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눗방울놀이
마른 눈 섧게 다문다문 내리는 날
아빠 손 꼬옥 잡고 걷던
어여쁜 꼬마 아가씨
갑자기 멈춰서 호호 바람을 분다.
바람의 무게를 아는 지
엷은 눈송이 두-둥실 솜털처럼
하늘 위로 날아오르다
천천히 다시 나려져 지면 위로
안착한다.
고 모양이 하도 귀염성스러워
마치 동네 꼬마 녀석들
빗물방울놀이 하는 것만 같아
눈송이 속에 그린 작은 세상
무지개 빛깔로 반짝이는 것만 같다.
그런데 어여쁜 꼬마 아가씨
그 조그맣고 어여쁜 입술로 너무 많이
바람을 불진 마세요!
그토록 영롱한 당신의 예쁜 꿈들이
그만 지면에 닿기도 전에
사르르 녹아내릴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