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된 시

 

 

꼭 한 번은 멈춰내는 것이

길을 가는 것이라고 배웠다.

다 뱉을 수 없는 것들이

말들이라면 가슴속에

꼭 품어두고서 고이

삭혀두는 것이라고

그렇게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내는 것들이

너의 울어내지 못한 밤들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그러나 나는

사생아처럼 불현듯 낳아진

너를 지우지 못하고

감당할 수 없는 낯선 길 위에

쓰레기처럼 내던져버린다.

그리고

단 한 밤도 지켜내지 못한

너의 숨결을 떼어낸 힘으로

다시는

멈출 수 없는 길을 떠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