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닐 게이먼 지음, 박선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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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는 인류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신화에서 다루어지는 세상이 넓고 깊다는 뜻일 터다. 한마디로 신화는 재미있다. 어렸을 적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부터 게르만족의 전설을 그리고 있는 <북유럽신화>, <켈트신화>, <이집트신화>, <인도신화>, <중국신화>, <일본신화>, <우리신화>까지 엄청나게 많은 신화를 보았었다. 그 많은 신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세상이 시작되기 전과  그 이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신들의 세상에서부터 인간의 세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서로 잘 지내다가도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는 반신반인도 있고, 동물과 인간이 섞인 반인반수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지배한다. 천둥과 바람을 다루고, 태양과 비를 다루며, 빛과 어둠을 마음대로 조절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참 황당한 이야기인데도 읽다보면 빠져드는 신화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북유럽신화... 역시 재미있다. 생동감이 있다. 긴박감도 있다. 개봉한 이래 지금까지도 인기가 식지않고 있는 영화 <반지의 제왕>도 북유럽신화의 일부분이다. 그 외에도 북유럽신화의 여러 단편들이 영화로 개봉되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반지를 주제로 다루었던 <니벨룽겐의 반지>도 흥미로웠었다. 이 책은 신화를 전체적으로 풀어놓기보다는 각각의 신들에 얽힌 이야기로 풀이하고 있어 낯선 신들의 이름을 보면서도 아하, 그 얘기가 이 얘기였었군!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예를 들자면 신들의 우두머리인 오딘이 지혜를 얻기 위해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가 가지고 있는 보물은 어떤 것이며 그 보물에는 어떤 힘이 들어 있는지... 토르가 들고 다닌다는 망치 묠니르는 어떻게해서 토르에게 오게 되었는지... '헬'이라는 이름이 왜 지옥을 상징하게 되었는지... 전사자를 이끈다는 '발키리'가 누구인지... 니플헤임, 아스라르드, 이그드라실, 미미르, 라그나뢰크 등 듣기에도 헷갈리는 이름들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토르의 거인나라 여행편은 언제봐도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거인나라에 간 토르 일행은 거인나라 왕의 신하들과 시합을 하게 된다. 빨리 먹기, 빨리 달리기, 빨리 마시기, 거인왕의 고양이 들어올리기, 거인왕의 부하인 늙은 유모와 씨름하기... 그러나 토르 일행은 어느 것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 난 항상 내가 강하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아닌 초라한 놈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싸운 상대는 환각과 생각, 세상의 중심, 노년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과연 생각과 경주를 해서 이길 수 있을까? 우리가 과연 나이들어감과 씨름을 해서 이길 수 있을까?  문득, 인간의 과학이라는 것이 어쩌면 신이 만들어놓은 경계선을 허물기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토르처럼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신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또하나의 사실이 있다. 세상은 바뀐다는 것. 새로운 세대에 의해 다시 시작되는 세상이 온다는 것...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북유럽신화는. 덕분에 각각의 신화를 다시한번 읽고 싶어졌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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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한눈에 꿰뚫는 세계사 명장면 지도로 읽는다
역사미스터리클럽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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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의 뒷면을 보면 누구나 꼭 외워두고 싶은 세계사 명장면이라는 말이 보인다. 누구나 외워두고 싶다는 말은 어쩌면 누구나 다 알고있는 세계사라는 말은 아닐까 싶다. 그럴정도로 이 책속에는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보았거나 보았을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사건은 이미 책이나 영화로 우리 곁에 다가왔던 순간이 너무나도 많은 까닭이다. 그만큼 매혹적이라는 말일까? 어찌되었든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임에는 분명해보인다. 그런데 그토록이나 방대한 세계사를 이렇게 작은 한권의 책에 다 담을 수 있었다고? 책은 당연히 요약형식이다. 중요한 사실들만 콕 집어 이야기하고 있다. 거기다가 부록처럼 딸려온 작은 책은 마치 보너스라도 받은 기분이 들게 한다. 한마디로 이 책에 대한 느낌을 말하라고 한다면 작아도 유익한 책?

