했을 시간들이 느껴져 내게는 위로가 되었다. 꽃이 문학을 더 풍성하게 했다는 지은이의 말처럼 작품속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의 역할은 상당히 커보인다. 상징성이 크다는 말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짚어주니 다시한번 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도 한다. 소문만 들었지 책도 영화도 아직 보지 못한 <은교>를 한번 읽어봐야지 한다.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통해 말하던 그 관능적인 때죽나무를 홍유릉으로 찾아가 나도 한번 보고싶다. 연리지나 연리목과는 왠지 다른 느낌을 전해줄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했던 꽃이 있었다. 강아지풀, 달맞이꽃, 기린초, 제비꽃, 찔레꽃... 이른 봄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방긋 웃어주는 제비꽃과 흔하게 볼 수 있는 강아지풀이 보이지 않아 내심 서운했다. 우리에게 왠지 모를 환상적인 이미지를 전해주는 달맞이꽃을 처음 보았을 때 그 평범함에 놀랐던 순간이 기억났다. 슬픈 전설을 안고 있는 찔레꽃도 나올 법 했는데... 남한산성길에서 유난히 많이 볼 수 있었던 기린초는 어느 작품속에 숨어 있을까? 나도 한번쯤은 작품속의 꽃들을 만나러 가봐야겠다. 지은이의 딸들, 이제는 꽃박사가 되었겠다 ^^. /아이비생각

 

백번을 강조해도 틀리지 않는 말 한마디가 있다.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제1철칙은 바로 '야생화를 있는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다.(-140쪽)

 

 

오래전에 만났던 개불알풀과 털제비꽃이다. 제비꽃은 보기와는 달리 종류가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야생화는 꺾거나 뽑히는 순간 아름다움을 잃게 된다.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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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의 하루 - 여인들이 쓴 숨겨진 실록
박상진 지음 / 김영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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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녀는 아웃사이더였을까?  서문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사상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우리는 아웃사이더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 면으로 볼 때 궁녀는 아웃사이더는 아니었을거라고 나는 생각하기에 하는 말이다. 단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았을 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자 했던 그늘속의 삶쯤이라면 될 것 같다. 그랬기에 궁녀들의 하루가 궁금했다. 우리가 알고자 하지 않았던 그녀들에게 하루라는 시간은 과연 의미였을까?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중에서도 크게 성공한 사람은 많았다. 단지 우리의 시선이 한쪽으로만 쏠린 채 역사를 논했던 탓에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다. 일단은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흥미로웠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궁안에 정말 그렇게나 많은 궁녀가 살았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천궁녀라는 것도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에 지나지 않는데 그 많은 사람이 궁안에서 살았다면 그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이 궁으로 들어가야 했을까 싶어서... 그 많은 것을 제공해주는 것이 백성이었던 까닭에... 미루어 짐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나를 놀라게 했다. 겨우 3,4세에 궁녀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다니! 생각시와 그냥 각시의 차이, 상궁이 되기 위해서 그녀들이 어떻게 해야 했는지, 궁녀들이 하는 일에 따라 혹은 직급에 따라 월급이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 궁녀들의 일상적인 생활모습은 어떠했는지..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궁녀들의 일은 세밀하고도 철저한 분업화 형태였다. 하다못해 번을 서는 일조차도 나이가 어린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 결혼한 사람, 결혼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지어 시간을 정했다. 궁녀들은 나인이라하여 직책에 따라 지밀나인, 침방나인, 수방나인, 세수간나인, 생과방나인, 소주방나인, 세답방나인으로 나뉜다. 각자 역할에 따라 독립적으로 궁중의 안살림을 맡아 하였는데 지밀을 제외하고 六處所라 하였다. 그 중에서 지밀나인과 침방나인들만 살펴보더라도 참 많은 사람이 필요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지밀나인이라하면 왕과 왕비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는 사람들이다. 잠자리를 봐주기도 하고 왕과 왕비의 일거수일투족에 관한 잡일을 봐주는데 거기에는 글을 대신 써주는 지밀상궁도 있었다. 글씨연습을 어찌나 심하게 시켰는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밥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침방나인만 하더라도 그렇다. 針房이란 궁중에서 바느질을 맡아하던 곳인데 왕의 옷을 만드는 사람이 다르고 왕비의 옷을 만드는 사람이 달랐다. 바느질 하는 사람, 수를 놓는 사람이 달랐다. 그 와중에서 자신의 옷까지 지어입어야 했다. 같은 음식을 만들어도 왕과 왕비의 것이 달랐고, 일반 음식과 잔치음식을 담당하는 일을 나누었으며 간식을 만드는 일 또한 분리되어 있었다. 일곱처소에서 그토록이나 세분화되어 있었으니 어찌 사람이 많이 필요치 않았을까? 거기다가 나인이 거느리던 사람도 있었다. 그들이 바로 무수리, 각심이(방아이), 방자, 의녀, 손님이라 불리던 여인들이었다. 손님이라는 이름은 궁 밖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으로 무수리나 각심이와는 달리 예의를 갖춘 말이었다. 손님은 대개 친정붙이이며, 보수는 후궁의 생계비에서 지출되었다고 하니 나름대로의 부는 축적을 해놓을 필요가 있었던 듯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흔히 우리가 무수리였다고 말하는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가 침방나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머니 최씨가 누비옷을 지을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여 영조가 그후로는 누빈 것을 취하지 않았다는 일화도 있다 한다. 참고하자면 무수리는 물긷는 사람을 말한다.

