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어

 

 

전철 역 출구 앞에

허름한 외투를 걸친

할머니 한 분이

노오란 꽃을 팔고 있어요.

아무렇게나 자른 듯한

박스 위로 두껍게

‘프리지아’라고 써놓았어요.

프리지아, 발음이 예뻐서

자꾸 불러보게 되어요.

티 하나 없이 샛노란

그 환한 모습이 떠올라

자꾸 웃음지어 보여요.

어쩌면 그늘 하나 없는

순결한 당신을 닮아

자꾸 떠올리나 봐요.

어쩌면 깨끗한 향기가

당신의 체취와 비슷해

자꾸 생각나나 봐요.

프리지아, ‘아’ 발음이 예뻐요.

‘아’하고 신음하며 경탄하는

당신을 자꾸 떠올리게 되요.

프리지어, ‘어’ 발음이 싫어요.

‘어’하고 그냥 수긍하고

뒤돌아선 나 같아서 답답해요.

그냥 당신을 프리지어가 아닌

프리지아라 기억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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