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이유
작고 귀찮은 모기 하나가
주위를 윙윙 거리며
나를 좀먹으려 하고 있었다.
그저 살아있기에
살아있으려고만 했던 나에게
모기는 분노를 가져다주었고
그 잔혹한 지겨움에 발버둥 치며
불을 켰다.
아귀에 꽉 들어찬 이글거리는 힘들이
샘솟고 있었다.
강렬한 스피드와 무게가
에너지를 발산하였고
모기는 이 내 피를 다 흘려내도록
압사 당하였다.
시간은 정지한 듯
적막 속에 멍한 존재의 망각이
불을 껐다.
숨어있던 모든 모기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