 

궁녀라 하면 보통은 상궁과 나인을 가리킨다. 경우에 따라서는 윗사람들의 잘못을 뒤집어쓰고 죽기도 하고, 정치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운이 좋아 임금이나 세자를 모신 후 품계가 올라가기도 했지만 그런 일이 생겨남으로 인해 죽음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번 궁에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나올 수 없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출퇴근을 했던 궁녀도 있었다. 모시던 상전이 죽으면 그를 따랐던 궁녀들도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어야 했지만 간혹 다시 궁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일에 따라서 결혼을 한 여인을 쓰기도 했다. 왕이나 왕족의 유모를 했다고해서 육아까지 모두 책임진 건 아니었다. 그녀들 사이에서 나름의 부정과 비리가 오가기도 했지만 궁안에서의 생활이 외로웠던 까닭에 형제처럼 의를 나누는 궁녀도 많았다.

 

그야말로 궁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궁녀의 역사나 궁녀를 선발하는 과정, 그녀들의 하루 일과나 일생에 대해서 그리고 그녀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어떤 일을 했으며 근무조건은 어떠했는지... 정말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세하게 알고나서 들었던 3부 궁녀들의 이야기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얼마전 신경숙의 작품으로 볼 수 있었던 <리진>에 관한 이야기도 보이고 갑부가 된 궁녀 이야기, 왕의 총애를 받았으나 스스로 삼가 모범이 되었던 궁녀 이야기, 마음속에 한 임금만을 품었던 궁녀 이야기등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역사는 지배층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렇게 우리가 보고자하면 보이는 것들도 많이 있음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세월은 변했는데 사람은 어찌 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순일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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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낯선 조선 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3
헨드릭 하멜 지음, 김태진 옮김 / 서해문집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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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조선 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부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로 흘러 들어온 외국인의 기록이다.  오래전에 읽었던 <표해록>이 생각났다. 제주도로 부임하여 근무하던 중 부친상을 당한 최부가 고향 나주로 가다 풍랑을 만나 중국땅에 도착하게 되어 겪었던 일을 기록한 글이다.  시종들을 포함한 일행 42명과 함께 많은 어려움을 겪은 뒤 명나라의 호의로 돌아오는 내용이지만 표류하던 배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당시 지배층과 일반 백성들의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 주기도 했다. 그들이 중국말을 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들이 중국에서 당한 일과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에 머물게 되었던 하멜 일행의 일은 당연히 나의 관심을 끌었다.  최부가 <표해록>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오기까지 겪었던 중에 중국의 기후나 도로상황, 풍속등 여러방면에 걸쳐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었기에 하멜이 소개할 우리나라의 모습 또한 궁금했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태고 싶다면 일전에 읽었던 강항의 <간양록>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포로가 되어 끌려갔으나 선비된 도리, 신하된 도리로 적국을 바라보던 강항의 시선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음이다. 포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훗날을 기약할 수 있었던 그의 기개를 높이 샀었다. 탈출을 꿈꾸었으나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그 와중에서도 적국의 군사적인 상황이나 생활모습을 찬찬히 살펴 우리의 잘못된 점을 지적할 수 있었던 용기도 감탄할 만 했다. 그렇다면 하멜은 돌아가 우리나라에 대해 어떻게 말했을까? 

