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인
'쓰레기 투척금지'
핏빛 같은 뻘건 글씨로
도도한 척 경고하고 있지만
이미 때 묻은 그대 발치 아래는
난잡한 토사물덩어리 투성이들,
음식물 찌꺼기, 과자 봉지, 담배조각
구멍 난 팬티, 온갖 명명할 수 없는 이름들로
그대의 이름은 ‘쓰레기 투척금지’란
허명의 쓰레기장이란 이름.
며칠 후 누군가 다녀간 듯
그대 곁에 온갖 부유물들은 사라졌지만
아직 남겨진 잿빛 흔적들에
코끝이 아려오고
다시 며칠 새 그대 발치 아래는
무언가 채워 넣어야 할 아득한 구멍투성이
사방에 언놈들이 죄다 그대 발치 아래
엎드려져 있다.
측은히 지나치는 마음으로
보듬어 주고 싶지만
주머니 한 가득 코 푼 휴지조각을
어데 둘 데 없어
그대 품에 몰래 두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