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온 연민

 

 

어두운 지하철 유리창 속

낯선 타인이란 존재인 당신의

어둠보다 깊은 눈가의 음영과

희미하게 흔들리는 그림자를

몰래 바라보며

당신의 음영과 그림자를

감싸주고 싶다고 낮게 읊조려봅니다.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음영과 그림자에 포근하게

감싸 안겨 잠들고 싶은

저의 강렬한 욕망을.

스무 살 적 루오의 거울 앞에 창부란

그림을 본 적이 있습니다.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가 찌든 눈빛으로

거울을 바라보는 모습에

깊은 연민을 느꼈습니다.

피카소의 산산이 갈라져 우는 여자와

뭉크의 빨갛고 하얀 소녀들에게서

견딜 수 없는 삶의 비극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귀를 자른 고흐와

어느 날 극장에서 소리 없이 죽어

기호가 되어버린 기형도에게서

삶을 배우고, 시를 배웠습니다.

어쩌면 저에겐 귀를 자르고

소리 없이 사라져 버릴 용기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 밤 그토록

당신의 몸뚱이를 탐하며

당신에게서 위로를 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루오의 거울 속의 창부를 닮은

당신에게서 저 그토록

깊은 연민이 되어

사랑을 갈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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