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부활
사람에게는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호흡할 수 있지만
혼돈에게는 구멍이 없어
일곱 개의 구멍을 뚫으니
칠일 만에 죽고 말았다는
혼돈의 전설이 못내 사무쳐
가슴속 미세한 모공을 열어젖혀
한가득 들이킨 바람으로
구멍과 구멍을 합치고
또 구멍과 구멍을 합쳐서
이제 커다란 한 구멍이 되어
사라지려 사라질 때에
끝내 사라지지 못하고
여전히 바람을 느끼는
구멍과 구멍 사이, 바깥 허공의
희미한 경계
-이제 나는 아무런 구멍도 없이
살아있는 하나의 커다란 구멍 같은
혼돈이 되어
보고 듣고 먹고 호흡할지니
이제 내게 더 이상 그 누구도
그대들의 밑 모를 블랙홀 같은
목마른 구멍들을 짐 지우기 말기를
나의 매장을 통한
그대들의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질서의 음모들을 꿈꾸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