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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향기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호마윤 에르사디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아카시아 향기
그래 아마 이란 영화였을 거야.
제목이 체리향기이었던가?
여하튼 한 사내의 이야기였어.
짙은 콧수염을 달고 있는 남루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으려고 발버둥치는
그런데 마치 무슨 코믹영화처럼 감독은
그 사내의 죽음을 녹록히 허락지 않는 거야.
그렇게 실의에 빠져 허무해 보이던 사내가
아무 상관도 없는 타인들의 자질구레한 부탁들을
전혀 거절하지 못하더군.
그렇게 상황은 자꾸 이상하게 꼬여가고
마치 사내의 삶은 그 사소한 책임감들로 인해
오래도록 지속될 것처럼만 보였어.
그런데 사뭇 진지한 영화였기 때문이었을까?
끝내 사내는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서
아무 미련도 없이 홀로 관속으로 들어서더군.
대체 혼자서 관속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죽으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참을 그 비좁은 공간에서 누워있더군.
때마침 체리나뭇가지가 바람에 잘게 흔들리는
그런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이야.
그러더니 어느새 불현듯 사내가 관 속에서 일어서는 거야.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리고 다시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더군.
아마 사내는 바람에 잘게 흔들리는 체리나뭇가지 사이로
은은히 불어오는 상큼한 체리향기를 맡았던 것 같아.
그와 동시에 무언가 격렬한 생의 희망을 붙잡았겠지.
그러니까 제목이 체리향기 아니었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말이야.
그토록 긴 시간을 죽음을 위해 기꺼이 견뎌왔던 사내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죽음을 포기할 수 있었을까?
너무 허무하고 어처구니없지 않아?
체리향기가 대체 뭐라고?
그런데 말이야 난 체리향기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요즈음 아카시아 향기를 맡으면 자꾸 이상스레
눈알이 시큼거려 또 미친놈 마냥
가슴이 벌렁거리면서 아카시아향기와 당최
아무런 상관도 없는 그리움들이
마구 솟구쳐 오르는 거야.
하지만 포악하게 포대 한 자루에 한가득 담아
얼굴을 파묻고 마구 집어 삼키던 그 그리움들이란 건
누군가의 말처럼 사뭇 죽음과 닮아 있어야 하는 것
그런 것 아닐까?
그런데 난 왜 그 잔혹스런 죽음과도 닮은
그 찌릿한 그리움들 속으로
이렇게 살아서 돌아가고 싶은 걸까?
정녕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는
정녕 더 이상 내 것이고 싶어도 내 것일 수 없는
그 그리움들이 대체 뭐라고?
결국, 난 아카시아향기를 맡으며 이렇게 살아있는 거야!