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길의 추억

 

 

언제나 몰래 담배를 태우러 빠져나왔던

신학교 뒷길, 나는 그 길을 사랑했다.

모두 집으로 향해가는 오후의 해 질 무렵

아무도 오지 않을 그 길에서 나는 취하고

비틀거리며 잠시 멈추어 서성거리다

미로 같은 아파트 사이사이 길을 따라

하염없이 또 걸으며

누구도 쉬 알지 못할 어느 음울한 공원과 벤치와

갓길들을 종종 헤아려보곤 하였다.

분명 그 언젠가 내게도 뒷길이 아닌

하나의 길이 있었을 터이다.

오직 그 길만을 알았고 얼마나 오랫동안

그 길을 따라 걸어 왔는지

길 밖에 길이 무엇인지 길옆이란 길이

존재할 수 있는 길인지 나는 묻지 않았다.

그저 길은 하나의 길일 따름이었다.

그 어느 날이었을까? 길옆에 오만가지 잔상들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흩어지고 있었음을

또 그 가지 사이사이로 그 얼마나 많은 뒷길들이

갓길들을 뻗어내어 다시 길로 돌아서고 있었음을

그 뒷길을, 나는 그 길을 사랑했다.

그 길을 지나쳐가는 모든 낯선 이들과

그 모든 꽃들과 나무들과 사물들을

그리고 어둠과 빛을 생명을 죽음을

그렇게 굽은 등 뒤를 내게 보여주며

유유히 사라져간

어느 노파의 그 긴 그림자 끝자락을

그 뒷길을, 나는 그 길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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