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과 길옆 사이
어느 좁고 긴 길
후미진 가장자리
이름 모를 빌딩 아래
반짝이는 은색 테라칸
차가운 금속 커버 위로
고요한 바람이 머물고
흔들리는 잔 나뭇가지 잎사귀들
한 폭의 수묵화가 되어
반짝반짝 춤을 추며
덩실덩실 빤짝인다
내 이곳이 마냥 좋사오니
하나는 당신을 위하여 집을 짓고
하나는 나를 위하여 집을 지어
당신과 함께
내내 이곳에 머물며
덩실덩실 반짝이며
한 폭의 그림으로 남겨지고 싶사오니
영영 이곳을 떠나가지 마소서
찰나의 오롯한 꿈을 꿀 때
콧등을 스치며 떨어지는 나뭇잎들
고개 들어 바라보니
온통 벌레 먹어 숭숭 뚫려버린
잎사귀들
멀리서 들려오는 전기 조명공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들
좁은 골목골목을 누비는
작은 용달차의 시동이 꺼지고
서둘러 짐을 내리는 짐꾼들의
땀방울들
쇠붙이를 용접하는 용접공들로부터
붉게 빛나 오르는
수십 개의 작은 불티들
내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지만
그 좁고 긴 길옆으로
다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