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곱
매일 아침 눈곱 낀 얼굴을 봅니다
생애 눈곱이 아니 낀 적은 없습니다.
젊은 적 울어내지 못한 밤마다
응어리진 눈물들이 화석화되어
아침이면 가볍게 털어냈습니다.
질게 눌어붙지도 무르지도 않은
단단한 슬픔의 결정체일 거라고
언제나 그렇게 믿어왔습니다.
지금도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닙니다.
밤마다 울어낼 슬픔들도 울분들도
시간과 함께 묽게 희석되어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뿐입니다
대신 아침마다 무른 눈곱을 봅니다.
시간이 더 해가면 더 물러져
세면대에 눈물을 홍수처럼 쏟아내며
서럽게 울어낼 수 있을까요?
마음속에서 지워버린 흐린 기억들을
그대들의 뒷모습을 그 긴 그림자를
영롱하게 흔들리는 물기 속에서
촉촉이 마주할 수 있을까요?
매일 아침 눈곱 낀 얼굴을 봅니다.
눈곱만큼도 중요치 않던 눈곱이 고여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