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형제 세트 - 전2권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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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두와 송강. 성도 다른 이 두사람이 형제가 된 것은 각자의 아버지와 엄마가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의붓형제다. 나이 차이가 한살이든 두살이든 일단 많으면 형이 분명하겠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형제라는 의미,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그들은 굳건하게 형제임을 다짐한다. 피를 나눈 형제조차도 할 수 없었던 속깊은 정을 나누는 걸 보면 서로가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겠다. 그러나 이광두와 송강이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은 판이하게 달랐다. 그들의 시작은  문화대혁명이라는 커다란 물살에 중국이 휩쓸리고 있을 때였으니. <허삼관 매혈기>라는 작품은 상당히 인상적인 느낌으로 남았는데 바로 그 작품을 쓴 작가 위화의 또다른 대표작이라고 한다. 참 신기하게도 일본이 겪었던 일을 한국이 겪고, 한국이 겪었던 일을 중국이 고스란히 겪는다. 물론 똑같다는 말은 아니다. 어쩔 없이 한중일 문화인가? 소설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딱히 어려운 것도 없다. 어린아이였던 이광두와 송강이 자라서 어른이 되고 끝없는 세파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일대기를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책장을 덮으면서 알 수 없는 한숨이 새어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오쩌둥에 의해 주도되었던 중국의 문화대혁명으로 중국의 전통적인 유교문화는 붕괴되었다. 마오쩌둥이 계급투쟁을 강조함으로 인해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으로 구성된 홍위병이 조직되었고, 그들에 의해 마오쩌둥에 반대하는 세력은 모두 실각되거나 숙청되었는데 그 질풍노도의 시기에 이광두와 송강이 겪어내야 할 어린시절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통적인 것을 낡은 문화라하여 공격하고 부르주아적인 것을 공격했던 것은 우리의 역사속에도 존재한다. 어째서 백성은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결국 달라진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돈의 의해 새로운 가치와 질서가 편성되고, 힘겹게 버텨낸 이광두가 그 물살속에서 운좋게 사업에 성공하게 된다. 잘나가는 이광두에 비해 이광두가 사랑했던 여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던 송강에게는 아직 고난의 길이 남아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광두에 비해 외모가 출중하게 그려졌던 송강을 보면서 은연중에 중국에 불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를 비꼰 것은 아닐까 하는. 그들이 겪어냈던 어린시절의 문화대혁명이 작가의 어린시절과도 겹친다는 걸 보면서 어쩌면 이리도 생생하게 현실적인 공감대를 불러올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이 겪어야 했던 문화대혁명이라는 것에 대해 조금은 깊이 알게 된 듯 하다. 중국 역사의 한 단면이다.

 

​사람 살아가는 모양은 어디나 똑같다는 말을 떠올린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말,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결국 인생의 낙오자가 되어버렸으나 형 송강에게는 진실한 마음과 사랑이 있었다. 현실과 타협할 줄 알았던 동생 이광두의 모습은 昨今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제의 도덕이 오늘의 무능이 되는 시대. 변화의 쓰나미에 떠밀리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라는 말이 책표지에 보인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도 변화의 쓰나미에 떠밀리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우리의 젊은이들이 4.19혁명이나 5.18민주화 운동을 책에서 배우듯이 저들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전해져야 한다. 과거가 있음으로 현재가 있고, 현재는 또다른 현재의 과거로 남을테니.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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