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꽃 민음사 세계시인선 1
보들레르 지음, 김붕구 옮김 / 민음사 / 197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보들레르의 ‘악의 꽃’ 그리고 ‘권태’

 

 

 

.....................................

Serré, fourmillant, comme un million d'helminthes,

달라붙어서, 우글거리는, 마치 수많은 기생충들처럼

Dans nos cerveaux ribote un peuple de Démons,

우리의 머릿속에서 진탕 마신다. 악마의 자손들은

Et, quand nous respirions, la Mort dans nos poumons

그리고, 우리가 숨 쉴 때, 죽음은 우리의 허파 속에서

Descend, fleuve invisible, avec de sourdes plaintes.

흐른다, 보이지 않는 강물로, 은밀한 신음소리와 함께

Si le viol, le poison, le poignard, l'incendie,

만약 강간, 독약, 비수, 방화가

N'ont pas encor brodé de nos piteux destins,

수놓지 않는다면 우리의 비참한 운명을

C'est que notre â̂me, hélas! n'est pas assez hardie

그것은 우리의 영혼이, 아! 충분히 대담하지 않기 때문!

.....................................

Dans la ménagerie infâ̂me de nos vices,

우리 악덕의 파렴치한 짐승의 우리 안에

Il en est un plus laid, plus méchant, plus immonde!

그것은 그 중 가장 흉하고, 가장 악랄하며, 가장 추잡한 놈이니!

Quoiqu'il ne pousse ni grands gestes ni grands cris,

그는 야단스런 몸짓도 과장된 소리도 없지만

Il ferait volontiers de la terre un débris

간단히 대지를 산산조각 내고

Et dans un bâ̂illement avalerait le monde;

그리고 하품으로 삼켜버린다 온 세상을;

C'est l'Ennui! L'oeil chargé d'un pleur involontaire,

그놈은 바로 권태! 무심한 눈물이 고인 눈으로

Il rê̂ve d'echafauds en fumant son houka.

그는 단두대를 꿈꾼다 물담배를 흡입하면서

Tu le connais, lecteur, ce monstre délicat,

너는 그를 안다. 독자여, 이 섬세한 괴물을

-Hypocrite lecteur,-mon semblable, -mon frère!

위선자인 독자여, 나의 동류여, 나의 형제여!

 

 

 

  보들레르를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이 역시 20살 적, 학교를 휴학하고서 떠난 여정에서였을 것이다. 사실 그 때 내가 보들레르, 랭보나 까뮈 등에 집착했던 이유는 그들의 시나 소설의 제목이 단지 멋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악의 꽃’, ‘지옥에서 보낸 한철’, ‘이방인’ 등등. 그 당시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내 안의 어떤 부름은 이 상처받은 영혼들의 소리에 귀기울이게 만들었고, 결국 지금까지 돌이킬 수 없는 긴 여정을 떠나오게 만들었다. 특히 그 민감했던 시기, 내게 첫 포고를 연 것은 단연 보들레르의 ‘독자에게’라는 시였다.

 

 

  모든 고통들이 뇌세포 마디마디마다 결결이 박혀 그 모든 좀먹는 벌레들을 말살시키기 위해 그저 펑 터져버리거나, 터뜨리고 싶을 때... 혹은 뚫려버린 심장 때문에 도저히 가눌 수가 없어 숨쉬기조차 버거울 때 오히려 가장 권태로웠던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그 견디기 힘들고 길고 길었던 이십대가 왜 지금의 와서 문득 한없이 그리워지는 것일까? 권태라는 ce monstre délicat는 -많은 이들이 비록 까다로운 괴물로 번역하고 있지만- 왜 그토록 섬세하고 아름다운 괴물이었던 걸까?

 

 

 

Rapplez-vous l'objet que nous vimes, mon â̂me,

기억해보라 그대여, 내 영혼이여, 우리가 보았던 것을

Ce beau matin d'été si doux:

그토록 온화하고 아름답던 여름 아침

Au détour d'un sentier une charogne infame

오솔길 모퉁이 혐오스런 시체를

Sur un lit semé de cailloux,

조약돌이 흩뿌려진 자리 위에

 

 

Le ventre en l'air, comme une femme lubrique,

드러내 놓은 배때기, 음탕한 계집처럼

Brû̂lante et suant les poisons,

불타오르며 땀에 젖은 독기를

Ouvrait d'une façon nonchalante et cynique

열어젖히고 있었다 무기력하고 파렴치하게

Son ventre plein d'exhalaisons.

냄새 가득한 그 배때기는

 

 

.......................

 

 

Les mouches bourdonnaient sur ce ventre putride,

파리떼들이 윙윙거린다 썩어가는 그 배때기 위에서

D'où sortaient de noirs bataillons

거기서 검은 구더기들이 기어 나오면서

De larves, qui coulaient comme un épais liquide

걸쭉한 액체처럼 흘러나온다.

Le long de ces vivants haillons.

그 살아있는 누더기를 타고서

 

 

Tout cela descendait, montait comme une vague

그 모든 것들이 내려갔다, 올라간다. 파도처럼

Ou s'élançait en pétillant

거품이 일며 솟구쳐 오른다.

On eû̂t dit que le corps, enflé d'un souffle vague,

마치 희미한 바람에 부풀어 오른 시체는

Vivait en se multipliant.

점점 불어나면서 살아있는 것만 같다.

 

 

.......................