 

크게 나누어 다섯장으로 분류를 했다. 말할 필요없이 인류의 탄생부터다. 인류가 있었으니 문명이 생겨났을 것이고, 그 문명을 따라 정치와 종교의 대립이 있었을 것이다. 나라가 커지면 영토를 늘리기 위해 전쟁을 하게 되고, 먹고 먹히며 또다른 문화가 형성된다. 그러면서 인류는 점점 더 발달을 하게 되고 그 안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노력하게 된다. 혁명이 일어나고 어쩔 수 없이 이긴자와 진자의 계급은 만들어진다. 그래서 또다른 전쟁은 끝도없이 일어난다. 인간의 자만심과 이기심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으니 시대가 달라도 역시 살아가는 모습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보인다. 아주 사소한 핑계거리로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인류는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고 할퀴며 냉전의 시대로 접어든다. 지금 우리는 세상을 말할 때 지구촌이라고 한다. 공존만이 살길이라고 말하는것 같아도 사실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으니. 이전에 이념에 의한 냉전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냉전시대에 돌입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살다가는 누가 남고 누가 사라질 것인가는 자명해진다. 세계사의 흐름은 그래서 중요한게 아닐까?

 

지도로 읽는다, 는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역시 지도를 앞에 두고 들으니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다. 하나의 명장면이 탄생하기까지의 배경이나 그 장면이 어떻게해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적 배경이 되어주었던 불교의 전래 역시 지도를 앞에 두고 읽으니 말로만 들을 때보다 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된다. 적벽대전, 살라미스 해전, '四面楚歌'라는 말의 유래가 되었던 유방과 항우의 해하전투, 바다의 민족이라는 '바이킹', 칭기즈 칸의 대제국 건설, 많은 유럽인을 죽음으로 몰고갔던 페스트의 전염경로, 십자군전쟁, 링컨으로 하여금 멋진 명언을 남기게 했던 남북전쟁, 청일전쟁의 불씨가 된 우리의 동학농민운동등 여러편의 영화로 만났던 세계사의 명장면들은 반갑기까지 하다. 한눈에 꿰뚫는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복잡하게 얽힌 세계사에 머리를 저은 기억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흥미진진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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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과 종이만으로 일상드로잉 - 밑그림 없이 시작하는 드로잉 수업 누구나 그릴 수 있다 1
김효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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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을 하지 않고 주로 선을 이용해서 표현하는 걸 드로잉이라고 한다는데 나는 사실 드로잉이니 스케치니 하는 말은 다 같은 의미로 쓰는 말인줄 알았다. 연필화를 배우고 있으면서도 왜 그런 의미에 한번 더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일까?  드로잉을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소묘다. 물론 그리는 대상이나 방법에 따라 구별되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런 건 그쪽 길을 가는 사람에게 맡겨두기로 하고, 일단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것이 많은 사람의 작은 욕심중 하나일 것임에는 분명해보인다. 그렇다면 스케치는 뭘까? 스케치에도 유형이 있다고 한다. 그 첫번째가 기록해두고 싶은 걸 재빨리 그리는 것, 두번째로 색을 이용해서 분위기와 전체적인 인상을 기록하는 것, 세번째가 인물의 순간적인 표정이나 신체적인 특징을 그리는 것이다. 수채화나 유화를 그리는 사람중에서 내가 배우고 있는 연필화를 다시 배우러 오는 걸 보면 드로잉이건 스케치이건 단순하건 복잡하건 일단은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 것 같다.

 