 

이 책은 하멜이 표류되었을 당시부터 탈출하여 일본으로 갔고, 일본에서 일년동안 머물다 네덜란드로 돌아가는 여정과 조선국에 대한 기술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다. 하멜은 1653년 스페르베르호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중에 일행 36명과 함께 제주도에 표류했다. 조선으로 치면 효종에서 현종시기다. 북벌논란과 명분싸움이 한창이던 때였으니 외국인에 대해 열린 생각을 기대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때였을 것이다. 제주도를 떠나 내륙지방(전라도, 충청도)을 거치며 한양에 도착할 때까지 그들이 겪어야 했을 고충은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하다. 자신들을 관리하던 관료들의 성격에 따라 대우도 달라져야 했지만 그들은 그들나름대로 살 방도를 찾았다. 그러면서도 조선이 어떤 나라인지, 조선사람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노력했다. 조선인은 성품이 착하고 매우 곧이 듣기 잘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이나 믿게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말했다. 조선인은 피를 보기 싫어한다. 어떤 사람이 싸우다 쓰러지면 다른 사람들은 도망간다... 하멜일지에 써 있는 글이다.  가만히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를 바라보는 외국인들은 우리의 민족성을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그 때와 지금의 우리는 많이 달라져 있을까? 달라졌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알 수 없다...

 

