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날에 설움
봄날에 바람이 불어와
엷은 셔츠 사이로
시리게 스미어 든다.
햇발에 마주선
따스한 돌담에 기대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눈물을 머금는다.
섞이지 못하고 한 가득
그렇게 시리도록
그렇게 따스하게
손 끝 하나 댄
그 한마디만으로도
터져버릴 듯
움츠려 눈물을 삼키우려다
2. 아스팔트에 핀 꽃
왜 이곳에 피어나
또 나를 슬프게 하는가?
찬연히 흐드러진
하이얀 꽃잎
붉게 젖어
썩어지는 그 자태
나는 보지 못했네.
바람을 기다리는가?
어느 하늘가에 닿아
검게 물들려
흔들리고만 있나?
차라리 내 발에 밟히어
짓뭉개 지려나?
3. 침묵의 이유
어느 무심한 돌담
여기저기 꽃송이 몇 개
어느새 피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또
슬퍼집니다.
이제 깊은 침묵에 잠겨
감은 두 눈 사이로
스며든 햇발에
나도 모르게
잠들 수도 있겠지만
당신은
볼수록 그리운 존재입니다.
다가서면 두려운
내 마음 때문에
시가 되어버린 당신을 위해
바람이 세차게 불 그날까지
이제 다시 침묵에 잠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