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
가끔은 어느 몽환의
거리도 걸어보자꾸나
춤추는 다리 위에서
네 춤추는 다리 사이로
팔은 하늘을 향해
힘껏 뻗쳐도 보아라
네 그래도 머릿넋에
관통하는 상쾌함이 없거든
맘껏 몽환의 가시밭길에서
괴성을 지르며 달려도 보아라
순간 다리에 흥건히 젖은
네 피를 보거든
슬쩍 웃어 보이며 뒹굴어도 보자꾸나
네 심장에 네 머릿넋에
드디어 한 개 바람이 관통하면
맘껏 웃으며
이 네 피를 다 흘려보아라
마지막 한 줌의 피를 다 토하거든
순간 멎어버린 네 심장에
피 같은 눈물을 뿌리며 온 몸을 적셔
어느 몽환의 거리에서 뛰쳐나와
새벽의 언덕에 올라
그대로 영영 잠들어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