조선국에 관한 기술이 과연 놀라웠다. 지리적 위치부터 기후와 농업, 종교, 주택, 교육, 장례, 무역, 문자와 인쇄, 국왕의 행차등 정말 상세하게도 기록하고 있다. 중국사신의 방문을 통해 자신들의 처지를 알려 이 나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부분이나 죄를 지은 자를 벌하는 조선의 형법체계를 논하는 부분은 왠지 씁쓸하게 다가온다. 주변 세계라고 해봐야 고작 중국와 일본뿐이었던 조선.. 유독 변화를 싫어했던 민족, 조선.. 그러나 하멜은 말하고 있다. 비록 호기심에 구경거리가 되었긴 하지만 그가 알고 지냈던 조선의 백성들은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이 엄청났다고. 열린 마음은 있었으나 그것이 허락되어지지 않았던 배경때문에 조선은 어쩌면 그토록이나 폐쇄적으로 살았었는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즉에 문이 열렸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하멜이 일본에 도착하고 머물렀던 기간이다. 일본은 하멜 일행을 불러 조선에 관한 모든 정보를 캐내고 있었던 것이다. 장장 10쪽에 걸쳐 '나가사키 총독이 한 질문과 이름을 밝힌 우리들이 대답한 답변 내용'에 관한 글이 실려 있다. 켈파르트 섬(제주도)은 본토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으며 그 섬의 상황은? 제주에서 서울은 얼마나 먼가? 가는 데 걸린 기간은? 조선 땅이 얼마나 큰지를 알고 있는지? 조선인이 가지고 있는 무기와 군사 장비는? 조선에는 성이나 성채(요새)가 있는가? 바다에는 어떤 종류의 군함이 있는가? 양반과 일반 사람들이 입는 옷은? 쌀과 그밗의 곡식 생산은 얼마나? 중국과는 어떤 무역을? 전라도의 크기는? 중국과 조선 사이가 육로로 연결되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 등등 많은 것을 묻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리와는 달리 그들에 대한 처우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도 과연 하멜 일행을 불러 저런 것들을 물어 보았을까? 단순히 모양이 다른 배라는 뜻으로 불렀다던 異樣船을 바라보았던 우리와 일본의 시각차이를 떠올리게 한다. 솔직하게 말해 어떻게 만들었을까,를 먼저 생각했다는 일본의 시각이 가끔은 부러울 때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듣고 외웠던 <하멜표류기>... 교과서에 실렸기에 저자와 제목만 알고 한번도 읽지 않았던 책은 수도없이 많다. 지금의 아이들도 배우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하고... 각설하고 결론은 재미있다. 다분히 흥미로웠던 주제였는데 왜 이제야 읽게 되었는지... 아직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도 많다. 욕심은 내려놓고 천천히 읽어봐야지 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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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닝 X파일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29
크리스틴 부처 지음, 김영아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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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살자?  만약에, 라는 설정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하자. 우리는 늘 그 '만약에...' 를 꿈꾸며 살고 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테니까 말이다.  만약에, 당신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 공중전화박스 안으로 들어섰을 때 전화기옆에 지갑이 놓여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지갑을 열어보니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다. 당신은 그 지갑을 어떻게 처리할까?  만약에, 버스나 지하철에서 누군가 남의 가방에 손을 넣어 소매치기를 하고 있는 걸 보았다면?  만약에, 아무도 없는 길을 걷고 있을 때 누군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걸 보았다면?  물론 이런 가정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만도 않다.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럴 때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정의'에 대해 배워왔다. '올바른 도리'에 대해서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한살 한살 나이를 먹으며 진하게 다가오는 현실은 그다지 정의롭지도 않고 올바른 도리만을 행하며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어버렸다. 간혹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으라 한다. 어떻게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인가?  정답은 없다. 그래서 이 책속에서도 말했을 것이다. 자신에게 떳떳하기 위해서,라고. 가장 무서운 것중의 하나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거라는 말도 있다.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냈을 때,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을 안타까워 할 뿐이다.

 

어릴 적 개그프로중에 부채도사라는 게 있었다.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정해야 할 상황이 되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분명히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결정은 내려질 게 뻔하다. 내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황은 아니었다해도 내 지인이나 가족이 결부되어 있다면 그 선택의 폭도 역시 넓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결정은 쉽게 내리지 못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독백처럼 말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짧다. 내용 역시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이야기가 품고 있는 의미는 상당히 깊다. 짧은 이야기 한편으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책속 아이들의 말처럼 컨닝은 단순히 학교생활에서만 스쳐지나가는 일화에 불과할까?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바늘 도둑 소도둑된다, 세살 버릇 여든간다 라는 옛속담만 보더라도 그렇게 단순하게 떨치고 지나갈 일만은 아닌 듯하다. 이 책은 단순히 컨닝사건만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니다. 아주 쉽게 '컨닝'이라는 것을 예로 들었을 뿐이다. 우리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봐도 수도없이 컨닝의 순간은 존재한다. 들키지만 않으면 정당할수도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오죽했으면 들킨놈만 억울하다는 말이 들릴까?  청소년문학으로 읽은 책이지만 어른이 보아도 손색없는 내용이다.

