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 2020년 제1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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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말은 다분히 매력적인 말이다. 그만큼 세계문학상이 배출한 작품이 많다는 말이고, 그만큼 그 작품의 매력에 빠졌던 사람이 많다는 말일터다. 개인적으로도 세계문학상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그러니 이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어떤 메세지를 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끝에가서야 작가의 말을 읽게 된다. 아무런 것도 없었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하지만 무엇을 말하고 싶어했는지는 어렴풋하게나마 눈치채게 될거라고. 그러니 당신도 마음에 품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한번쯤은 이렇게 글을 써 보라고. 이쯤에서 아주 당연하게 짐작할만 하겠지만 이 책의 주제는 도서관과 그 도서관에서 기증받은 책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화자가 도서관이라고는 하지만 왠지 그런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나중에는 이 책들이 진짜 있는 책인가 싶어 찾아보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게다가 도서관의 풍경도 어딘가에 있을 법하다. 하긴 여느 도서관의 풍경이라는 게 그렇게 특별할까 싶기도 하지만. 거두절미하고 이 책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가상의 도서관과 그 도서관에 소장된 가상의 희귀본을 소개하는 것이다.


제목처럼 도서관을 떠나야 하는 책들을 위하여 그들의 목록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책이 있어야 할 자리인 도서관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재단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아무런 이익도 내지 못하는 도서관을 매각하기로 한다. 그러니 그곳의 책을 정리하라는 말과 함께.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을 정리하고 나니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어진 책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만들어진 책만 남게 되었다. 어디에도 있을 수 없는 책을 위한 곳,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책을 위한 곳....원래 이 도서관의 목적이 그랬다. 소개하고 있는 가상의 책들은 모두 개개인이 쓰고 싶어서, 혹은 남기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만든 책들이다. 버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없었던,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했을 그 한 권의 책은 어디에도 있을 수 없는 책이었던 것이다.


상당히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다. 때로는 모르는 새 집중하게 되는 주제도 있다.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이런저런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예를 들면 도서관을 찾아오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라거나,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서의 시선, 그들끼리 서로 얼키는 작은 사건들... 사실인듯 허구인듯 잠깐의 혼란스러움이 찾아오기도 한다. 책의 말미에 많은 사람의 추천사를 달아놓았다. 저마다의 이유로 이 작품을 선정했노라는 말이 보인다. 하지만 왠지 씁쓸한 뒷맛이 느껴진다. 작가 자신도 당선될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마치 그들만의 잔치에 불려가 앉아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조금 식상한 은유지만 사람은 우주다. 사람은 책이다. 한 사람의 깊이는 우주의 깊이와 같다. 그 깊이를 헤아리기 위해서는 그를 오래도록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그는 새롭게 계속 쓰여지며 끝나지 않는 책이다. 그리고 어떤 책은 시간이 흐르며 더욱 새롭고 흥미롭고 신비로워진다. 그런 책을 읽어나가는 건 기쁨과 흥분을 주는 모험이다.(-88쪽) 분명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책은 사람처럼 오래도록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이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책이 있는 까닭이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과는 다르다. 그래서 책을 쓴다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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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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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시간 괜찮나? 하고 물었을 때, '천산산맥의 야크 방목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양 때 방목 사이의 유사점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대비책 및 생산성 증대에 대한 고찰을 해야 해서' 안된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 남자 '행운동'은 누군가 시간이 있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성질 꽤나 까탈스럽겠다는 느낌이 팍 온다. 하지만 의외로 '행운동'은 정의파다. 나보다 못한 이에게 연민을 느끼기도 하고 없는 시간 쪼개서 남의 이야기도 들어준다. 물론 그럴 필요성이 있을 때뿐이지만.

