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된 시
꼭 한 번은 멈춰내는 것이
길을 가는 것이라고 배웠다.
다 뱉을 수 없는 것들이
말들이라면 가슴속에
꼭 품어두고서 고이
삭혀두는 것이라고
그렇게 견딜 수 없는 것들을
견뎌내는 것들이
너의 울어내지 못한 밤들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그러나 나는
사생아처럼 불현듯 낳아진
너를 지우지 못하고
감당할 수 없는 낯선 길 위에
쓰레기처럼 내던져버린다.
그리고
단 한 밤도 지켜내지 못한
너의 숨결을 떼어낸 힘으로
다시는
멈출 수 없는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