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어차피 파도에 휩쓸려
무너져 내릴 성이라고
내부 통로도 없이
창문 하나 달지 않고서
뾰족한 지붕만 가득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어차피 하나가 무너지는 것이
어려울 뿐
손 끝 닿으면 모두 무너져 내리는
도미노처럼
땅속에 박힌 뿌리도 없이
뼈대도 없이
만약 모두 무너지지 않고서
그 자리를 지켜낸다면
먼 바다 지켜내는 수평선 가리어
그 누구도 바라볼 수 없겠지만
너는 좀 더 배워야만 했다.
무너지는 법을
그리고 무너져 내려야 보이는
수평선이라는 희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