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성 -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
리하르트 폰크라프트에빙 지음, 홍문우 옮김 / 파람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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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고백'이라는 부제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건 실수였을까? 아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라는 말의 의미를 정정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뿐이다. '사이코패스'라는 말에 대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면만이 강조된 우리 사회의 정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라는 말처럼 들렸다는 거다. 하지만 아무런 편견없이 이 책을 읽는다는 건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읽는 내내 책장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아 곤혹스러웠다. 아니 사실은 너무나 낯설고 낯뜨거운 고백들을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이 책은 한마디로 사례집이다. 광기인지 성도착증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두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어서 사회생활이 힘겨웠던 이들의 실상을 집대성해놓았다. 인간의 욕구중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식욕과 성욕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과학적으로도 학술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말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동성애, 사디즘, 마조히즘, 페티시즘과 같은 성에 관련된 용어들이 모두 이 책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처럼 이 책은 그 모든 증세를 가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성애자들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까닭은 법과 사회가 그들의 성과 취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282쪽) 라는 말처럼 의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그들은 단지 환자였을 뿐일까? 어떻게 보면 마치 그들을 변호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성적 도착은 난폭한 외부의 자극이 없어도, 개인의 성장기에 비정상적이고 퇴행적인 성생활에 따라 나타난다. 그런데 그 현상이 선천적인 것이라 놀랍다.(-228쪽) 심리학을 다루었던 책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말이다. 성장기에 어떤 경험을 하면서 살았느냐에 따라 어른이 되어서 그 결과가 나타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내 안의 아이와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라고. 그런 면에서 바라본다면 그들도 사회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일까? 아니,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다 똑같았을 욕구 충족을 그들은 자제하지 못했으니까. 그들의 행동으로 인해 너무나 아프고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 사람이 많을테니까. 하지만 저자는 또 이렇게 말한다. 국가는 쾌락 추구와 싸우는 도덕성을 보존하려고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런 싸움은 불공평한 무기로 겨루는 싸움이기에 처벌의 위협은 성욕처럼 강한 본능에 대단한 맞수가 못 된다고. 의사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고. 오늘날과 같은 현상은 최근 몇 세대만에 누적된 신경과민과 밀접하다고. 결론적으로 말해 사회는 그들을 처벌하기에 앞서 그들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야 한다는 뜻일까? 성과 관련된 행동은 수많은 말썽으로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한 사람의 신체와 정신 건강의 문제만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과 행복에도 직결된 문제다. 말썽은 온갖 법적 문제를 제기한다. 특수한 이 문제를 다룰 유능한 역략이 절실하다.- 피에르 자네 (-480쪽) 공감한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살면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변해가는 세상에 발맞추어 갈 역량이 절실한 건 사실이다. 기대를 벗어나 감히 짐작하지도 못했던 내용이어서 읽기 힘들었던 책이지만 이런 방면으로 연구분석을 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이 책을 참고했거나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었던 증세를 갖고 있었던 사람이 이 책의 사례를 통해 고칠 수 있었다고하니 하는 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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