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밭에 허수아비
듬성듬성 푸른 하늘
샛노랗게 말라비틀어진 밀밭에
황량한 바람이 지나치고
검게 하늘을 물들였던 까마귀
더 이상 훔쳐 먹을 것이 없다고
더 이상 벗겨먹을 한 터럭
남아 있지 않다고
멀리 머얼리
날아가 버린다.
하늘 끝 검게 물들어
선홍빛 노을 지평선 밑으로
가라 앉는다.
그래! 모두 떠나가 버려라!
그러나 여기 썩어 문드러질 몸뚱이 하나
남겨두고서 떠나가 버리면
이 권태로운 긴 밤
나는 대체 어찌 잠들란 말이냐?
칠흑 같이 어두운 밤
내 살을 갉아대던 까마귀 닮은
서늘한 바람
까악까악 우짖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