'행운동'의 직업은 택배기사다. 집도 없이 택배사 옆의 컨테이너에서 산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붙여준 '돌부처'라는 별명처럼 별로 말도 없고 주변상황에 전혀 개의치않는다. 그저 주어진 상황에 맞춰 살아갈 뿐이다. 그의 이름이 '행운동'인 것은 그가 택배를 하는 지역이 행운동인 까닭이다. 택배라는 직업을 낱낱이 해부한 것처럼 보이는 책속의 세상은 왠지 쓸쓸하다. 택배를 하고 있는 '행운동'도, 그가 배달하는 물건을 받는 행운동 주민들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저마다의 아픔을 간직한 채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얼굴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문득 문득 다가오던 주민들의 모습은 왠지 낯설지가 않다. 모두가 삶의 언저리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뿐이다. 멍한 눈길로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랬던 사람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의 시간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고도 없이.

“내 경우에는 바닥을 두 번 느꼈어. ‘이러다가 죽겠다’가 바닥인 줄 알았는데 하나 더 있더라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너도 다 큰 어른이니까 눈물 따위는 흘리지는 않을 거야. 내가 그랬듯이. 하지만 몸이 울어. 정말이지 몸이 울어. 하지만 다행인 게 하나 있다면 저 놈의 택배를 돌려야 한다는 생각에 그걸 느낄 사이가 없다는 거야. 시간이 꽤 지나서 일에 익숙해지면 아, 그때 내 몸이 울고 있었구나 싶지. 그러니까 별로 걱정할 건 없어.”(-151쪽) 신기한것은 그 남자 '행운동'의 이력이 보이지 않는데도 그가 얼마나 힘겹게 살았는지를 가늠하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을 했고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말해주지 않는데도 말이다. '갑'과 '을'의 갑질이 아니라 '병'이 '정'에게 하는 갑질을 못견뎌하는 그를 보면서, 때로는 부조리함에 맞서는 그를 보면서 알 수 없는 통쾌감이 이는 것은 또 왜일까? 뉴스를 통해 신종노예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상당히 기분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논리적으로 대항하는 '행운동'의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없는 기시감마저 느끼게 된다. 그만큼 현실감이 있다는 말일터이고, 그만큼 몰입감이 크다는 말일 터다. 재미있기는 한데 왠지 서글퍼지고, 웃음이 나긴 하는데 왠지 슬픈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세계문학상 최종심까지 올라갔던 작품이라고 한다. 이 책은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람에게 혹은 사회에게 할퀴고 다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조금 껄끄럽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꽤나 많았다. 작가가 꽤 많은 책과 음악을 접했었다는 걸, 지금까지 힘든 삶의 여정을 걸어왔을거라는 걸 책을 통해 짐작하게 된다. 마치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나 실감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어서. 피식거리며 웃다가 문득 가슴 한켠에 바람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 이 책이 그렇다. /아이비생각

사회는 집념, 포기하지 않는 노력, 뭐 그런 걸 강요하지만 글쎄요, 제 생각엔 희망이란 게 사람에게 힘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괴롭히기만 할 뿐인 것 같아요. 그럴 땐 포기하면 편하죠. 정말 그래야 할 일은 살면서 한두 가지정도인 것 같아요. 대개의 일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도망갈 수 있다면 도망가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라는 뜻이니까요.(-189쪽)

진리와 진실은 달라요. 진리는 사는 데 도움이 되죠. 하지만 진실은 꼭 그렇지 않아요. 모를 때는 알고 싶지만 알고나면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걸 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상처만 배부르게 먹는 거죠. 일어날 일은 일어난 대로 흘려버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살면서 모든 일의 이유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않겠습니까?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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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나는 산책길
공서연.한민숙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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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하면서 우리의 역사를 살펴본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가 늘 말하듯 아는만큼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의 목차가 궁금했다. 어떤 형태의 동선을 그리고 있는지. 우선은 서울길을 걷는다. 파리가 부럽지 않은 역사도시라는 말과 함께. 서울역에 가장 먼저 눈길을 주었다. 서울역사에 얽힌 오래된 이야기부터 지금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서울역의 상징, 그리고 서울로7017이라는 고가. 사실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곳이다. 한번은 가봐야지 하면서도 가까이 있다보니 늘 뒷전이다. 비상시국이 끝나면 이번에는 기필코 가봐야지 한다. 혜화동과 성북동길은 참 많이 걸었었는데 아무리 걸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산책길임에는 분명하다. 늘 지나치면서도 들어가보지 못했던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이 벨기에 영사관이었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관심을 두었더라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을. 사실 서울의 구석구석에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역사의 흔적이 많다. 볼 게 많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많은 것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듯 하다. 서울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추천하는 책도 많다. 하지만 어떤 느낌으로 걸었는지의 차이는 분명해보인다.

