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남몰래 혼자 담배를 피우러 다니던

학교 뒷길 옆 조그만 담벼락 위로

봄이면 새하얀 목련이 피어올랐습니다.

아직은 설운 바람에 잔가지를 털어내며

눈부신 햇살에 반짝거릴 때면

눈보다 새하얀 꽃잎은 파르르 떨리며

날아오를 듯 천천히

그렇지만 무겁고 거대하게

바닥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왜 그토록 눈부시게 새하얀 꽃잎이

붉게 물들어 퍼렇게 문드러져 가는지를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까닭도 모를 신음이 ‘아’하고 터져 나와

긴 읊이 되고 읊조림이 되어

목멤 같은 슬픔이 울컥 오금을 적시며

양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부끄러웠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두려워 도망치듯 그 거리를 내지르며

연신 두 볼을 적시는 눈물을 닦아내며

겨우 멈춰선 어느 조용한 공원 벤치

누구도 오지 않을 그곳에서

불현듯 북받쳤던 울음을 엉엉 터뜨리며

그제야 단 한 번 밖에 오지 않을 내 생의 절정이

그렇게 끝나버린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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