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과 종이만으로 일상드로잉 - 밑그림 없이 시작하는 드로잉 수업 누구나 그릴 수 있다 1
김효찬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채색을 하지 않고 주로 선을 이용해서 표현하는 걸 드로잉이라고 한다는데 나는 사실 드로잉이니 스케치니 하는 말은 다 같은 의미로 쓰는 말인줄 알았다. 연필화를 배우고 있으면서도 왜 그런 의미에 한번 더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일까?  드로잉을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소묘다. 물론 그리는 대상이나 방법에 따라 구별되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런 건 그쪽 길을 가는 사람에게 맡겨두기로 하고, 일단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것이 많은 사람의 작은 욕심중 하나일 것임에는 분명해보인다. 그렇다면 스케치는 뭘까? 스케치에도 유형이 있다고 한다. 그 첫번째가 기록해두고 싶은 걸 재빨리 그리는 것, 두번째로 색을 이용해서 분위기와 전체적인 인상을 기록하는 것, 세번째가 인물의 순간적인 표정이나 신체적인 특징을 그리는 것이다. 수채화나 유화를 그리는 사람중에서 내가 배우고 있는 연필화를 다시 배우러 오는 걸 보면 드로잉이건 스케치이건 단순하건 복잡하건 일단은 밑그림을 제대로 그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알 것 같다.

 

그런데 책표지에 밑그림 없이 시작하는 드로잉 수업이란 부제가 보인다. 밑그림없이? 그리고나서 거기에 명암을 준다거나 색을 입히게 되면 그것 자체가 밑그림이 되는 게 아니었나?  와, 역시 이론으로 다가서는 건 만만치않다. 그래서 일단 책장을 넘겨보기로 한다. 그런데 이건 또 뭐지? 연필과 지우개를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연필과 지우개를 사용하면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기 때문이란다. 반복한다고해도 잘 그릴 수 없기 때문이란다. 살짝 반감이 일다가 얼핏 그 말이 맞는 듯도 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어차피 잘 그려지지 않을 그림인 줄 알기에 뻔뻔하게 자신감있게 다가가자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시작한 그림은 무조건 완성한다는 말에는 백퍼센트 공감한다. 잘 안그려졌다고 그리다가 멈추면 그 그림에서 배울 수 있는 걸 놓치고 만다. 틀렸어도, 마음에 들지 않아도 무조건 완성한다는 말은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가능한 한 길게 그어 선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거 엄청 어려웠다. 보통은 짧게 끊어서 연결하는 식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한번에 길게 그리다보니 삐뚤빼뚤 아주 엉망이었다. 왜 그랬는지 나중에야 알았다. 관찰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도 관찰의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잘 그리고 싶다면 내가 그릴 대상이 머릿속에 완벽하게 들어와 줘야 한다. 그럴려면 관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도 이 관찰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뭐든지 한번에 되는 일은 없는데도.  

 

보고 생각해왔던 모든 것을 버리세요... 첫장을 펼치면 보이는 문장이다. 충분히 잘 그릴 수 있음에도 몇 가지 나쁜 습관과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는다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없다는 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림의 테크닉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고 하니 일단 따라해보는 수 밖에... 여러 방면에서 보이는 각도에 따라 컵을 그린다. 잘못 그렸으면 잘못 그린대로 수정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여러 모양의 컵그림이 생겨난다. 재미있다. 그런데 명암으로 질감을 세밀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이렇게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거구나 싶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부러움의 부피가 커진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다. 드로잉과 스케치의 차이가 뭔지.. 생각해보니 내가 엄청 어려운 걸 욕심내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밑그림이 없으니 수정이 불가능하고 겹치는 선없이 모든 것을 소화해내라고 하니 난감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 법칙만큼은 고수한다. 그림을 그릴 때 왼쪽부터 그리기 시작하고, 가까이에 있는 것부터 그린다는 것. 아직 밖으로 나가 그림을 그려본 적은 없지만 한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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