그런데 책표지에 밑그림 없이 시작하는 드로잉 수업이란 부제가 보인다. 밑그림없이? 그리고나서 거기에 명암을 준다거나 색을 입히게 되면 그것 자체가 밑그림이 되는 게 아니었나?  와, 역시 이론으로 다가서는 건 만만치않다. 그래서 일단 책장을 넘겨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건 또 뭐지? 연필과 지우개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연필과 지우개를 사용하면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기 때문이란다. 반복한다고해도 잘 그릴 수 없기 때문이란다. 살짝 반감이 일다가 얼핏 그 말이 맞는 듯도 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차피 잘 그려지지 않을 그림인 줄 알기에 뻔뻔하게 자신감있게 다가가자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시작한 그림은 무조건 완성한다는 말에는 백퍼센트 공감한다. 잘 안그려졌다고 그리다가 멈추면 그 그림에서 배울 수 있는 걸 놓치고 만다. 틀렸어도, 마음에 들지 않아도 무조건 완성한다는 말은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가능한 한 길게 그어 선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거 엄청 어려웠다. 보통은 짧게 끊어서 연결하는 식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한번에 길게 그리다보니 삐뚤빼뚤 아주 엉망이었다. 왜 그랬는지 나중에야 알았다. 관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관찰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잘 그리고 싶다면 내가 그릴 대상이 머릿속에 완벽하게 들어와 줘야 한다. 그럴려면 관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이 관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뭐든지 한번에 되는 일은 없는데도.  

 

보고 생각해왔던 모든 것을 버리세요... 첫장을 펼치면 보이는 문장이다. 충분히 잘 그릴 수 있음에도 몇 가지 나쁜 습관과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없다는 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림의 테크닉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고 하니 일단 따라해보는 수 밖에... 여러 방면에서 보이는 각도에 따라 컵을 그린다. 잘못 그렸으면 잘못 그린대로 수정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여러 모양의 컵그림이 생겨난다. 재미있다. 그런데 명암으로 질감을 세밀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이렇게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거구나 싶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부러움의 부피가 커진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다. 드로잉과 스케치의 차이가 뭔지.. 생각해보니 내가 엄청 어려운 걸 욕심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밑그림이 없으니 수정이 불가능하고 겹치는 선없이 모든 것을 소화해내라고 하니 난감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법칙만큼은 고수한다. 그림을 그릴 때 왼쪽부터 그리기 시작하고, 가까이에 있는 것부터 그린다는 것. 아직 밖으로 나가 그림을 그려본 적은 없지만 한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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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형제 세트 - 전2권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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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두와 송강. 성도 다른 이 두사람이 형제가 된 것은 각자의 아버지와 엄마가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의붓형제다. 나이 차이가 한살이든 두살이든 일단 많으면 형이 분명하겠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형제라는 의미,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그들은 굳건하게 형제임을 다짐한다. 피를 나눈 형제조차도 할 수 없었던 속깊은 정을 나누는 걸 보면 서로가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겠다. 그러나 이광두와 송강이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은 판이하게 달랐다. 그들의 시작은  문화대혁명이라는 커다란 물살에 중국이 휩쓸리고 있을 때였으니. <허삼관 매혈기>라는 작품은 상당히 인상적인 느낌으로 남았는데 바로 그 작품을 쓴 작가 위화의 또다른 대표작이라고 한다. 참 신기하게도 일본이 겪었던 일을 한국이 겪고, 한국이 겪었던 일을 중국이 고스란히 겪는다. 물론 똑같다는 말은 아니다. 어쩔 없이 한중일 문화인가? 소설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딱히 어려운 것도 없다. 어린아이였던 이광두와 송강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끝없는 세파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일대기를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책장을 덮으면서 알 수 없는 한숨이 새어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오쩌둥에 의해 주도되었던 중국의 문화대혁명으로 중국의 전통적인 유교문화는 붕괴되었다. 마오쩌둥이 계급투쟁을 강조함으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으로 구성된 홍위병이 조직되었고, 그들에 의해 마오쩌둥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실각되거나 숙청되었는데 그 질풍노도의 시기에 이광두와 송강이 겪어내야 할 어린시절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통적인 것을 낡은 문화라하여 공격하고 부르주아적인 것을 공격했던 것은 우리의 역사속에도 존재한다. 어째서 백성은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결국 달라진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돈의 의해 새로운 가치와 질서가 편성되고, 힘겹게 버텨낸 이광두가 그 물살속에서 운좋게 사업에 성공하게 된다. 잘나가는 이광두에 비해 이광두가 사랑했던 여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던 송강에게는 아직 고난의 길이 남아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광두에 비해 외모가 출중하게 그려졌던 송강을 보면서 은연중에 중국에 불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를 비꼰 것은 아닐까 하는. 그들이 겪어냈던 어린시절의 문화대혁명이 작가의 어린시절과도 겹친다는 걸 보면서 어쩌면 이리도 생생하게 현실적인 공감대를 불러올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이 겪어야 했던 문화대혁명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은 깊이 알게 된 듯 하다. 중국 역사의 한 단면이다.

