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꽃말
개나리로 희망을 말하고
물망초로 진실한 사랑을 고백하고
금잔화로 이별의 슬픔과
나팔꽃으로 사랑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무 이름도 없는 당신에게
꽃 되는 이야기 할 수 없어
나를 당신의 제물로 하여
꽃말이 되게 하시던가
당신이 나의 제물이 되어
꽃이 되어 주시던가
2. 꽃에 관한 알레르기
그대를 향한 거부의 몸짓들로
더욱 그대를 향해 옭아매져가는
이 내 걸음은 멈출 수 없는
늪입니다.
혹 그대는 아시는지?
어여삐 교태를 떨던 그대 낯빛보다
더욱 아름답던
그대 등 뒤에 스미던
내 절망을
그 모든 몸짓으로도 그대를
떨쳐낼 수 없던 것은
그대는 내 것이 아닌
다른 계절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3. 변심
며칠 몸살이를 하다 기지개를 펴고
밖으로 나서면 온통 꽃 피는 세상
차마 부끄러워 새어나오지 못한
말들이 떠올라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마음뿐인 것을
그래도 슬며시 곁눈질로 쳐다볼 요량이면
속속들이 발가벗겨지는 내 모습
그대, 만지면 손끝으로 스며드는
선홍빛 고통의 흔적들
너무도 황홀함은 어이하여
그토록 쉽게 사라져 가는지를 아시는지
설은 고백이 독이 되어
숨죽여가는 그대를 질식케 하고
도무지 가닿을 수 없는 당신 때문에
문득, 때묻고 비린 살내음이 그리워집니다.
4. 지나간 계절에 띄우는 편지
가장 고귀한 이름인
당신을 향해 지금
피어나는 내 모든 거부의 몸짓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내 깊은 상흔 때문입니다.
간밤에 연하게 피어나던 홍조가
선붉게 물들어 시린 손끝으로
스며들던 순간
당신은 나려지는 것이 아니라
뜯겨지던 고통임을
내 어찌 알았겠습니까 만은
끈덕지게 눌러 붙은
당신의 빛바랜 자죽이
아침이면 거리에 널브러져
보이지 않는 귀퉁이 곳곳으로
숨어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왜 나는 몰랐던 걸까요?
당신이 떠나간 것이 아니라
계절이 바뀌었을 뿐임을
왜 나는 기억할 수 없는 걸까요?
당신이 뜯겨지던 순간
나 그토록 행복했던 꿈을
다시 계절이 돌아와
당신이 내 곁에 버젓이 피어난다 해도
당신을 향한 내 모든 거부의 몸짓은
당신이 꿈꾸듯
나려지지 못하도록
뜯어내던
이 내 손길뿐입니다.
5. 꽃을 향한 염원
부드러운 입술을 포개어
달콤한 혀끝 감각을 느끼는
당신의 아랫배는
따스하게 달떠 오르고
살짝 상기되어 불그스레한
당신의 수줍은 윗볼에
나는 갓 피어나 꽃잎을 펼친
당신의 질 옆 소음순을
상상하며 굵고 단단하게
그만 발기해버립니다.
온몸으로 발열하는 당신을
하나의 꽃이라고
살짝 젖혀진 당신의 입구를
하나의 꽃봉오리라고
고백할 수 있다면
지금 짐승처럼 발기한
나의 성기도
당신을 받혀주는 줄기가 되어
바람에 흔들리듯 하늘거리며
당신 안에 흩뿌려질
나의 정액도
감히 꽃씨라는 이름을 붙여
하나의 의미 있는 아름다움으로
불리울 수 있을까요?
그렇게 당신과 같이 저도 감히
꽃이라 칭할 수 있을까요?
당신과 하나의 꽃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과 함께 하나의 의미 있는
아름다움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