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청국장



조각조각 나누어진 파티션 아래

갈래갈래 찢겨진 마음 다잡아 봐도

마디마디 새어나오는 타자소리에 섞여

툭툭 어둠에 깔려오는 바람소리 창문을 치고

후두둑후두둑 굵은 빗줄기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각기각기 모두가 제 갈길 찾아 걸어가고

추적추적 이 내 걸음도 모두를 따라 결국

걸어가야 하겠지요. 당신께로...


어머니! 당신께선 청국장을 또 끓여 놓으셨군요.

시궁창 냄새나는 이 세상 억척같이 살아낸

그 끔찍함으로 허옇게 파르르 떨리는

비 맞은 아들내미 허한 속 어떻게든 데워보시려고

또 끓여 놓으신 건가요?

그러나 어머니! 이 시궁창 냄새나는 청국장도

시뻘겋게 찢어지는 피 같은 김치도

한 알 한 알 꿈틀거리는 좀 벌레 같은 밥알들도

모두모두 지긋지긋해요. 아니, 모두모두 역겨워요.

그런데 이 지겹고 역겨운 것들을 한데모아

어떻게 묵히고, 삭혀서, 고아 내셨기에

이렇게 오롯하게 달콤할 수 있는 건가요?

한 숟갈 한 숟갈 뜰 때 마다 울컥거리는 마음 때문에

자꾸 빗줄기보다 굵은 눈물이 떨어지려고 해요.

한 숟갈 한 숟갈 뜰 때 마다 울렁이는 마음 때문에

자꾸 구역질보다 찐한 설움이 넘어오려고 해요.


어머니! 청국장이 너무 짠하게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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