 

학교의 기자인 로렐이 우연하게 멋진 사건 하나를 학교신문에 싣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후 뭔가 또다른 사건을 찾아 헤매던 로렐의 시선에 걸려든 것이 바로 컨닝사건이었다. 단순하게 '컨닝'이라는 행위의 옳고 그름만을 논하고자 했던 로렐의 생각과는 달리 컨닝사건은 눈덩이처럼 커져버린다. 그리고 누군가의 제보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기사거리를 쫓아가게 되지만 그 사건속에 얽혀있는 사람의 정체를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된다. 자신을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해 줄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그것을 폭로함으로써 다쳐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 이야기의 배경을 학교가 아닌 사회로 바꾼다면 그것은 정말 끔찍한 설정이 아닐 수가 없다. 책의 말미에 옮긴이의 글이 따로 실려있는 건 이채롭다. 주제 자체가 깊이있는 토론을 불러낼 수 있으니 우리가 다시한번 생각해보자는 말인데,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앉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본다면 의미있는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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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 - 임동확 시인의 시 읽기, 희망 읽기
임동확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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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자연이나 인생에 대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으로 그려낸 것. 자유시, 정형시, 서정시, 서사시, 산문시... 詩에는 종류도 많다.  학창시절에는 좋아하는 시 하나쯤 외우고 다니는 건 기본이었다. 그런데 그 좋은 시도 시험중에는 왜 그리도 복잡하게 정의가 내려지는지... 가만히 살펴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었는데 단지 시험이라는 틀에 얽매이다보니 그런 느낌이 생겨난 건 아닐까 싶다. 오래전에 일본 정형시의 일종인 '하이쿠'에 관심을 둔 적이 있었다. 하이쿠는 일본의 대표적인 시 형식이다. 열일곱 음절로 된 아주 짧은 시인데 그 속에 많은 것을 함축했다고 말 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게 많았다. 그래서 하이쿠 시인으로 유명한 마쓰오 바쇼의 작품을 몇 편 찾아 보기도 했었다. '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든다 물소리 퐁당 '... 아주 짧은 구절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강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저 한구절속에 담겨진 그 숱한 장면들이라니! 마치 내가 그 연못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그의 시를 소개했던 <시인과 여우>라는 작품속에서 볼 수 있었던 '좋은 시란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라는 한마디가 지금까지도 내 기억속에 남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詩를 읽으면서 특별히 좋다, 나쁘다라는 평가는 옳지 않은 듯 하다. 시인이 그 작품을 쓸 때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 그래서 그 작품속에 어떤 의미를 숨겨두었는지 알 수 없는거라면, 시대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느낌은 다를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詩를 풀이하고자 하는 사람에 따라 다시 한번 달라질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책속에서도 많은 詩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나름대로의 풀이를 함께 볼 수 있다. 어쩌면 나와 같은 느낌으로 풀이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오롯이 풀이하는 사람의 몫일 뿐이다.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가 다른 평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다.

 

책을 펼쳐 내가 좋아하는 詩를 가장 먼저 만난다는 건 행복한 일일게다. 오규원 시인의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 라는 작품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깊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다. -빈 들에 가서 깨닫는 그것, 우리가 늘 흔들리고 있음을-과 같이 우리 삶의 흔들림이 그래도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내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오던 그 순간의 울림이 참 좋았었다. 시간, 공간, 사랑, 고독, 길, 죽음, 부분과 전체, 자아, 우정, 연인, 고향... 많은 주제를 두고 작품을 선택했을 지은이의 고민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가 풀어 쓴 글들은 쉽게 나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이건 이런것이다,라고 누군가 만들어놓은 개념 혹은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詩를 만나고 싶은 나만의 욕심이 큰 탓이리라.

 
이삼년전 겨울쯤에 詩集 한권을 선물 받았던 게 마지막이지 싶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詩의 감성을 잃어버리고 인간적인 情 또한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으니 내 삶이 어찌 팍팍하지 않을수 있을까?  그 짧은 하이쿠를 보면서 느꼈던 깊은 울림 따위는 이제 내게 없는 것인양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잃어버린 채 혹은 외면당한 채 저멀리로 내처진 내 안의 그 무엇과 만나고 싶어서.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책표지의 한사람처럼 그저 막막할 때 시한편과 함께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 같다. 詩를 읽을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가슴속에 품은 시가 있어 다시한번 꺼내보기로 한다. 살면서 더없는 진리처럼 느껴져 보면 볼수록 좋아지는 시한편이 내게도 있어 좋다. /아이비생각
 

‘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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