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켜는 밤



한량없이 비가 내리는 새벽녘이면

온종일 나른한 몸뚱이 흠뻑 적셔

거리를 나뒹굴며 환성을 내지르고 싶지만

축축이 젖은 옷가지를 빨며 눈물을 짜낼

어머니, 당신이 문득 생각이 나

어느 처마 밑에 힘없이 웅크려

비가 그치길 기다려봅니다.

그러나 어머니! 비가 너무 많이 내려요.

그리고 집은 너무 멀어 보이지가 않아요.

애매히 태우는 담배 한 개비

다 타들어가지 못하고 젖어

바닥에 그대로 곤두박질치고 싶지만

다시 집나간 아들 돌아오기를 기다리시며

아직 불빛을 차단하지 않을

어머니, 당신이 문득 생각이 나

비 사이로 내달려봅니다.

그러나 어머니! 옷이 너무 많이 젖었어요.

그리고 너무 밝은 형광등이 무서워요.

서성이는 걸음으로 되돌아서며

어머니, 당신께 마지막 기도를 올려봅니다.


어머니! 비가 오는 날이면 촛불을 켜두세요.

무겁게 젖은 옷가지가

밤새 말라 불살라질 수 있도록

뚝뚝 떨구어지는 촛농이

당신의 눈물을 대신해 흘러내릴 수 있도록

어머니! 제발 마지막 촛불은 꺼뜨리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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