서울의 옛지명은 한양이다. 옛조선의 수도이다보니 조선의 문화를 느낄만한 곳이 많다. 더구나 그 한양을 가운데 두고 4킬로미터 밖 40킬로미터 이내의 장소에 왕릉이 있다. 풍수적으로 길지이며 성역이다보니 주변의 환경과는 많이 다르다. 일단 숲과 나무가 참 좋은 왕릉길은 걷다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그 기준을 조금 벗어난 곳에 자리한 왕릉도 있으니 핑게김에 잠시 서울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가서 조금은 실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찾아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간다면 그것 또한 역사공부가 아닐까 싶다.

서울길을 걷다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곳도 있다. 가장 안타까운 곳중의 하나가 인사동이다. 인사동만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의 추억이 묻어있는 곳이기에 하는 말이다. 전통문화거리라고는 하지만 교복을 입고 골목골목을 걸으면서 보았던 필방이나 표구방, 화랑등의 고즈넉함을 지금의 인사동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인사동만의 특색이 없어보인다는 말이다. 지금의 인사동 부근에 고려의 흥복사라는 절과 조선의 원각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중인들이 주로 살았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이율곡이나 조광조등도 살았다는 말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도화서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필방이나 화랑등이 많았던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익선동의 변화도 그다지 달갑지 않게 다가온다. 겉모습만 그대로일뿐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피맛골처럼 없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일게다. 더 늦기전에 을지유람을 한번 해 봐야겠다고 메모를 해 둔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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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성 -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
리하르트 폰크라프트에빙 지음, 홍문우 옮김 / 파람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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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이라는 부제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건 실수였을까? 아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라는 말의 의미를 정정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뿐이다. '사이코패스'라는 말에 대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면만이 강조된 우리 사회의 정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라는 말처럼 들렸다는 거다. 하지만 아무런 편견없이 이 책을 읽는다는 건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읽는 내내 책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아 곤혹스러웠다. 아니 사실은 너무나 낯설고 낯뜨거운 고백들을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이 책은 한마디로 사례집이다. 광기인지 성도착증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두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서 사회생활이 힘겨웠던 이들의 실상을 집대성해놓았다. 인간의 욕구중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식욕과 성욕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과학적으로도 학술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말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동성애, 사디즘, 마조히즘, 페티시즘과 같은 성에 관련된 용어들이 모두 이 책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처럼 이 책은 그 모든 증세를 가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성애자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까닭은 법과 사회가 그들의 성과 취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282쪽) 라는 말처럼 의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그들은 단지 환자였을 뿐일까? 어떻게 보면 마치 그들을 변호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성적 도착은 난폭한 외부의 자극이 없어도, 개인의 성장기에 비정상적이고 퇴행적인 성생활에 따라 나타난다. 그런데 그 현상이 선천적인 것이라 놀랍다.(-228쪽) 심리학을 다루었던 책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말이다. 성장기에 어떤 경험을 하면서 살았느냐에 따라 어른이 되어서 그 결과가 나타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내 안의 아이와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라고. 그런 면에서 바라본다면 그들도 사회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일까?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다 똑같았을 욕구 충족을 그들은 자제하지 못했으니까.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너무나 아프고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사람이 많을테니까. 하지만 저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국가는 쾌락 추구와 싸우는 도덕성을 보존하려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런 싸움은 불공평한 무기로 겨루는 싸움이기에 처벌의 위협은 성욕처럼 강한 본능에 대단한 맞수가 못 된다고. 의사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고. 오늘날과 같은 현상은 최근 몇 세대만에 누적된 신경과민과 밀접하다고. 결론적으로 말해 사회는 그들을 처벌하기에 앞서 그들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뜻일까? 성과 관련된 행동은 수많은 말썽으로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한 사람의 신체와 정신 건강의 문제만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과 행복에도 직결된 문제다. 말썽은 온갖 법적 문제를 제기한다. 특수한 이 문제를 다룰 유능한 역략이 절실하다.- 피에르 자네 (-480쪽) 공감한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살면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변해가는 세상에 발맞추어 갈 역량이 절실한 건 사실이다. 기대를 벗어나 감히 짐작하지도 못했던 내용이어서 읽기 힘들었던 책이지만 이런 방면으로 연구분석을 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이 책을 참고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었던 증세를 갖고 있었던 사람이 이 책의 사례를 통해 고칠 수 있었다고하니 하는 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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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 경제학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박정호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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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라는 부제가 보인다. 사실 그게 궁금했다. 경제학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속에 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집을 장만할 때도 지역이나 가격을 비교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혹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그렇다. 처음에 들어간 집에서 마음에 딱 맞는 것을 찾았다 할지라도 보통은 다른 곳에도 한번 더 가보고 결정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다. 혹시나 그곳보다 더 싼 곳이 있을지 모르니까. 혹시나 그것보다 더 좋은 걸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경제학자라고 하니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하면서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답을 하고 있다. 경제학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보다 좀더 효율적으로 돈을 쓰는 것에 대해 공부하는 거라고.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모두 경제학을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돈이 많고 누구는 돈이 부족하다. 왜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려워보인다. 이 책에는 우리의 생활속에 늘 함께 하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경제학'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나 신화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경제의 원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다가온다. 아울러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들에게 한방 얻어맞을 수도 있다. 생각보다 잘 읽힌다.


