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타령
물에 빠질 때나 붙잩는
지푸라기라고 수월히들 여기지마소
꽃 피우는 데 벼 무르익는 데
시궁창 가새든 어데든
낄 때 안 낄 때 가리지 않고
마구 굴러먹는 잡것이지만
물에 빠져죽고 싶지 않고서야
꽃가지를 꺾어 들 순 없지 않것소
가파른 벼랑 우에서
장작개비 모냥 몰기 하나 없는
마른 나뭇가지에 매달려
질기게 버티고 있을라고 함 해보소
어느 누군들 물가에 빠지고 싶었것소
어느 누군들 벼랑 우에 매달려있고 싶었것소
어데 귀하디귀한 몸뎅이 아니고서야
어느 누가 버선발로 곱게 강나루 건너
술 익는 마을마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세월 좋은 나그네 팔자이것소.
물에 빠질 때나 붙잡는
지푸라기라고 수월히들 여기지 마소
징하게 질기게고롬 버티고 있을랑게
당신네들도 한 번 징하게 버텨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