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람의 소리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소리를 낸다.

우수수 낙엽이 떨어진다.

한 자락 한 자락

밟히어 가다

나부끼어 부딪치고

부딪치어 떨어지고

고요하고


어디에도 당신은

소리 내지 아니하였습니다.




2. 시



새하얀 종이 한 장

흠 하나 내지 아니하고

남아 있어 달라고

내 자국 깊게 드리운다.


뚝뚝 떨구어지여

깊게 번지어 스며들라고

그토록 추악해진 너를

어이하라고


내가 아닌 것들로

뒤범벅 되어버린

네 흔적의 그림자가

나를 머금는다.




3. 너와의 거리



너의 발자국 오는

공간의 소리를 듣고파

가만히 눈을 감는다.


설레는 바람이 슬며시

셔츠 사이로 불어들고

어느새 입맞춤 한지

나는 모르고 있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

고요한 침묵이 일어

문득 두려워진 나는

가만히 눈을 떠본다.


너는 있지 아니하고

너와 멀어둔 공간만이

내 발등 온 촉수에

맴돌아 언저리에 남는다.




4. 침묵의 이유



당신의 돌아서는 긴 그림자 끝에

치인

내 머리!


그만 북받치는 설움에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끝내

침묵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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