 

​사람 살아가는 모양은 어디나 똑같다는 말을 떠올린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말,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결국 인생의 낙오자가 되어버렸으나 형 송강에게는 진실한 마음과 사랑이 있었다. 현실과 타협할 줄 알았던 동생 이광두의 모습은 昨今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제의 도덕이 오늘의 무능이 되는 시대. 변화의 쓰나미에 떠밀리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라는 말이 책표지에 보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도 변화의 쓰나미에 떠밀리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우리의 젊은이들이 4.19혁명이나 5.18민주화 운동을 책에서 배우듯이 저들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전해져야 한다. 과거가 있음으로 현재가 있고, 현재는 또다른 현재의 과거로 남을테니.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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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그림에 담다 - 집, 나무, 사람 1장의 그림으로 보는 당신의 속마음
이샤 지음, 김지은 옮김 / 베이직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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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정확하게 어떻게 그렸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때 내가 어떻게 그렸었지?  얼핏 기억하기로는 기단위에 커다란 전통가옥을 그렸던 것도 같고. 그런데 내가 그 기단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그렸었나?... 집 옆에 커다란 나무 한그루를 그렸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나무형태가 어땠었는지... 분명히 집에 창문을 그렸을텐데 열렸는지 아님 굳게 닫혔는지... 사실 나는 심리학에 상당히 관심이 많다. 심리학에도 여러 분야가 있다.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심리학도 있지만 동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동물 심리학도 있다. 개개인의 심리에 관한 것도 있지만 사회적인 면을 다루는 사회심리학도 있다. 어른과 아이의 마음에 관한 심리학도 있는가 하면, 여자와 남자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심리학도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가지 질문이 생긴다.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서 뭘 하자고? 그 마음을 안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기는 할까?

 

심리학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순전히 나 자신때문이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본다거나, 상대방에 대한 분석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 자신과 마주보고 싶었다. 그래서 묻고 싶었었다. 너 어디가 그렇게 아픈 거냐고.  치유되지 않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면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치는 하나의 방법으로 심리학 교실을 찾았었다. 그 때 내게 심리학 교실을 소개하던 후배는 이렇게 말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언니 마음 하나는 편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라고. 사실 내가 원한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냥 마음이나 편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하나 품고 심리학을 접했었는데 그 때 교수님이 내게 맨 처음으로 시킨 것이 그림을 그려보라는 것이었다. 무슨 그림을?  집과 나무와 사람.. 그리고 당신이 그리고 싶은 것들...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나는 그림을 그렸고 별 것도 아닌 그림을 보며 내 안의 상처를 끄집어내는 교수님 앞에서 나는 엄청 울었던 것 같다. 그 때 그 공부를 마치지 못한 게 늘 마음에 남아 있었는지 이 책을 보니 반가웠다.

 

집, 나무, 사람을 그린 한장의 그림만으로 그 사람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는 게 여전히 신기했다. 이 책은 실제로 마음에 병이 난 사람들이 심리상담사를 찾아와 그린 그림을 보면서 그 사람의 심리상태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그림과 함께 현재 그 사람이 무엇때문에 아파하고 있는지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 한권만 있으면 모든 사람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건 물론 아니다. 다만, 자기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스스로 치유의 길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그리게 되는 집과 사람과 나무의 그림형태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나무를 통해 그사람의 기본적인 환경이나 자아형성을 들여다볼 수 있으며, 집을 통해 그 사람의 가정환경이나 개인적인 공간에 대해 유추할 수 있고, 사람을 통해 그사람의 인간관계에 관한 것들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 부록처럼 다루고 있는 HTP 검사 해석을 보면 아하~ 하며 고개를 끄덕거릴지도 모른다. 각자가 그린 그림에 담긴 의미해석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보여지는 것은 지극히 대표적인 의미뿐, 그 이상의 것을 알고 싶다면 심리상담사에게 문의하는 게 맞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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