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시편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오면

당신의 이름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도통 새하얀 빛투성이어서

내 보이는 건 야위고 주린

당신 먹어치우지 못하면

늑탈처럼 말라비틀어지는 

내 몸뚱이 뿐,

형광등처럼 너무 밝고

초롱불처럼 쉬 꺼져버리는

허기 뿐,

당신 모양 같은 거짓 뿐,

내 모양 같은 나일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내려오지 않으면

온통 나밖에 보이질 않아

당신 생각 할 수 없어

저는 아직

당신의 이름 부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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