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는 풍경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은

해후 끝에 돌아서는 걸음만이

반드시 외로운 법은 아닐 게다.

일 년에 한두 번 겨우 보는

오래된 벗을 만날 요량이면

벌써 돌아오는 길목에 남겨진

자기 발걸음소리만  맴돌아

귓가에 얹히곤 한다.

그래도 터벅터벅 얼굴을 마주하는 까닭은

반드시 할 말이 많아서는 아닐 게다.

더러는 각기 다른 기억으로

서로가 공유했던 추억을 짜맞추다

잠깐 적요해진 순간엔 어색하여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다 끝내 우리는

서로의 삶에 가장 시시껄렁한 이야기들로

농담 따먹기를 하며 시간을 때우겠지만

무엇이 그토록 아쉬운지

서로 각기 다른 정류소로 돌아서는 길

서로가 마중을 하겠다며 아옹다옹하다

누군가는 버스를 타는 뒷모습을

누군가는 인파에 가려진 얼굴을 찾아

서로 미덥게 내내 바라다볼지도 모른다.

그렇게 버스는 떠나고 인파도 밀려나겠지만

오래도록 남겨진 서로의 잔상을 안고

해후 같은 만남과 이별을 꿈꾸며

우리는 또 다시 외로운 버스 한 대와 

수없는 인파의 물결 속 사라질 한 얼굴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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