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예감
어서 빨리 늙어버리고 싶노라고
가을이 오기도 전
떨어질 낙엽을 생각하며
미처 낙엽이 떨어지기도 전
간절히 곤두박질치길 기도하던 그대,
봄이면 꽃잎이 떨어져 서럽다고
한아름 주어다 가슴에 꽂고서
여름이면 한낮에 찌는 태양 아래
희미한 숨결로 오들오들 떨며
연푸른 잎사귀 빛 바랜다 색 바랜다
무서워 비명을 지르고
이른 계절엔 겨울을 생각하며
손이 시리다고 발이 시리다고
어느 마른 나뭇가지에 엉겨 붙었다
금세 나풀거리며 달아나
먼 산 하늘 위로 나풀나풀
바람 따라 꽃이 되어 날아가
구름 위로 훨훨 날아가
나비처럼 풀잎처럼
훨훨 날아가
그대, 그토록 꿈꾸던 겨울은 오지 않는데
어느 적에 하얀 눈이 되어
때묻고 비린 나를 묻어주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