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마지막 밤



끈적끈적했던 그 여름의 마지막

갑자기 단 하룻밤에 귀뚜라미 소리

미친 듯이 여기저기 울어대고

단 하룻밤에 스산한 바람과 함께

모든 별들이 희미해지고

단 하룻밤에 그 뜨겁던 태양은

모든 열기를 잃어버린 듯

이미 시들어버렸거나

혹은 오직 시들어 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모든 생각과 감정들이 결결이 얽히고 물들어

더 이상 방향을 찾지 아니하고

그대로 맨 바닥에 머리 자올 하나하나

길게 늘어뜨리고서 매몰된다면 함몰한다면

글쎄, 그러면 긴 겨울잠 끝에

어디 슬픔 같은 것이라도 피어나기라도 할까?

글쎄, 그러면 라면 사리가 콧구멍에 걸려

킁킁거리는 슬픔 따위를 말할 순 있을까?

혹은 목구멍에 들끓는 점액 덩어리를

그대로 그대 하얀 뱃살 위에 난사한 후

더욱 상스러운 것은 그대의 연민이라고

모두 쏟아낼 수 있을까?

갑자기 단 하룻밤에 서늘하게 식어버린

그대 몸뚱이에 옷을 입히고 꽃을 달고

단 하룻밤에 초점을 잃어버린

그대 눈가에 분을 바르고 별을 뿌리고

단 하룻밤에 시들어버린

그대 청춘에 생채기를 내고

단추를 여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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