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마리아
한 소녀가 속으로 울며
언덕을 걸어가고 있었다.
지나치는 행인의 걸음에도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서있는 몸짓들에도
아련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가야할 길 하나
생각지 아니하고
높은 언덕길을 외로이
걷고만 있었다.
그 아래로 거리에 차들이
불야성의 나방처럼
수없이 지나쳐가고
소녀는 그대로 뛰어내리고
싶었지만
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부서지는
눈물을 견디며
한 걸음 한 걸음
바람에 흔들리는 잔풀처럼
움터 오르고
한 걸음 한 걸음 꽃잎처럼
만져지고 짓이겨지고
뜯기고 물러져
벌레들이 소녀의 몸 위로
기어 다니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낙엽처럼
썩어지고 문드러져
사라져간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길가에 밟혀진 꽃잎 하나가
무엇인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