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산보



화창한 어느 봄날의 토요일 오전 11시

거리에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재잘재잘거리고 있다.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선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다.

Then shall I start?

But, What am I supposed to do?

I'm not sure what the hell I'm doing here.

I don't belong here.

이렇게 푸르른 날이면 교복을 벗어 던지고선

담장 너머 어딘가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었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산책을 나온 세련된 미시족 부인의 강아지가

자꾸만 귀찮게 내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다.

부인이 불러도 이 녀석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편으로 가는 내 뒤만 졸졸 따른다.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세련된 미시족 부인이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내 뒤를 졸졸 따라오던 강아지가

부인에게 붙잡혀 어딘가로 끌려 가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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