 

 

Oui! telle vous serez, ô̂ la reine des grâ̂ces,

그렇다! 당신도 그렇게 되겠지, 오 매력의 여왕이여,

Apres les derniers sacrements,

마지막 성사를 끝내고서

Quand vous irez, sous l'herbe et les floraisons grasses,

당신이 있을 때쯤 만발한 꽃들과 풀 아래

Moisir parmi les ossements.

곰팡이 슬 때쯤 해골들 사이에서

 

 

Alors, ô̂ ma beauté! dites à la vermine

오 나의 미녀여! 말하라 그 벌레들에게

Qui vous mangera de baisers,

당신을 입술을 파먹을

Que j'ai gardé la forme et l'essence divine

내가 그 거룩한 본질과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고

De mes amours décomposés!

내 부패한 사랑의

 

 

 

  사실, 인간에 대한 연민의 시선과 시와 신에 대한 알 수 없음으로부터 시작한 내 詩作이기에 보들레르에 너무나도 강렬한 인간에 대한 혐오 그리고 악마에 대한 찬미들이 선뜻 내게 이해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악의 꽃’이라는 그 이미지와 맨 처음 ‘독자에게’란 시에서 포고를 열고, 수차례 언급한 ‘권태’라는 의미는 도무지 매칭이 되지를 않았다. 그런데 지금 위의 시 ‘Une Charogne(시체)'에서 나는 어쩌면 악의 꽃이 묘사하는 바를 그리고 그 ‘섬세한 권태’가 의미하는 바를 아주 조금 이해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 부패한 사랑의 거룩한 본질과 형태에 대해서.......

 

 

 

 

 

O Mort, vieux capitaine, il est temps! levons l'ancre!

오 죽음이여, 늙은 선장이여, 때가 되었다! 닻을 올리자!

Ce pays nous ennuie, ô̂ Mort! Appareillons!

이 고장은 우리를 권태롭게 한다. 오 죽음이여! 떠날 채비를 하자!

Si le ciel et la mer sont noirs comme de l'encre

하늘과 바다가 비록 먹물처럼 검다하여도

Nos coeurs que tu connais sont remplis de rayons

네가 아는 우리의 심장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Verse-nous ton poison pour qu'il nous réconforte!

너의 독을 우리에게 부어라 우리를 북돋기 위해

Nous voulons, tant ce feu nous brû̂le le cerveau,

우리는 이토록 그 불꽃이 우리의 머리를 불태우기를 바라보니

Plonger au fond du gouffre, Enfer ou Ciel, qu'importe?

심연 깊숙이 잠기리라, 지옥이든 천국이든 무엇이 중요하랴?

Au fond de l'Inconnu pour trouver du nouveau!

미지의 바닥 깊숙이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하여!

 

 

 

  드디어 마지막 시 ‘Le Voyage(항해)'에서 시인은 ‘권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죽음을 향한 항해이다. 그러나 이 항해는 단순히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그리고 그것으로 모든 것이 단절되어 버리는 그러한 죽음이 아니다. 위대한 여행자는 말한다. 죽음이라는 심연 혹은 미지에 깊숙이 잠기는 것은 천국과 지옥이라는 어떤 일확천금처럼 주어지는 천국의 환상이라든가, 우리를 일생 동안 좀먹어 들어간 지옥이란 형벌의 공포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의 또 다른 여정일 뿐이라고. 어쩌면 그것은 예술가의 현재의 고뇌와 고통 그 자체가 시로 발현되어 계속 지속될 것임을 예견하는 예언일지도 모르겠다.

 

 

 

 

 

La Mort des Artistes

예술가들의 죽음

 

 

Combien faut-il de fois secouer mes grelots

몇 번이나 내 방울들을 흔들며

Et baiser ton front bas, morne caricature?

입 맞추어야 하는가? 너의 천한 이마에, 서글픈 풍자화여

Pour piquer dans le but, de mystique nature,

신비로운 본질인 과녁을 맞추기 위해

Combien, ô̂ mon carquois, perdre de javelots?

오 내 화살통이여, 얼마큼의 투창을 잃어야 하는가?

 

 

Nous userons notre â̂me en de subtils complots,

우린 지치게 한다. 우리의 영혼을 치밀한 음모 속에서

Et nous démolirons mainte lourde armature,

그리고 우리는 무너뜨린다. 숱한 육중한 골조들을

Avant de contempler la grande Créature

그 위대한 창조물을 경탄하기 앞서서

Dont l'infernal désir nous remplit de sanglots!

지옥의 욕망으로 우리를 비통함으로 가득 채운다.

 

 

Il en est qui jamais n'ont connu leur Idole,

그의 우상을 영영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Et ces sculpteurs damnés et marqués d'un affront,

그리고 형벌에 처하고 치욕으로 낙인이 찍힌 조각가들

Qui vont se martelant la poitrine et le front,

가슴과 이마를 치며 분개하는

 

 

N'ont qu'un espoir, étrange et sombre Capitole!

희망은 오직 하나, 기이하고 어두운 신전이여!

C'est que la Mort, planant comme un soleil nouveau,

그것은 바로 죽음, 새로운 태양처럼 비상하는

Fera s'épanouir les fleurs de leur cervaus!

꽃을 피우게 하라 그들 머리에!

 

 

 

 

p.s.

 

불어는 깨지는 군요--; 힘들게 쓰고 번역했던 건데 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