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 경제학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박정호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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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라는 부제가 보인다. 사실 그게 궁금했다. 경제학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속에 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집을 장만할 때도 지역이나 가격을 비교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혹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그렇다. 처음에 들어간 집에서 마음에 딱 맞는 것을 찾았다 할지라도 보통은 다른 곳에도 한번 더 가보고 결정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다. 혹시나 그곳보다 더 싼 곳이 있을지 모르니까. 혹시나 그것보다 더 좋은 걸 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경제학자라고 하니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하면서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답을 하고 있다. 경제학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보다 좀더 효율적으로 돈을 쓰는 것에 대해 공부하는 거라고. 그렇게 본다면 우리는 모두 경제학을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돈이 많고 누구는 돈이 부족하다. 왜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려워보인다. 이 책에는 우리의 생활속에 늘 함께 하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경제학'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나 신화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경제의 원리는 의외로 재미있게 다가온다. 아울러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들에게 한방 얻어맞을 수도 있다. 생각보다 잘 읽힌다.


미국의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을 위한 것이었을까? 분명히 그렇게 배웠지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산업화의 구조를 갖고 있던 북부와 면화재배가 주축을 이루고 있던 남부의 경제적 구조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말해 이권 또는 경제문제로 인해 촉발된 전쟁이었으며 그 와중에 북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노예해방선언이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링컨의 배신이다.

아시아 최초의 선물거래소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일본이다.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지금의 도쿄인 에도를 거점으로 삼고 지방의 다이묘들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이묘들의 경제권을 박탈하기로 한다. 당시 일본은 격년주기로 흉년이 들어 쌀공급이 일정하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었기에 세금으로 거둬들인 쌀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각 지방에서 보낸 쌀이 한곳으로 모이자 오사카상인들은 쌀이 갑자기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선물거래를 시작했다고 한다.

개성상인들의 회계장부인 사개치부법은 복식부기를 사용한 것으로 복식부기의 원리를 처음 생각해냈다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상인보다 200년이나 앞선 것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동인도회사는 설립목적이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초창기 증권회사였다. 그러다 주식의 가격이 변했고 그에 맞춰 투기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와 인도를 오가던 상인들이 위험부담을 덜어보자고 시작한 일이 투기광풍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그 비슷한 예로 튤립전쟁이 있다.

고대부터 있어왔던 순장제도는 왕권강화의 목적을 갖고 있었다. 암살이나 독살을 막기 위해 그런 제도를 두었다는데 듣고보니 가히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죽으면 너도 죽을거야,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이런 상황에서 누가 왕을 죽이려하겠는가 말이다. 오히려 왕이 더 오래 살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했을 것이다. 단순히 죽은 다음의 세상을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 밖에도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많다. 매운 음식을 즐겨먹는 우리에게 고추는 경제적 요인에 의해 보편화 되었다는 것, 음악이나 미술을 하는 예술가들은 귀족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것, 대중문학의 최초 수요자는 하녀, 집사, 문지가, 가정교사와 같은 가사노동자들이었다는 것, 지금 대기오염이나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자동차가 사실은 대기오염이나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나왔다는 것등... 경제적인 용어가 등장해도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하는 까닭인지 막힘없이 잘 읽힌다. 늘 다가오는 경제용어는 항상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때문에 책을 통해서라도 경제원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욕심을 부렸었는데 의외로 많은 것을 얻었다. 멋진 강의를 듣고 난 기분이다. 읽다보니 밑줄치고 메모한 부분이 꽤나 많다. 그런데 중세의 세금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려 웃음이 난다. 창문세, 난로세, 모자세, 장갑세, 벽지세, 수염세... 그 모든 세금에도 경제원리가 들어있다는 게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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