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작별
당신께 가벼운 농담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침은 먹었냐고, 점심은 어땠냐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종일
어떤 식으로든 당신을 골려서
삐치게 만들고, 앙탈을 부리게 만들어
당신께 가벼운 장난을 치고 싶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툭툭 건드리듯
당신을 터치하며, 간지럼 태우듯
당신께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무거웠던 내 존재를
용서해 주세요.
그저 가벼운 농담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가벼운 장난을 치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가볍게 입 맞추고 싶었을 따름인데
당신은 제 무거움에 그만 질식해버렸군요.
그만 당신을 두렵게 만들어버렸군요.
그만 당신을 잃어버렸군요.
더 이상 당신께 가벼운 농담과 장난으로
입 맞추려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드문드문 그리운 당신께
간혹 가벼운 안부를 물어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