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도시의 잿빛 하늘을 닮은 비둘기들이

간밤에 누군가 뜨겁게 게워낸 자리 위로

늑탈같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더러는 잘린 다리를 절룩거리며

더러는 고양이같이 부풀은 몸뚱이를 뒤뚱거리며

날카로운 부리를 끊임없이 바닥에 쪼아대듯

서로의 가슴을 부비며, 쥐어짜며, 입 맞추며

수없이 차들이 지나치는 고가차도 아래

철근 콘크리트 사이를 비집고

둥지를 틀기 시작한다.

그들의 터질 듯 부둥켜 엉킨 가슴 아래

얼마나 많은 새끼들이 사산되어져 갔을까?

전쟁을 치르듯 밀려오고 밀려가는 경적소리에

새끼들은 지들의 어미애비의 소리인 줄 알고

거리로 나서고 또, 누군가 간밤에 차도 위로

삼킬 수 없던 그들의 뜨거운 욕정을 토해내었다.

알록달록한 쪽빛 헤어브리지를 들인 소녀가

술에 취해 그 사이를 비틀거리며 지나가고

비둘기 새끼들은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더 이상 소녀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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