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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경복궁 ㅣ 인문여행 시리즈 7
이향우 글 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13년 4월
평점 :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복받은 사람들이란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오죽했으면 서울의 아름다움에 빠져 귀화를 결정하는 사람들까지 있을까? 그런데 정작 서울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무슨 복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하니... 타국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멋진 도시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배경은 산이 많다는 것이다. 서울만해도 복잡한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이 몇개나 되는지 헤아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북한산은 정말 으뜸이다!) 가벼운 복장으로 떠나는 잠시의 일탈은 시끄러운 도심으로부터 상처받았던 마음을 치유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단순히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할지라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도심속에 자리한 우리 선조들의 흔적은 생각보다 많았다. 궁만해도 벌써 다섯개나 된다. 경복궁을 시작으로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경운궁), 경희궁까지. 궁마다 저마다의 특징을 안고 있어 온전히 하루를 맡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궁을 돌아보며 마음을 치유하자고 손을 내미니 어찌 거부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도심속에 자리한 다섯개의 궁중에서 단연코 으뜸을 차지하는 게 경복궁이 아닐까 싶다. 언제나 사람이 북적댄다. 그러니 언제나 시끄럽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땅을 밟는 순간만큼은 찾는 사람들 모두의 마음가짐이 바뀌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는 순간이 너무나도 많았었다. 그런데 그런 궁을 바라보며 " 우리, 경복궁 산책할래요? " 라고 말하면 얼만큼의 공감대가 형성될까 오히려 묻고 싶었다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힐링이라는 건 그 말 자체의 뜻처럼 치유하기에 목적을 둔다. 그렇다면 복잡하거나 한적하거나 그것은 아무런 이유가 되지 못한다. 물론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라면 지친 마음과 몸을 쉬기에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해도 자신의 느낌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각하니 그 복잡한 경복궁을 거닐며 힐링여행을 말하는 저자에게서 강한 내공의 힘을 보게 된다. 그만큼 경복궁을 사랑한다는 뜻도 될테니... 그만큼 경복궁을 알며 느낄 수 있다는 말도 될테니...
올망졸망 연푸른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어디로든지 꽃구경을 가자 한다. 초록이 우거지는 여름이 오면 그 여름을 만끽하고 싶어 어딘가에 또 마음을 빼앗기고, 빨갛고 노랗게 잎이 물들고 떨어지는 계절이 오면 단풍구경에 낙엽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술렁거린다. 겨울은 또 어떤가, 눈내린 하얀세상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고 먼 데로 시선을 돌리기 일쑤다. 그럴때마다 내가 추천했던 곳은 서울 한복판의 궁궐이었고, 전철만 타면 편히 데려다주는 왕릉이었다. 반신반의하는 사람과 동행하여 봄꽃여행과 눈꽃여행을 함께 다녀온 적이 몇번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 정말 그런 줄 몰랐었어! " 한다. 지리산 밑자락에 사는 사람이 지리산 좋다는 말 공감하기 어렵듯이 도심속에서 늘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모순을 안고 산다. 아니 어쩌면 너무 가까이 있어 눈과 마음이 찾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번 가보면 안다. 우리 곁에, 이토록이나 가까운 거리에 그렇게 아름다운 계절들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 금새 알게 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요즘같다면 경복궁을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저자의 마음이야 우리의 역사를 바로 알자는 취지도 있겠지만 굳이 힐링여행이라는 말을 제목으로 달았기에 하는 말이다. 사실적으로 따지고 든다면 우리 역사의 흔적이 살아 숨쉬는 곳은 경복궁보다 창덕궁과 창경궁, 그리고 덕수궁인 까닭이다. 하지만 경복궁이 안고 있는 우리 역사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경복궁을 제대로 배워보는 게 우선이라는 건 말 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책을 들고 경복궁의 구석구석을 다시한번 찾아본다면 꽤나 멋진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림 그리는 사람은 참 좋겠다. 그 자리에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으니.. 멋진 자연과 하나되는 자신의 뒷모습조차 또하나의 풍경으로 자리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할까? 글쓰는 사람도 부럽기는 매한가지다. 책 속에서 사진과 함께 등장하는 그림 하나 하나가 정말 소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록으로 보여주는 경복궁 연표는 모두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알찬 여행이었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