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선인장



어디에서 권태를 배운 걸까

물 한 모금 주지 않아도

뾰족한 오기로 깊숙이

뿌리 내려

온갖 화사한 꽃들이

갖은 교태를 부리며

벌과 나비를 모으던 시절에도

아무런 표정도 향기도 없이

꼬박 하루만 꽃을 피우던

꿋꿋한 정절은 어이하고

벌써 마른 몸짓으로 비스듬히

몸을 누이고 있는 걸까

모르게 목이 말랐던 걸까


속살을 감추었던 여인이

옷을 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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