미국의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을 위한 것이었을까? 분명히 그렇게 배웠지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산업화의 구조를 갖고 있던 북부와 면화재배가 주축을 이루고 있던 남부의 경제적 구조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이권 또는 경제문제로 인해 촉발된 전쟁이었으며 그 와중에 북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노예해방선언이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링컨의 배신이다.

아시아 최초의 선물거래소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일본이다.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지금의 도쿄인 에도를 거점으로 삼고 지방의 다이묘들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이묘들의 경제권을 박탈하기로 한다. 당시 일본은 격년주기로 흉년이 들어 쌀공급이 일정하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었기에 세금으로 거둬들인 쌀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각 지방에서 보낸 쌀이 한곳으로 모이자 오사카상인들은 쌀이 갑자기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선물거래를 시작했다고 한다.

개성상인들의 회계장부인 사개치부법은 복식부기를 사용한 것으로 복식부기의 원리를 처음 생각해냈다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상인보다 200년이나 앞선 것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동인도회사는 설립목적이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초창기 증권회사였다. 그러다 주식의 가격이 변했고 그에 맞춰 투기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와 인도를 오가던 상인들이 위험부담을 덜어보자고 시작한 일이 투기광풍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그 비슷한 예로 튤립전쟁이 있다.

고대부터 있어왔던 순장제도는 왕권강화의 목적을 갖고 있었다. 암살이나 독살을 막기 위해 그런 제도를 두었다는데 듣고보니 가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죽으면 너도 죽을거야,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이런 상황에서 누가 왕을 죽이려하겠는가 말이다. 오히려 왕이 더 오래 살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했을 것이다. 단순히 죽은 다음의 세상을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 밖에도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많다. 매운 음식을 즐겨먹는 우리에게 고추는 경제적 요인에 의해 보편화 되었다는 것, 음악이나 미술을 하는 예술가들은 귀족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 대중문학의 최초 수요자는 하녀, 집사, 문지가, 가정교사와 같은 가사노동자들이었다는 것, 지금 대기오염이나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자동차가 사실은 대기오염이나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나왔다는 것등... 경제적인 용어가 등장해도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하는 까닭인지 막힘없이 잘 읽힌다. 늘 다가오는 경제용어는 항상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때문에 책을 통해서라도 경제원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욕심을 부렸었는데 의외로 많은 것을 얻었다. 멋진 강의를 듣고 난 기분이다. 읽다보니 밑줄치고 메모한 부분이 꽤나 많다. 그런데 중세의 세금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려 웃음이 난다. 창문세, 난로세, 모자세, 장갑세, 벽지세, 수염세... 그 모든 세금에도 경제원리가 들어있다는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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